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건강한 먹을거리와 유기농 농산물을 고정적으로 계속 이용하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서 선뜻 발을 들여 놓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주부치고 이런 고민 한 번 쯤 안 해본 사람 있을까. 우리나라에 '한살림'이나 '두레연합' 등 건강한 먹을거리를 파는 기업이 있지만, 많은 주부들은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몸에 좋은 줄은 알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것과 언제나 손쉽게 구입하기 어렵다는 단점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실제 경험을 통해 나름 잘 풀어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안성두레생협'사람들. 이들 4명 (김영향 : 안성두레생협 대표, 정운길 : 안성두레생협 사무국장, 안숙재 : 안성두레생협 간사, 봉인영 : 안성두레생협 운영위원)이 안성 시내에 있는 한 치킨 집에서 맥주 한 잔을 놓고 수다가 시작되었다.

 

13명 회원에서 시작해 239명 회원이 되기까지

 

기자 :  이 모임의 과정은요?

김영향 : 2003년 처음 시작할 땐 안성의료생협의 소모임인 '생활재구매모임'로 시작했지요. 작년 6월 인터넷 쇼핑몰(http:www.dure.coop)을 개설했고 '깊은생협'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최근엔 '안성두레생협'으로 이름을 바꿨죠. 실제로 전국 규모의 '두레연합'과 함께 이 일을 해나가고 있고, 안성의료생협으로부터 독자적인 '소비자생협'으로의 첫 발을 내디딘다는 이유도 있죠. 처음 13명 회원에서 현재 239명의 회원이 되었네요.

 

기자 : 우와, 그동안 회원이 꽤나 늘었네요.

김영향 : 천천히 조금씩 늘은 거지요. 아직 우리는 배고픕니다. 호호호호.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웃음으로 한 바탕)

 

비싼 게 장점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정운길 : 사실 우리 생협의 장점은 가격이 비싼 겁니다.

기자 : 네? 그럴 리가.

정운길 : 아뇨. 저희 집 아이들은 생협의 친환경 과자를 먹는데, 가격이 비싸다 보니 과자를 많이 먹지 않도록 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도 그런 것이 습관이 되어 과자를 훨씬 덜 먹게 되고요. 전에 일반 슈퍼에서 싼 과자를 마구 먹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결국 한 달 동안 과자에 쓰는 돈은 비슷하던데요.

 

안숙재 : 맞아요. 그런 방면으로 제일 많이 달라 진 사람 중 대표적인 예가 저예요. 여기 들어오기 전엔 대형마트 등에서 생각 없이 막 쇼핑하고 살았죠, 지금은 다소 비싼 먹을거리를 일주일에 한 번씩 두레생협에다가 하나하나 신청합니다. 바로바로 가격이 눈에 들어오니 규모 있는 소비생활과 절약이 저절로 몸에 배었어요. 이젠 꼭 필요한 것만...

(모두들 동감의 박수를 친다.)

 

정운길 : 그렇죠. 대형마트 등에서 먹을거리 등을 사면 한 코너 당 계산하는 게 아니라 카운트에서 일괄 계산하니 소비하는 데 감각이 없어지죠. 각종 할인 행사 등을 통해 충동구매는 기본이 되고, 카드로 결재하기가 일수이니 아무래도 과소비가 이루어지죠.

김영향 : 맞아요. 우리 회원들 중 많은 분들이 몸에 좋으면서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저절로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심지어 전에는 잘 하지 않았던 가정 식단을 짜서 알뜰살뜰 구매하게 된다는 소리를 여러 명으로부터 들었어요. 물론 쇠고기 등 고기는 우리 생협이 가격이 더 싸기도 합니다만.

 

봉인영 : 생협 방식대로 소비하니깐 확실히 냉장고 안에서 썩어 나가는 음식이 없어지더라고요. 괜히 많이 사지 않고 꼭 필요한 음식만 사는 거라서...

정운길 : 무조건 가격을 싸게 하는 것은 어쩌면 대기업들이 과소비를 부추기는 하나의 방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생협의 소비 형태를 두고 '착한 소비'라고 하지요.

기자 : 하지만 역으로 대기업에서 보면 '못된 소비'가 아닐까요?

(모두 그 말도 맞는 말이라며 잠시 웃음바다)

 

"꼭 그렇게 유별나게 오래 살아야 하느냐?"

 

기자 : 사람들에게 "뭐 그리 오래 살겠다고 그러냐. 꼭 그렇게 유별나게 살아야 하느냐"라는 핀잔을 듣지는 않으세요?

봉인영 : 아하 그건 천만의 말씀이죠. 일면만 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만 두레생협을 이용하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지겠죠.

 

김영향
: 그건 맞습니다. 우리 두레생협은 지역의 먹을거리와 건강한 먹을거리를 확보하여 유통하게 함으로서 소비자의 건강과 소비생활이 살고, 생산자는 수익창출과 건강할 먹을거리 재생산 구조가 살게 되는 거죠. 말하자면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동참해서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정운길 : 그래요. 만약 자신 한 몸의 건강만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유명한 친환경 매장에 가서 혼자 먹을거리를 사고 말죠.

 

김영향 : 그래서 저는 조그만 소도시 안성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생협'을 굳이 고집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는 곳이니까요. 우리 안성에도 '소비자 협동조합'이 있어야 한다고 보며, 우리 지역 농산물은 우리 지역에서 사용하는 등의 소비구조가 살아나야 한다고 보는 거죠.

 

기자 : 그럼  안성의 '소비자 협동조합'의 일을 '안성두레생협'이 하겠다는 말씀?

김영향 : 네 맞습니다. 이 일은 우리의 소비패턴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고 우리의 미래를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성은 비록 소도시지만 '도농복합도시'라서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이 일이 아주 적합하다고 봅니다.

 

'건강한 소비, 착한 소비'로 돌아서는데 적어도 1년.

 

기자 : 그런데 회원들이 처음부터 이러한 소비패턴에 잘 적응하나요?

봉인영 : 물론 한 번의 회원가입이 다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들의 생활패턴을 터치해주고 유대관계를 유지할 때만이 지속가능하겠지요. 한 사람이 기존의 소비패턴을 버리고 '건강한 소비, 착한 소비'로 돌아서기엔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안숙재 : 그래서 우리 같은 실무자들이 회원관리와 지속적인 관계유지를 위해 힘쓰고 있는 거죠.

 

봉인영 : 그 일은 참 중요해요. 제 같은 경우 겨우 두레 생협의 소비 패턴에 길들여졌다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예전 패턴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오락가락 하죠. 호호호호호.

 

정운길 : 맞습니다. 생협의 소비패턴으로 길들여지기는 어려운데 반해 다시 예전으로 확 돌아가는 것은 순식간이니...

김영향 : 그래서 회원들 간의 유대관계와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요.

 

이 수다의 주인공들은 모두 안성의 평범한 주부이며 가장이기도 하다. 다만 그들은 우리의 건강한 소비구조, 건강한 환경, 건강한 미래를 위해 남에게 하라고 하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착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비록 인기 없는 하나의 패턴을 고집하는 사람들로 보이지만, 머지않은 날엔 그들이 아주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될 사회가 오게 될 것이리라. 

 

인터넷 주문은 두레생협 쇼핑몰 http:www.dure.coop 로 하면 되고, 문의는 안성두레생협 사무국(031-671-2066)이나 안성두레생협 홈페이지 http://cafe.daum.net/ansungdure 로 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미팅은 지난 23일 안성두레생협 1층 치킨집에서 이루어졌다. 


태그:#안성두레생협, #친환경 먹을거리, #소비자협동조합, #두레연합,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