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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트 이야기보다, 광고 이야기보다 사랑놀음에 빠진 <트리플>
 피겨스케이트 이야기보다, 광고 이야기보다 사랑놀음에 빠진 <트리플>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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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출연하다고 해서 드라마가 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철 지나간 이야기이다. '스타=흥행보증수표'는 부도난 수표로 일찌감치 시청자들이 몸소 겪은 바가 있다.

그런데 이젠 '스타감독=흥행보증수표'가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바로 MBC 수목드라마 <트리플>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네티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이윤정 감독이 연출에 나섰다는 소식에 사실상 <트리플>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여기에 이선균, 이정재, 윤계상과 민효린, 이하나가 주연진으로 나섰으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무언가 남다를 거라 생각했다. 사실상 다른 시청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필자는 그러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았는데 '이건 웬걸?' 무언가 이상했다. 아니 배신감이 밀려왔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 빠졌던 나로서는 <트리플>이 성에 차지 않았던 것. 연출자와 작가도 그대로였고, 화면과 배경음악 모두 <커피프린스 1호점>에 대적할 만큼 수준으로 뽑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차이가 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스토리였다.

결국 드라마에 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스토리가 <커피프린스 1호점>과는 확연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겠는가. 드라마 안에 담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면 화면과 배경음악은 곁가지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때문에 <트리플>을 보면서 지금도 내내 배신감이 든다. 아니, 이젠 그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스토리에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복남매의 사랑이야기를 새롭게 포장하려했지만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이복남매의 사랑이야기를 새롭게 포장하려했지만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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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의 엉성한 멜로스토리, 설득력 얻지 못해

우선 내용 자체가 식상하다. 허무맹랑은 둘째치고 흔한 이복남매의 사랑 그리고 주변 친구들과 얽힌 삼각관계는 과연 <커피프린스 1호점>의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낸 주인공들이 맞나 의문을 품케 한다. 차라리 신활(이정재)을 비롯하여 현태(윤계상)와 해윤(이선균) 모두 하루(민효린)를 좋아했더라면 생각이 들만큼 멜로스토리가 식상하다.

이런 류의 스토리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숱하게 다뤄졌다. 아니, 적어도 아직까지 일일드라마와 아침드라마에서는 아주 유효하다. 그래서 <트리플>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복남매 사랑 이야기는 철 지난 이야기다.

두 번째로는 멜로라인 스토리가 엉성하다. 사실상 일일드라마와 아침드라마를 비롯한 숱한 드라마에서 벌어졌던 이복남매의 사랑이야기였기에 소재 자체를 가지고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일. 그런데 이복남매의 멜로스토리가 진부하다라는 평가를 떠나 엉성하기 그지없어 시청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활과 하루의 사랑이 당위성을 얻지 못한 채 내용이 진행되고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그렇다면 다른 주연 배우들의 사랑이야기는 어떤가. 역시나 엉성하기 그지없을 뿐더러 황당하기 그지없다. 우선 활의 부인 최수린(이하나)을 사랑하게 된 현태. 그리고 하루를 좋아하는 지풍호(송중기). 이들은 어떻게 첫 눈에 반할 수 있을까, 아니 첫 눈에 반할 수는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사랑이 시작되다보니 시청자들은 그들의 사랑에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친구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최수린을 향한 현태의 태도는 도를 넘어선 무모함이다. 무모함을 보일 나이도 아님에도 현태의 행동과 그 태도를 받아들이는 최수린의 태도, 그것을 바라보는 활의 모습이 주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해결하기보다는 상황을 질질 끌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어린 마음에 무조건 들이대보고 마는 지풍호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풋풋해 보인다. 그래서 수린을 향한 현태와 활의 삼각관계는 식상함을 넘어서 황당하다. 또한 해윤과 상희(김희)의 사랑 이야기는 왠지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한성(이선균)과 유주(채정안)을 따라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완벽하게 따라했다기 보다는 한성과 유주의 사랑의 줄다리기의 모습이 보통 연인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면 해윤과 상희의 줄다리기는 조금 이해할 수 없는 상식 밖에 벌어지는 일들 같다.

