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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정지 권고 이행 안하면 '강제 이행'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서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SSM(Super Super Market, 기업형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입점을 막기 위한 상인들의 농성이 6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김경배)는 첫 충돌이 발생한 15일 저녁 '사업조정제도' 신청을 위해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긴박한 상황인 만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업조정제도 신청 안건'을 통과시킨 뒤 이튿날 16일 곧바로 관련 서류(사유서, 의사록, 정관 등)를 첨부해 이를 중소기업중앙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다음날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의 발 빠른 행보가 이어졌다. 규정 상 중소기업중앙회는 30일 안에 슈퍼마켓연합회가 제출한 서류에 실태조사서를 첨부해 사업조정신청서를 중소기업청에 제출해도 무방하지만 긴박한 상황인 만큼 이를 매우 앞 당겨 17일 오전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제도 발동'을 신청했다.

 

중소기업청 또한 빠르게 움직였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사업조정'을 신청한 뒤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17일 오후 2시, 사업조정 관련 법적절차의 시작을 알렸다. 중기청은 이날 곧 바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본사인 삼성테스코에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발 빠른 행보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청을 오가며 '사업조정제도 발동'을 촉구하고 있는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중기청이 17일 오후 2시 삼성테스코에 관련 공문을 보냈다고 연락을 줬다. 공문내용 중 하나는 사업조정제도 신청을 위한 중소기업중앙회의 민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통지하는 것이고, 하나는 개점 예정에 관한 사실관계를 답변해 달라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청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데 일시정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타 지역 상인들과 공조를 통해 중소기업청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32조는 대기업 등(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중소기업 포함)의 사업진출로 당해 업종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에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거쳐 중소기업청장에게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사업조정 신청이 있으면 해당 대기업에 '신청 사실'을 알려야 하며, 대기업은 사실관계 요청 확인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불이행 시에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중기청이 통지와 더불어 사실관계를 요청했기 때문에 삼성테스코는 20일 오후 4시까지 중소기업청에 20일 개점과 관련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중소기업청장은 사업조정 신청이 있은 뒤, 해당 중소기업의 사업 활동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조정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사업조정을 발동할 수 있다. 사업조정의 주된 내용은 '사업의 개시 또는 확장의 시기를 3년 이내의 범위에서 연기'와 '생산품목·생산수량·생산시설 등의 축소'로 중소기업청장은 이를 대기업에게 권고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장이 권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그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취지(권고사항의 취지)를 공표할 수 있으며, 공표 후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대기업에게 '사업조정'의 강제 이행을 명할 수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청장은 사업조정의 신청을 받은 경우 해당 대기업에게 '조정심의회의'의 심의가 결정될 때까지 해당 사업의 인수와 개시 또는 확장을 일시 정지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중기청, 중소기업 편들까? 대기업 편들까? 

 

옥련동 상인에게는 다가올 20일 월요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테스코는 답변을 안 하면 과태료 500만 원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답변을 통해 삼성테스코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면 남는 건 중소기업청의 결정이다. 우선 중소기업청은 일시정지를 명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은 사실관계가 확인 되면 사업조정 신청인 측과 대기업 측의 의견과 진술 등을 토대로 이를 심의조정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심의조정위원회는 대기업의 일시정지 권고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90일 안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삼성테스코가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개점을 강행할 수도 있으며, 중소기업청이 일시정지 명령을 내렸더라도 이는 '권고사항'일 뿐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점을 강행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핵심은 사업조정 심의조정위원회의 결정이지만, 급하게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청의 방침이다. 중소기업청이 심의조정위원회를 열기 전 일시정지를 명하는 것은 중소기업청의 방침과 직결돼 있어서다. 

 

이와 관련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중소기업청이 일시정지를 명한다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내린 결정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심의조정위원회가 이를 거스르기 어렵다. 거스르면 스스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관철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수구민 네트워크 이혁재 공동대표 또한 "삼성테스코 역시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점을 강행하면 나중에 더 큰 손해를 입는다. 지금 일시정지를 받아들이고 사업을 접으면 투자 금액이 적어 손해도 적다. 그런데 개점했다가 3년 이하의 개점연기, 사업축소 등의 강제이행 명령을 받게 되면 어떻게 되나? 장사는 못하고 꼬박꼬박 월세만 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옥련동대책위 대표 임병화 현대슈퍼 주인도 "대기업이 도를 넘어 동네 구멍가게까지 휘젓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물러나지 않으면 우리도 안 물러난다. 삼성테스코는 결국 스스로 파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청의 용단과 삼성테스코의 양보만이 몰락 직전의 자영업자를 구하고 상생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7일 저녁 늦게 중소기업청 관계자가 18일 옥련동 현장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청의 거듭된 발빠른 행보가 중소유통업자와 중소상인들을 위한 행차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옥련동대책위는 '중기청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정재식 사무국장은 <부평신문>과 한 전화 통화에서 "저녁 늦게 중소기업청에서 연락이 왔다. 중소기업청장의 지시로 담당 과장이 옥련동을 방문해 실태파악을 하고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며 "간담회는 오후 1시로 잡혔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청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사태해결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SSM#중소기업청#중소기업중앙회#사업조정제도#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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