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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문화예술정책은 문화예술인들을 길들이려고 하는 의도가 강하다. 이명박 정부는 문화예술 순치(馴致)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부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뿔났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산지회(지회장 이민환, 부산대 교수)은 15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진행되고 있는 각종 문화예술 관련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계기관장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들어내기를 비롯하여 문화유산의 보호 없이 진행되는 '4대강 죽이기'사업, 서울-지방문화에 대한 지원차별정책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화예술 정책"을 비판했다.

부산민예총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할 것"과 "문광부는 완장을 풀고 민주적 문화정책개발에 매진할 것", "폭력적 일방행정을 지양하고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존중할 것", "지역문화 죽이고 한국문화 살 수 없다. 지역문화 육성할 것", "방송을 장악해 방송정치를 하기 위한 방송법 개악을 중단할 것", "생명의 젖줄이 막히고 국토의 대동맥이 경색된다. 4대강 사업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부산민예총 소속 문학․무대예술․미술․연극․영상․음악․춤․풍물굿․다원․노동문화․제문화교류․정책 등 각 위원회가 참여했다. 다음은 부산민예총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시국선언문> 이명박 정부는 문화예술 순치(馴致)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현재 33위에서 2013년까지 OECD 평균수준인 15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가 브랜드 제고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반민주정권의 수장인 대통령과 그의 나팔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둘러싼 보수세력들은 마치 거리로 쏟아져 나온 촛불들이 국가의 품격과 위상을 갉아먹는 생쥐인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들은 성난 민심을 되레 야속하게 생각한다. 촛불이 켜지지 않았다면, 노동자들이 말썽만 부리지 않았다면 747점보기가 이륙할 준비를 이미 마쳤을 것인데, 원수 같은 촛불 때문에, 노동자들의 파업 때문에 국가 브랜드가 추락하고 경제성장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촛불의 불씨를 끄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저항하면 좌빨로 몰고 생각이 다르면 숙청한다. 협박과 회유와 세뇌로 국민들을 길들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입맛에 맞지 않는 기관장들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문광부가 그 선봉에 서있다.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워원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을 치졸한 방법으로 밀어내고 문화예술계를 친정부 반진보의 무대로 꾸며 정권보전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

방자하게도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과과정까지 수술해서 예술가를 기능인으로 양성하려 한다. 이에 따르지 않는다고 감히 총장의 옷을 벗기다니, 이런 무례한 장관을 보았는가! 대학이 자율성을 빼앗기면 학문이 영혼을 팔아야한다. 예술가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한한 상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벽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만 그 꿈을 이루어 갈 수 있다. 

국토해양부가 주도하는 '4대강 죽이기'사업을 앞장서서 저지해야할 문광부가 오히려 개발독재시대의 선전수단인 '대한 늬우스'까지 부활시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4대강 주변지역에는 1482곳에 유물과 유적이 있다고 한다. 민족의 혼을 수장시키고 그 위에서 뱃놀이를 즐기겠다니 문광부에는 문화는 없고 관광만 있는가?

인디문화를 바라보는 문광부의 작태는 참으로 한심하다. 문화예술은 빠르게 진보하면서 변화하는데 이를 선도해야 할 문광부는 제도권의 틀에 갇혀 골수보수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디레이블 육성지원사업'을 철폐하더니 올해는 '독립영화 마케팅 개봉 지원제도'를 폐기했다. 지난 2월에는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지원금을 전격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제도권 밖의 문화예술계가 정부의 시책에 비협조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좌파들이 득실거린다고 생각하는가? 문광부는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통제와 관리로부터 손을 놓아야 한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집행한 문예지원금은 서울이 부산보다 무려 15배나 많았다. 지역이 서울의 문화식민지가 아닐진데, 지역문화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정부의 차별정책은 즉시 무덤 속에 들어가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좌파영화제로 몰아붙이고 영화관련 주요기관들을 서울로 뺏어가려는 충무로의 보수영화인들이 문광부와 손잡고 있다. 부산의 자존심인 부산국제영화제를 건드리면 안 된다. 특히 인적청산과 자율성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KBS와 YTN을 접수한 정부는 MBC에게도 마수를 뻗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미디어 관련법들을 개정하여 재벌방송·조중동방송을 생산하려 한다. 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을 울리고 있는 마당에 언론시장마저 양극화시킬 것인가! 방송정치를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서민들의 곳간을 헐어 부자들의 창고를 채우려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역사 이래 가장 불행한 정권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온 일련의 문화책략에는 권력에 순응하지 않으면 반드시 불이익이 따른다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기업의 규제는 한없이 풀어주는 정부가, 표현의 자유·집회의 자유엔 굴레를 씌운다. 그렇다고 촛불의 저항을 잠재울 수 있을까! 문화예술인들의 기를 꺾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는 문화예술 순치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들의 쓴 소리를 달게 받아들이는 민주정부가 되어야 한다.

우리들은 뜻을 모아 다음과 같이 외치니 그대는 귀를 열고 가슴으로 들어라!

1.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헌법의 명령이다.
2. 문광부는 완장을 풀고 민주적 문화정책개발에 매진하라.
3. 폭력적 일방행정을 지양하고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존중하라.
4. 지역문화 죽이고 한국문화 살 수 없다. 지역문화 육성하라. 
5. 방송을 장악해 방송정치를 하기 위한 방송법 개악을 중단하라.  
6. 생명의 젖줄이 막히고 국토의 대동맥이 경색된다. 4대강 사업 포기하라.

2009년 7월 15일.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


#시국선언#부산민예총#문화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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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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