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평사리라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을 중심으로 1897년 한가위부터 광복의 기쁨을 맞본 1945년 8월 15일까지의 근세사를 담은 박경리 선생의 현대소설 <토지>. 이 작품에 만화의 특유의 맛과 스타일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만화가 오세영님의 <만화 토지>를 보셨습니까?
소설 속 등장인물과 배경을 시각적인 재미와 흥미로 이끌어낸 <만화 토지>는, 무엇보다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소상히 엿볼 수 있는데요. 지금은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나 볼 수 있는 농가와 촌부들의 일상을 자세히 그려내, 만화라기보다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그렇게 생동감 넘치는 <만화 토지> 속 배경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농가 풍경을, 자전거를 타고 한강 따라 철책선 따라 가던 길에 마주했습니다. 비좁은 79번 국도를 타고 김포 용화사를 지나 한강제방 바깥쪽의 드넓은 개간지가 좌우로 펼쳐진 누산배수갑문 옆에서 말입니다.
'자연생태탐방 및 친환경 김포금쌀 홍보단지'라는 표지판이 서있는 길가 벌판에는, 상투를 튼 남정네들이 못자리를 만들고 모를 내고 써래질을 하고 논물을 대고 타작을 하는 농촌 풍경을 재현하고 있었습니다. 말없는 마네킹들이었지만 <만화 토지>에서 본 장면들과 겹쳐져 흥미로웠습니다.
오가는 이들이 쉬어갈 수 있게 마련해 둔 정자 아래로는, 농부들의 피땀으로 정성껏 일군 들푸른 누산개간지와 토지 속 마을도 굽어 보입니다.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한 쉽게 볼 수 없는 기억속의 농가 풍경을 사진 속에 담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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