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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요즘처럼 이 화두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는 때도 없는 것 같다. 방송법을 비롯한 언론악법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선임,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하는 신규 종합편성 방송채널과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미디어렙 법안 제정 등 2009년 하반기 언론관련 주요 현황들은 단순한 언론환경의 변화를 뛰어넘어 중요한 사회적 아젠더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연찮게 한국사회 언론 역사와 현재 진행중인 언론 환경 변화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안목'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사단법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에서 마련한 언론학교 강좌를 수강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30일까지 한 달동안 총 10개 강의로 진행된 민언련 제69기 언론학교를 수료했다. 최근 급변하는 언론 미디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언론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많은 일반시민들이 참가했다. 이번 기수는 모두 150여 명이 수강했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이해 20대 학생들이 많이 참가했고 30대 이상 주부나 일반 직장인들도 강좌에 참가했다. 

 

 

강의는 언론계와 정치계, 학계를 망라한 명사들로 진행되었다. 민언련 대표와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최민희 강사의 '언론, 두 개의 세계'를 시작으로 강기갑 국회의원, 박수택 SBS기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남문희 시사IN 편집장, 이춘근 MBC PD수첩 PD,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등이 주요 강사로 참여했다.

 

이번 언론학교 수강을 통해 일제시대 이후 한국사회 언론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언론 비전공자에겐 좋은 기회였다. 또한 언론권력으로 대두된 조중동 실체를 통해 언론을 감시하고 비평하는 시민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언론학교 수강 중에 '막장'으로 통과된 언론악법에 대한 자세한 내막과 파급효과를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언론학교 수강 중에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법안 자체에 내포된 모순과 문제점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언론학교를 수강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민언련 주최 '조중동 UCC공모전'에서 누리꾼 인기상을 수상한 '조중동의 꿈'(출품자 강신욱)에 인용되는 독일 나치스 선전부장 요셉프 괴벨스.

 

발터 코펠이 제작하고 폴 로다가 감독한 '아돌프 히틀러의 미공개 X파일'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괴벨스는 "선전(propaganda)은 우리에게 힘을 가져다 주었다. 아울러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힘도 주었다. 우리에게 세계를 정복할 힘 또한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역설한다.

 

우리 사회 몇몇 거대 언론권력이 언론악법을 통해 지상파나 종합채널방송에 진출한다면, 즉 강력한 '선전'의 힘을 지배한다면 어떤 거짓말이 사실로 둔갑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역사는 진보하기도 하지만, 반복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민언련 언론학교 69기는 7월 장마기간동안 열렸다. 폭우와 습한 무더위 속에도 150여 명의 수강생들은 '우리사회 언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시민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시간을 함께했다.

 

지난 58기 민언련 언론학교를 수강한 일본인 슈이치로씨는 민언련 영상자료를 통해 언론학교 수료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언론을 또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있다는 것이 민주적인 사회에 있어서는 너무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는 이러한 시민단체가 없다. 나같은 일본사람은 조중동의 일본어 사이트 밖에 못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건에 대한 시각이 그쪽(조중동) 생각밖에 모른다. 언론학교를 통해 다른 시각도 있을 수 있고,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게 아주 인상깊었다"

 

이번 69기 언론학교 전체 수료자를 대표해 정연우 민언련 상임공동대표로부터 수료증을 받은 40대 후반 주부는 언론학교 수료소감을 잠시 울먹이며 말했다.

 

"그동안 환경운동 등에 작은 관심과 참여만 있었다. 그런데 5월 이후 이 사회의 근본적인 것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언론학교를 신청했다. 80년대 대학다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요즘 20대를 조금은 부정적으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좋은 강의를 듣는 20대 젊은 분들을 보니 너무 예쁘기만 하다. 이 사회는 여러분들이 지켜주어야 한다"

 

민언련 제70기 언론학교는 오는 9월 22일 개강한다.


#민언련#언론학교#언론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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