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오랫만이다. 야외법당에 앉았다. 법당 가운데 보리수 그늘이 참 좋다. 하늘을 거의 다 가릴 정도로 장대한 나무다. 매력적인 이 나무에 반해 이곳을 가끔 찾는다. 그리고 소박하고 단출한 공양이 발길을 끌기도 한다.
저녁공양. 식판에 밥을 담고 물김치와 오이지도 먹을 량 옮겼다. 오늘 반찬은 짜지 않고 심심했다. 알고 보니 주방장이 바뀌었다. 미역국 맛이 좋다. 푹삶긴 미역은 부드럽고, 국물은 개운하고, 담백하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이런 맛이 나오다니...
간장과 도선사의 물 맛 힘이라고 생각했다. 절이니까 당연 (육)멸치나 (화학)조미료를 안넣을 거라 여겼다. 맛있게 먹고 남김없이 비우는데 마침 주방장이 곁에 왔다. 고마운 마음으로 여쭸다.
미역국물 낼 때 멸치를 쓰지 않지요?
멸치요? 안 넣어요...
그럼, 뭐로 국물을 내죠?
다시다요.
뭐요?
잘못 들었는가 싶어 뭐라구요? 다시 물었다.
다시다요!
무슨 다시다요?
쇠고기 다시다요!
...
할 말을 잃고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랬구나!...)
조선간장으로만 이런 국물맛이 나올 것이라는 것은 혀의 착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뒷맛이 간사하게도 다시다 맛인 거 같다.
묻지 말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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