어떻게 십 몇 년간을 친구로 지내다 느닷없이 원나잇을 한 후 사랑이 싹트고, 그런 해윤을 바라보는 상희의 태도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가. 물론 그런 독특한 캐릭터가 실제 우리 주변에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붕 떠있는데 그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해윤과 상희 러브스토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쿨함과 가벼운 사랑이야기가 모두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님을 <트리플>에서 몸소 보여주고 있다.
 쿨함과 가벼운 사랑이야기가 모두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님을 <트리플>에서 몸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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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함과 색다른 사랑이야기에 매몰된 <트리플>

그래서 <트리플>에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는 절대공감은 고사하고 아예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시청자들의 마음에 겉돌고 있을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좀 더 진지하게 그려졌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지는 모른다.

사실상 이복남매의 사랑이야기, 자신의 친구 부인을 사랑하는 삼각관계 이야기가 아침, 일일, 주말드라마에서 방영되었더라면 그보다 진지한 아니, 무거운 드라마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트리플>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볍다. 이복남매의 사랑이야기도 삼각관계이야기도 모두가 새털처럼 가벼워 후~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다. 그래서 이복남매 이야기가 좀 더 진지하게 그려졌더라면 시청자들은 그 사랑에 안타까움을 표시했을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삼각관계가 아닌 불륜이나 마찬가지인데(활과 수린은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이이기 때문에. 물론 불륜으로 딱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저 가볍게만 그려져 그 사랑에도 아무런 안타까움과 절절함을 느낄 수 없다.

아마도 그것은 이윤정 감독 스스로 <커피프린스 1호점>에 매몰된 것이 아닐까 싶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벌어진 은찬과 한결, 한성과 유주의 사랑이야기는 가볍지만 한 없이 가볍지만은 않은 적당한 온도를 지닌 사랑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안에 한결이 짝사랑하는 유주와 돈을 선택하고 떠났다 다시 한성 곁으로 돌아온 유주, 그녀를 다시 받아들였지만 예전만 하지 못한 한성. 남자인 척 행세를 하다 한결을 사랑해버린 은찬.

이들 모두 사실상 따지고 보면 그리 가볍게만 그려질 사랑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쿨'이라는 옷을 새로 입혀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한층 가벼워졌다. 즉, 트렌디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트렌디만 할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은 아니다.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한결과 은찬. 은찬에게 잠시잠깐 마음을 주었던 사실을 알게 된 유주와 한성의 사랑도 갈등이 불거지면서 꽤나 진지해졌다. 배신감과 그럼에도 사랑 사이에서 갈등해야만 했던 한결. 유주가 떠나 버리고 유주가 사랑이었음을 깨달은 한성의 모습이 펼쳐지면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이들은 성숙해졌다.

그러나 <트리플>은 그러한 과정이 생략되어 있는 듯보인다. 마치 "난 쿨한 사람이니까"라고 자조하듯 이복남매의 사랑이야기와 삼각관계에 있어 별다른 고민과 갈등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있다 해도 조금 더 진지해야 했다. 이복남매의 사랑은 사실상 근친상간일 수도 있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하루는 활에게 마음을 준다. 그리고 활 또한 수린과 하루 사이에서 쉽게 마음이 바뀌어가고 있다.

활이 수진과 별거 중인 상태는 불과 2개월 전이다. 그럼에도 어느새 하루를 사랑하게 되고, 활을 놓지 못한 수린이 현태와 사랑을 이루기 시작하는 조짐은 요즘 말하는 인스턴식 사랑의 본보기가 아닐까? 게다가 수린이 자신의 첫 사랑 남자의 결혼식에서 그와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남편에게 고백하는 설정 자체도 너무나 쿨함에 매몰된 스토리가 아닐까 싶다.

해윤과 상희도 마찬가지이다. 색다른 사랑이야기, 즉 요즘 세태의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것일까? 둘의 사랑의 줄다리기도 너무나 가볍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트리플>의 사랑이야기는 소재부터 전개까지 무엇 하나 시청자들을 설득할 것이 없다.

노희경의 작품 <굿바이 솔로!>에서 오영숙은 이야기 했다.

"이 세상이 쿨이 어디 있어? 쿨한 척하는 거지!"라고.

그래서 <트리플>은 매회 진행될 때마다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잃고 짜증만 얻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색다른 이야기의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날 듯싶다. 또한 전작의 매몰되어 발전이 없는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겨주고 떠날 것이다.


태그:#트리플 , #이정재 , #민효린 , #이선균 ,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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