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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밥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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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의 진정한 유산의 의미는 가족이었다. 종영이 된 지금도 <찬란한 유산>이 던져준 메시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남아 있는 요즘이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의미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아도 믿어주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니 말이다.

그런데 참 엽기적인 가족이 드라마에서 등장하고 있다. 물론 가족이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들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참 특이한, 이 세상에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가족들이 있다. 바로 <밥줘>의 조영란(하희라)의 가족이다.

<밥줘>는 요즘 일일드라마 시청률 1위를 고수하며 선전하고 있는 것에 반해 막장드라마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는 범상치 않은 드라마이다. 특히 내용의 구성과 스토리 전개가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 아주 제대로 된 막장드라마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니를 돕는다는 명목 아래 폭력을 행사하는 엽기가족
 언니를 돕는다는 명목 아래 폭력을 행사하는 엽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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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잔혹가족극 <밥줘!>의 도를 넘어선 행태

애초 영란과 그의 남편 선우(김성민). 두 부부는 선우의 외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가정이 해체되기 직전에 직면해 있다. 즉, 다시 말하면 한 마디로 '콩가루'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상 이전까지 부인에게 하는 말이라고는 "밥 줘!"가 전부였으니 그 싹은 이미 보였으리라.

사실상 불륜드라마인 <밥줘>는 극의 전개 자체가 도를 넘어섰다. 바람을 피고도 너무 당당한 선우, 내연녀치고는 너무도 당당한 화진(최수린), 그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한 영란. 이 세 사람은 극의 전체 흐름을 비상식적인 드라마로 만들고 있는데, 지금 보면 불륜드라마가 아니라 엽기잔혹가족극 <밥줘>라고 불러도 될 만하다.

우선 선우의 외도가 극의 전체적인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파장을 몰고 온다. 선우는 외도 사실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탄로가 났을 때도 무마하기 위해서 무언가 행동을 다급하게 취하는 모습도 없었다. 오히려 부인에게 "응. 나 화진이랑 사랑해. 헌데 이혼은 안 돼!"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황당한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 영란의 응징이 시작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영란의 응징이 아니라 영란을 둘러싼 가족들의 응징이다. 첫 번째로 맏딸이자 영란의 언니 영심(김혜선)이 그녀를 향해 응징한다. 역시 응징의 방법은 폭력이다.

으레 우리나라에서 불륜을 저질렀을 때 내연녀를 응징하는 방법으로 첫 번째가 폭력이다. 영심은 그려는 찾아가 따귀를 날리며 "내가 왜 이렇게 뚱뚱한 줄 알아. 너 같은 X! 때리라고 이런 거야!"라며 아주 노골적인 대사를 퍼붓는다.

이어 영란의 친구 정희(홍수민)가 함께 찾아가 육탄전을 방불케한다. 화진은 고스란히 폭력에 휩싸이고 영심은 그녀의 집기를 던져 부숴버린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로 영란의 동생 영미(오윤아)가 찾아가 빈정거리는 화진을 향해 따귀로 일격을 가하고, 발을 들어올려 움직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역시나 그녀도 극단적인 대사를 내뱉는다. "나는 당신을 지금 죽이지 않을 거에요. 형부 보는 앞에서 반쯤 죽을 만큼 때려줄 거에요"라고.

물론 내연녀 자체가 나쁜 행위를 한 사람이지만 그 때의 방법이 꼭 폭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정작 영란은 그녀를 향해 어떠한 응징을 하지 않는다. 모두 가족이나 친구들이 내연녀를 향해 응징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러한 응징방법은 드라마 속에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자매가 돌아가면서 내연녀를 응징하는 식의 스토리는 <밥줘>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특히 폭력이라는 자체가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나쁜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설정은 자극적인 스토리로 인기를 끌겠다는 심산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여기에 남편 선우는 영란을 향해 폭력을 일삼는다. 물론 주먹을 휘두르는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폭력까지 일삼는다. "까불지마라"와 같은 류의 언어로 영란을 무시하고 그녀의 행동을 우습게 여긴다. 특히 싸움을 하는 도중 그녀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며 강간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등 저녁시간대 일일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엽기잔혹가족극이 펼쳐진다.  

그뿐이 아니다 영란의 딸은 자신의 아버지 선우 태도에 "더러워!"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아빠와 엄마, 그리고 딸의 관계가 이미 해체된 상태라고 할 정도로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이 아니다.

영란의 바람을 피는 것을 오히려 부추기는 영란의 가족들
 영란의 바람을 피는 것을 오히려 부추기는 영란의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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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조장하는 엽기잔혹가족극을 쭉~

더 나아가 극의 흐름이 드디어 영란의 복수가 시작되는데, 역시나 복수방법은 지극히 식상하다. 으레 불륜 드라마에서 꼭 바람을 핀 남편에게 배신당한 조강지처에게 찾아오는 백마 탄 왕자의 콘셉트로 진행되는데, 역시나 연하, 아주 멋진 총각이다.

대체 왜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는 아줌마에게 백마 탄 왕자들이 쉽게 찾아오느냐, 반문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러운. 여튼 이러한 설정이 <밥줘>에서도 펼쳐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나 맞바람을 피는 상황을 이끌어 나가는 스토리가 참으로 남다르다. 아니, 역시 엽기잔혹가족극에 딱 들어맞는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맞바람을 피는 영란의 태도는 과연 이 여자가 남편을 향해 복수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와 잠시잠깐 외도를 하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즉, 영란의 태도가 일단 모호하다. 선우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이유를 하나씩 부숴버리겠다는 일념 아래 맞바람을 시작했지만 정작 과연 그러한 맞바람이 대체 무슨 복수일까 싶다.

또한 영란의 가족인 영심과 그녀의 남편, 영미는 영란이 맞바람을 피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말리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기고 있어 역시 엽기가족임을 분명히 한다. 사실 맞바람으로서 외도에 응징하는 방법은 많이 있지만 자식을 배제한 채 맞바람을 피는 것은 극히 드물다. 게다가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영란의 외도를 부추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지만 영심의 경우 그 사실을 알고 웃으면서 남편에게 이야기하고, 오히려 "잘 됐다"는 표현을 쓴다. 게다가 영미는 남편 선우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자 그 남자 이야기를 일부러 꺼내 선우의 화를 돋우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엽기잔혹가족극이 매일 안방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꼴이다. 남편은 바람을 피고도 당당하고 아내는 맞바람을 피고, 가족들은 그녀의 바람을 추기고 대신해서 내연녀에게 폭력을 일삼는다. 자식은 아버지를 벌레처럼 본다. 이들 엽기잔혹가족극의 결말이 무지 궁금해진다. 


태그:#밥줘 , #엽기가족 , #하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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