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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부터 시작된 미디어법 홍보 TV광고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28일 오전 민주당 소속 국회 문방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장을 찾아간 민주당 의원들은 미디어법 홍보 TV광고가 정당 광고를 금지한 방송광고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최 위원장은 "(22일 통과된) 미디어법이 지난 연말 입법안 제출 당시 방통위가 낸 의견보다 훨씬 완화돼 우리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방송 중단을) 검토해 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오는 10월말 발효될 미디어법의 시행령 마련 등 행정절차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 전병헌, 장세환, 변재일, 조영택, 김부겸, 서갑원 등 6명 의원들이 돌아가며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최 위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전 10시35분부터 11시25분까지 50분간 계속된 면담에서 최 위원장은 시종일관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대화 도중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자분자분 말해도 충분하다"며 점잖게 타이르기까지 했다.

 

민주당 "후속조치 발표, 사법부 압력 행사"-최시중 "사법부 무시하는 말"

 

이날 대화는 뼈 있는 말을 던지며 시작됐다. 방통위원장실 옆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최 위원장이 물을 마시며 면담을 시작하려 하자 전병헌 의원은 "방통위원장과 직원들이 냉수 먹고 속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다. 옆에 앉은 장세환 의원이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왔다"고 거들자, 최 위원장은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하는게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 아니냐"고 응수했다.

 

이어진 대화는 지루한 공방이 됐다. 전 의원은 지난 26일 최시중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종편채널-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착수' 등 후속조치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먼저 항의했다. 그는 "(최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사법부에 간접적으로 (효력정지가처분 기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우리 사법부가 그런 소견을 발표한다고 해서 압력을 느낄 그런 사법부는 아니라고 본다"며 "사법부 조직을 무시하는 말"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또 행정적 조치를 먼저 시작한 데 대해 "헌재 소송은 알고 있지만 행정기관으로서는 법안 내용을 실현할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실무적으로 조용히 준비할 수 있는데, 구태여 일정을 밝히고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아니냐"(변재일 의원)고 최 위원장을 몰아붙였다. 헌법재판소의 방송법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청구 심판 결과가 나온 뒤 공개적 실무조치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이송되지도 않았고, 공표도 되지 않았는데 실무조치를 시작한 것은 사실상 법안 '입도선매'(상품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주문해 사들이는 행위)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정부에서 법안을 입도선매할 수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가볍게 받아넘겼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의 처신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최 위원장이 방통위 상임위원들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준비하는 등 독선적으로 방통위를 이끌어간다고 주장했다. 독일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나 5공 정권 당시 언론통폐합을 주도한 '허문도' 전 문공부차관에 빗댄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국회에서 다양한 각도로 충고해 주신 것을 늘 경청하고 있다"며 "독선, 독재에 빠지지 않고 경솔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계속해서 미디어법 관련 행정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최 위원장은 "행정기관의 장으로서 실무절차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 판단이 나오면 그때는 새로 준비를 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다만 그는 미디어법 TV광고와 관련해 "의원 개인입법과 특정 정당 광고에 왜 국민혈세를 낭비하느냐"는 비판을 받게 되자 "(TV광고 중단을) 검토해 보겠다"고 받아들였다.

 

'사퇴 요구'마저 웃으며 넘긴 최시중 위원장

 

민주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전 의원은 "미디어법 부당한 광고, 행정조치 공개 발표는 분명 문제가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사과 않는다면 최 위원장이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사퇴 요구마저 가벼운 농담으로 응수했다. 그는 "오늘 천정배 의원이 안 오셔서 물러가라는 소리가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전병헌 의원이) 대리 업무를 맡았나 보다"고 웃음을 지으며 넘겼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다"며 방통위원장실을 나왔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방통위 항의방문에 앞서 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최 위원장의 독재적 행태는 이명박 정권의 붕괴에 일조하고 있다"며 "끝없는 독선과 월권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송법이 헌재 계류 중인데도 미디어법 홍보 TV광고를 시작한 것은 "혈세낭비"라고 거듭 지적하면서 최 위원장과 유인촌 장관 사퇴, 이명박 대통령 사과,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석방, 미디어법 후속조치 중단 등을 요구했다.  


태그:#최시중, #민주당, #미디어법,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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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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