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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룡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저를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저는 가끔 교수님의 수업을 기억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주로 외부 일로 바쁘셨던 모양입니다. 교수님의 수업은 주로 교수님이 집필하신 책 한 권을 읽고 요약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것은 매년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생생한 고민이나 견해를 들은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졸업한 지 2년이 넘었으니 지금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기억하기엔 교수님께서는 2006년 말 안식년을 보내셨고 2008년에는 '공정언론시민연대' 대표를 맡으시며 '노조에게 장악된 mbc의 사영화'를 주장하셨습니다. 이후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한나라당 쪽 위원장도 맡으셨지요. 그리 보면 계속 학문보다는 외부 업무로 바쁘시지 않았을까 생각도 됩니다.

 

오늘(7월 31일) 교수님께서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선임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미디어의 이해를 강론하신 교수님께서 오히려 미디어를 왜곡하는 일련의 움직임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워 외람된 글을 올립니다.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언론장악의 폐해 분명히 나타나

 

교수님께서는 한 기고문을 통해 '미디어 융합이 세계적 대세'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프랑스 공영방송 TF1은 사영화되면서 뉴스 앵커가 대부분 교체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시사교양 프로그램 대신 자극적인 오락 프로그램과 값싼 미국 드라마가 대거 편성되었습니다. 광고수익만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방송사가 광고주인 자본의 눈치를 보게 된 것은 당연합니다.

 

일본 방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탈리아 최초의 3선 총리인 베를루스코니가 언론재벌이며, 언론장악을 통해 정치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먼저 폭넓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하는 것이 교수의 임무라면 교수님께서는 아무래도 임무를 다하지 않고 계신 것 같습니다.

 

국민을 '주인'에서 '소비자'로 전락시키는 꼴

 

또 "'신문방송 겸영금지'가 80년대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로 인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방송이 국민의 것이 아닌 자본의 것'이라 말씀하시는 듯 보여 크게 우려스럽습니다. 원칙을 따진다면, 공공재인 방송이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는지요.

 

국민을 방송의 주인에서 소비자로 '전락'시킨다면, 방송의 공공성은  누가 지킬 수 있을까요(적법한 소비자 불매행동을 해도 사법적 불이익을 당하는 지금 상황을 보면 더욱 염려됩니다).

 

교수다운 성찰을 기대합니다

 

교수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민의 것인 방송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일선에서 물러나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주십시오. 충실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먼저 살펴 주십시오. '미디어'란 인간의 수평적인 소통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임을 알려 주십시오.

 

저는 지금 작은 월간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돈을 충분히 받는 것도 이름을 날리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 한 곳을 제 어쭙잖은 펜으로나마 밝혀 보겠다는 마음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할 뿐입니다. 그러나 사회의 공기인 언론이 권력과 자본의 이해대로 움직인다면, 우리 국민은 저보다 더욱 훌륭하게 정론직필을 지키고 있는 언론인들을 잃을 것이요, 결국 각계의 소통 능력과 더불어 많이들 걱정하시는 '국가경쟁력' 마저 잃을 것입니다. 모두 '네'만 말하는 구조에서 '발전'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글을 쓴 불경함을 백배 사죄드리고도 모자라다는 마음입니다. 모자란 제자의 무례함에 노하시되 다만 지금 사회에서 진정한 미디어의 역할과 스승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돌아 봐 주십시오. 적어도 그것은 지금의 행동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신문방송학과 졸업생 윤성희 드림


태그:#MBC, #한나라당, #김우룡, #미디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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