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주주'인 이재오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일이면 이제 해야 되겠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당 일각에선 '정치 재개'를 암시하는 말로 받아들였다.

이 전 의원은 13일 자신이 객원교수로 있는 중앙대에서 열린 '세계화, 동북아, 한반도'를 주제로 한 동북아 미래포럼 국제학술회의의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자유롭게 (활동) 공간을 좀 넓히겠다는 이야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정부 성공 위해 필요한 일 할 것... 이제는 자유롭게"

이 전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에 기여한 사람으로 (역할이) 크든 작든 중요치 않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는 게 과제다. 이명박 정부를 만들 때 '이런 나라 만들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면 죄인이 되는 것"이라며 이른바 '친이주류 역할론'을 강변했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의 향후 행보를 두고도 "그러니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일이면 이제 해야되겠다"며 "이명박 정부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도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다른 데 초청 강연도 가고 가서 '왜 이명박 정부인가' 이야기도 하고 그런 일을 하겠다는 얘기"라며 "자유롭게 (활동) 공간을 좀 넓히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내 전직은 정치인" 복귀 '암시'... 시점은?

이 전 의원은 지금은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의 본업은 '정치인'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언제든 복귀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의원이 여의도에 돌아올 날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복귀설이 그것이다.

이 전 의원은 "지금은 대학교수로 와 있지만 제 전직이 정치인"이라며 "앞으로 교수로 정년퇴직할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당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엔 "당의 일정에 대해서 제가 관여할 만한 입장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은 답변이 부족한 것을 양해해달라. 당 문제는 아직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복귀 시점과 관련해서도 "아직 여의도를 가지 않겠다는 것은 유효하다"며 "제가 바라보는 한강 다리는 엄청 길다. (여의도에는) 천천히 가지요, 뭐"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계파 갈등, 극복해야 할 과제"

당내 계파 갈등과 관련해선 그는 "집권당 안에 하나의 목소리나 노선만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노선이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하나의 실천방법을 만드는 게 당"이라면서도 "사람에 따라 인위적으로 계파를 나누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계파를 나누는 건)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이라며 "하나의 정치적·정책적 노선으로 실천 방법을 만드는 게 아니고 무슨 인물에 따라서 이렇게 (계파를) 나누는 건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