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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시기(0~1개월)에는 스무 시간을 잔다. 처음에는 '애가 잘못 됐나?' 싶어 코에다 손도 가져가 보고, 배도 만져 봤다. 거의 하루 종일 자니까. 젖을 먹고 떨어지면 자는 거다. 그럼 나와 아내는 이런 저런 일을 했다. 빨래·방 청소·요리는 기본이고, 책도 읽고 오락 프로도 간간히 봤다. 그러나 생후 2개월은 다르다.

 

 

산후조리 2달째를 맞았다. 오늘이 하나를 만난 지 41일 되는 날이다. 이럴 수 있을까? 아이가 다 컸다. 밤에 잠을 자고, 낮에 깨어 있다는 얘기다. 인간이면 당연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애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애랑 놀아 줘야하는 남편,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모르는 남편이라면 더 그렇다.

 

생후 2개월, 놀아 줘야 잠자는 아기

 

그럼 어떻게 놀아주느냐고? 초점 책 보기, 쭉쭉이 운동하기, 안고 토닥이며 노래 불러주기, 산책하기 등이 있다(혹시 더 있다면 알려 달라, 아빠들이 지혜를 모아보자). 엄마의 젖을 먹고 떨어진 아이를 받은 아빠. 이제 시작이다. 

 

[방법①] 초점 책으로 잠깐 주의를 환기 시킬 수 있다. '바스락 바스락' 거리는 초점 책을 아이 눈 앞에 가져다주면 아기는 신기하다는 듯 집중한다. 페이지가 4장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짧은 것이 단점이긴 하다. 설명서에 '두뇌개발에 좋다'고 쓰여 있다. 과연 그럴지는 모르겠다.

 

 

[방법②] 다음은 쭉쭉이 운동.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많이 해주는 운동이다. 먼저 다리를 허벅지부터 발까지 두 손으로 주물러 주며 쭉쭉 펴준다. 마찬가지로 두 팔을 어깻죽지부터 손끝까지 주물러 쭉쭉 펴준다. 이어 오른쪽 다리를 들어 왼쪽 다리 위쪽으로 올려주며 몸을 비틀어 준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다.

 

 

쭉쭉이 운동은 말 그대로 아이가 '쭉쭉' 크라고 하는 운동인데, 재밌기도 하다. "쭉쭉이, 쭉쭉이"하면서 운동하면 아기는 유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는다. 그래도 아이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항상 숙지하자. 울면서 짜증내는 아이도 분명히 있다. '하나'는 좋은지 싫은지 무표정이다.

 

[방법③] 아빠는 아이를 안고 '토닥토닥'거리면서, 동시에 허리와 무릎을 탄력 있게 튕겨주면서 아이를 얼러준다. 혹시라도 아이가 울고 있었다면, 우는 기운을 압도해야만 한다. 이때 노래를 들려준다. 가요에만 익숙했던 나는, 아기노래가 담긴 씨디(CD)를 오디오에 넣고 튼다. 아직 가사가 익숙하지 않아 아이를 안고, 한손에는 가사 집을 들고 따라 부른다. 14곡이 들어있는 CD도 아이와 함께 부르다 보면 금세 마지막 곡을 부를 차례다. 어르고 노래까지 불러주면 대개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든다. 그러나 이마저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방법④] 그럼 산책을 나간다.

 

"햇빛은 아기에게 둘도 없는 보약이란다. 일광욕을 꾸준히 하면 신진대사가 촉진되고 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일광욕은 젖을 먹이고 1시간 정도 지난 뒤에 하는 것이 좋다"(신토불이육아법)

 

2개월 전후로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가 산책을 즐기면 좋다. 피부도 단련되고, 호흡 능력도 향상되고, 바깥바람을 쐬고 돌아오면 숙면을 취한다. 울다가도 밖으로만 나가면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5분, 10분, 20분, 30분 이렇게 시간을 늘려가면서 산책을 시켜줬더니, 이제는 제법 기다리는 눈치다. 울면 바로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 돌고 들어오면 오케이다.

 

더욱이 아파트처럼 답답한 곳보다 '사람'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산다면 좋을 것이다. 정다운 이웃이 반갑게 인사하고, 애정을 담아 이야기를 해주는 곳에서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을 맞을 수 있고, 다양한 빛깔과 향기의 꽃과 나무, 반가운 새들의 지저귐을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라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우리 동네(강북구 인수동 냉골과 범골)는 가능하다.

 

놀아주는 게 목적인지, 잠재우기가 목적인지

 

자장가를 부르면서, 내가 지은 노래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옆집아기와 '비교'까지 해가며 잠을 재우는 상당히 비교육적인 자장가이지만, 아빠의 마음이 그 만큼 간절하다. 사실이 노래를 부르면, 엄마도 속내를 들킨 것처럼 웃는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자는 아기 우리 아기 우는 아기 옆집 아기

(옆집에 다섯 살배기 '자연'이는 동네가 떠나가도록 우는 게 특기다).

 

이 시기에 무엇보다 익혀야 할 필살 기술은 '재우기'다. 당장 아이를 돌보는 부모 입장이라면 아이를 잠재워, 다른 것(자고, 쉬고, 먹고, 노는)을 하며 보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절박할 때가 있다. 여차저차 해서 몸이 피곤하고 아이까지 칭얼댄다면, 아기를 향한 모든 행위는 결단코 '잠재우기'로 수렴된다.

 

'계속 놀아주면 되는데 왜 아이를 잠재워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한다면, 아마도 그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아이랑 계속 놀아주면 아마 아기에게 기운을 모두 뺏겨 몸에 병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산후 우울증'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이도 하나의 '생명'이듯, 부모 역시 '생명'이다. '생명'은 생명유지활동도 하지만 관계적 동물이기에 '일상적인 생활'도 해야지 살아갈 수 있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는 책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살림도 하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맛난 것도 여유롭게 먹어줘야 한다. 그래야 어린 '생명'을 잘 보살피며 키울 수 있는 새 힘을 얻을 수 있다.

 

생각 없이 육아를 하다보면, 육아의 책임으로부터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러워 지고 만다. 출산 이전의 삶으로 빨리 돌아가려는 욕심 때문이다. 또 돌보지 않고 육아의 열매만을 맛보고자 하는 이기적인 마음일 게다.

 

보통 남자들이 이런 기운이 강하다. 신체의 변화가 적어서인지 육아에서 도망갈 때가 많다. 부끄럽지만 몇 가지 사건들 속에서 나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음을 추스린다.

 

삼각산의 신령한 기운과 시원한 계곡물과 나무그늘을 즐기고, 자연동물(청솔모, 다람쥐, 꿩, 참새, 산비둘기, 종달새)과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삼각산 자락 인수동 아름다운 마을에서, 여자와 남자가 함께 부족하나마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며 육아의 주인으로 오늘도 살아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수동 마을신문 www.welife.org 에도 실렸습니다.


#육아일기#잠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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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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