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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
▲ 내 책상 위로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 앞면
ⓒ 김동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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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직접적인 원인일 수도 있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대표적인 어록 중 하나다.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바보 노무현' 소리를 들으면서도 재벌총수와 전직대통령에게 맞짱 뜰 듯이 일갈하고, 국회의원 자리가 보장된 3당 합당에 참여하지 않고, 낙선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거듭거듭 고집스러울 정도로 부산 출마를 강행하면서 온몸으로 정도를 지켜나가고자 했던 바보 노무현의 정치철학이다.

이 바보 노무현의 철학과 실천에 감동하여 노무현 49재를 앞두고 살아 있는 노무현은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인간 노무현에 대한 감동의 여운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 노무현 대통령의 청동흉상을 제작한 사람이 있다. 그는 경기도 모도시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을 키우면서 불의의 편에 서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아빠 배진호(다음필명 차팬)씨다.

책상 위에 세워둘 작은 흉상 하나 만들고자 했는데 6개나!

전면
▲ 노무현 대통령 청동흉상 2 전면
ⓒ 김동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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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노무현 대통령의 흉상을 보고 수소문하여 청동흉상 제작의 주인공 배진호씨와 연락이 닿았다.

지난 6월 어느 날, 배씨는 선배가 운영하는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 전대통령의 흉상조각을 감상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흉상 제작을 마음먹었다고 한다. 대통령직을 떠난 후의 만델라 대통령의 편안하고 인자한 모습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 내방객들과 막걸리 한잔하거나, 밀짚모자 쓰고 친환경농업을 보급한다고 오리를 키우면서 생활하는 이웃 할아버지 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과 겹쳐 보이더란다.

흉상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조각가에게 문의하니 비용이 너무 비쌌다. 딸을 통해서 소개 받은 미술대학 학생에게 100만원을 작정하고 일을 맡겨 찰흙흉상을 만들었는데 노대통령의 생전의 모습이 확 느껴질 만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흙으로 만든 상이다 보니 장기간 보존하려면 폴리코팅을 해야 하고, 폴리코팅을 하면 자연스러운 느낌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생각 끝에 배씨는 인터넷을 흩어 청동상 제작업체를 찾았고 주물제작을 의뢰했다.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주물형틀을 만들면 10개 이상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흉상 하나를 만들고자 했던 시작이 결국 6개를 제작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100만원으로 시작한 예산은 700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버렸다. 사업을 위해서 제작한 것도 아닌데 결국은 시제품을 생산한 꼴이 되어 버렸다.

노 전대통령 49재 맞아 청동흉상 5개 봉하로 보냈다

후면
▲ 노무현 대통령 청동흉상 3 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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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또 생겼다. 1개는 내 책상 위에 세워 두면 되지만 나머지 5개는 어디로 보낼까? 생각 끝에 배씨는 노대통령 49재에 보내기로 했다.

먼저 하나는 유가족 분들에게, 나머지는 유시민 전장관, 문제인 전비서실장, 한명숙 전총리, 강금원 사장에게 하나씩 보냈다고 한다. 배씨는 하나만 더 만들었으면 좋았겠다고 아쉬워했다. 안희정 최고위원에게 보내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단다.

그렇다고 공들여 만들었는데 자기 몫을 보낼 수도 없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직 틀은 남아 있으니 필요한 분들이 있으면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이서 항상 함께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과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흉상을 선물 받은 권양숙 여사께서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왔단다. 기회가 되면 한번 만나고 싶다고도 했단다. 한명숙 전총리의 비서로부터다. 전화를 한번 주면 좋겠다고 했다는데, 그러나 자기가 전화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 청동흉상 받침 (우리 아이들에게)
ⓒ 김동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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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등에 지적재산권 등 청동흉상, 권리를 넘기겠다

그리고 배씨가 기자에게 물었다. 주물형틀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니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봉하마을'이나 '사람사는세상' 또는 '노사모'나 '시민관장'에 흉상제작과 판매에 관한 지적재산권을 넘기면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배씨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배씨는 흉상과 관련한 제반 법적 경제적인 이익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가슴에 묻고 싶은 모든 분들이 흉상 하나씩 집안에 보관할 수 있고, 노대통령께서 그리시던 '사람사는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에 함께 할 수 있으면 자기는 만족한다고 했다. 유족분들과 협의를 전제로 공적인 단위에서 보다 많은 흉상보급사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흉상 도매업을 해 보겠다는 사람들의 전화도 있었는데 모두 거절했단다.

'바보, 노무현! 당신은 언제나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 지난 대선 때 '사람 중심의 경제'를 주장하던 문국현 후보를 지지했었다는 배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고자 했던 '사람사는세상'을 이루기 위하여 모두가 하나 되어 노력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스스로 앞에 나서기를 어려워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친필 사인)
▲ 청동흉상 받침 앞면 , 강물처럼 (노무현 대통령 친필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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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경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청동흉상, #노무현흉상, #봉하마을,49재,봉하,바보노무현,흉상,바보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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