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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속담에 신은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오늘도 새벽 일찍 엷은 안개 속을 조깅하면서,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들은 해운대구 중2동에 소재한다는 수호신각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평생 나는 신따위는 없다고 니체처럼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나이 탓일까.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보이지 않는 신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불쑥 불쑥 드는 것이다. 어쨌든 눈에 보이지 않는 신만큼, 마음이란 신처럼 알 수 없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신화 바리공주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오구대왕과 왕비는 일곱째 딸인 바리공주를 버린 죄로 병이 들어 죽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바리공주는 누구도 갈 수 없는 서천 서역국에 가서 무장승의 종살이를 하다가 그와 결혼 하여 일곱 아들을 낳고 약수와 영약을 구해다가 부모를 살려낸다.
 
오구대왕은 바리공주를 보살이 되게 하여 수륙재의 공양을 받도록 하고, 무장승은 장승이 되게하여 산신제와 평토제수를 받도록 점지한다. 장승은 산과 토지의 수호신인 산신 및 토지신의 신역에 속하는 마을의 수호신이다.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좋아하는 무조신화 바리 공주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 토속 신앙의 뿌리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을의 수호신각이나 솟대, 장승 등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중 2동의 '수호신각'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길을 헤매다가 새벽 일찍 텃밭에 일하시는 농부에게 물었더니, "우리 동네에 수호신각이 있다구요 ? 난 모르겠는데..." 하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인으로부터 위치를 알아내려고 핸드폰을 찾으니,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온 것이다. 둘레둘레 공중전화 살피니 공중전화도 없다. 
 

그러다가 '해월정사'의 산문 앞에서 만난 노보살에게 "혹시 수호신각 모르세요?" 하고 물었더니 바로 저기라고 '수호신각 가는 길' 안내판을 가리킨다. 나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안내판 보고 약간 실망스러웠다. 어디 굴러다니는 못 쓰는 나무판에 정성 없이 쓴 안내판은 빗물이 번져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신이 사는 곳은 성역, 그래서 성역은 청결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러나 중2동 소재 마을 수호신각은 왜 그곳에 수호신각이 있어야 하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이다. 마을 수호신각 위치는, 해월정사 뒤마당의 좁다란 오솔길로 접어들면 만날 수 있다.  
 

 
논어에 '신불향비례'라고 하여, 신은 제사 지내서 안 될 사람의 제사는 받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숲속에 무슨 움막처럼 세워져 있는 마을 수호신각 보면서 생각을 한다. 점점 물질주의로 바뀌면서 우리네 토속신앙문화는 터부시 되고, 이대로 간다면 우리 조상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유산들은 이렇게 소멸될 것이다. 우리가 무속신앙을 미신이라 하여 멀리하다보니, 우리의 소중한 무속대중문화를 이어나갈 사람이 희소해지듯이 말이다.
 

'신의 도움이 있다고 믿으면 두려움이 없다'는 말처럼 사람의 삶은 팔할 이상은 사실 마음으로 살아간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 형체의 영혼, 그것이 신이라고 보면 우리의 오래된 토착 신앙은, 집안 구석구석 마을 구석구석 채소 한 포기,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또 꿈 속까지도 신은 정말 초인종 없이 드나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밤 사이 텃밭에 핀 고추가 저렇게 토실하고 무궁화 꽃이 저렇게 환할 리가 없지 않을까?
 

태그:#수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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