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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내연산 제6폭포인 관음폭포.   관음폭포 위로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제7폭포인 연산폭포에 이른다.
포항 내연산 제6폭포인 관음폭포. 관음폭포 위로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제7폭포인 연산폭포에 이른다. ⓒ 김연옥

 

뜨거운 여름이 좋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하얗게 쏟아지는 시원한 폭포 때문이리라. 내리쬐는 햇살이 따가울수록,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폭포는 통쾌한 소리를 내며 우리들 가슴 속으로 시원스레 밀려든다.

 

그래서 날씨가 푹푹 찌는 여름에는 주로 폭포와 계곡을 끼고 산행을 하게 되는데, 포항 내연산은 연산폭포, 관음폭포, 상생폭포, 은폭포 등 청하골 12폭포를 볼 수 있어 여름 산행지로 인기가 많다. 추락하는데도 찬란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폭포. 그 앞에 서면 아이러니하게도 한여름의 절정을 보는 듯해서 나는 폭포가 좋다.

 

지난 5일, 나는 경남사계절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경북 포항시 내연산 향로봉(930m) 산행을 나서게 되었다. 아침 6시 30분께 마산을 출발한 우리 일행이 경상북도수목원(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10시 10분께. 굽이진 길을 한참 걷다 폭신폭신한 흙길에 오솔길처럼 정감 넘치는 숲길을 계속 걸어갔다.

 

꽃밭등에서.  
꽃밭등에서.  ⓒ 김연옥

 

오전 11시 35분께 꽃밭등에 도착했다. 지금은 그곳에 참나무가 많아졌지만 진달래가 산등성이를 뒤덮었을 때만 해도 산골 마을 아이들이 떼 지어 다니면서 진달래꽃도 따 먹고 신나게 뛰어놀던 곳이라 한다. 우리는 꽃밭등서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향로봉 정상을 향해 또 걷기 시작했다. 50분을 걸었을까, 향로봉 정상과 시명리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거기서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향로봉 정상이 있었다.

 

경북 포항시 내연산 향로봉(930m) 정상에서.  
경북 포항시 내연산 향로봉(930m) 정상에서.  ⓒ 김연옥

 

내연산 향로봉 정상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앉아 맛있는 점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무덤 하나가 내 눈길을 끌었는데, 그 높은 곳에다 묘소를 잡을 생각을 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산의 팔용산(328m) 정상에도 숙종 때 운구 비용으로 2만 냥이 들어갔다는 사연까지 적어 놓은 무덤이 있기는 하다.

 

나는 점심을 서둘러 먹고 폭포를 보러 가기 위해 일행과 떨어져 혼자서 시명리 쪽으로 먼저 내려갔다. 내게는 내리막길이라 비교적 수월했지만 그 길로 올라오는 등산객들마다 몹시 힘든 표정을 지었다. 1시간 30분 정도 걸어갔을까, 남자 엉덩이처럼 희한하게 생긴 나무가 있어 나이가 지긋한 등산객들은 능글능글 한마디씩 던지며 지나갔다.   

 

  
  ⓒ 김연옥

 

돌이 많은 너덜겅에 이르자 예쁜 다람쥐 한 마리가 보였다. 산행을 하다 다람쥐를 만나게 되면 나는 이상스레 기분이 좋다. 디지털 카메라에 담으려고 살금살금 다가가면 벌써 눈치를 채고 다른 쪽으로 쪼르르 달아나는 모습이 참 귀엽다.

 

내연산(內延山)은 당나라 종남산의 산세와 닮았다 하여 종남산이라 부르다가 신라 진성여왕이 이 산에서 견훤의 난을 피한 뒤로 내연산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사실 내연산 산행의 매력은 청하골 12폭포의 수려함이라 할 수 있는데, 시원한 폭포들로 인해 여름이면 언제나 생각나는 산행지가 내연산이기도 하다.

 

내연산 제8폭포인 은폭포.  
내연산 제8폭포인 은폭포.  ⓒ 김연옥

 

내연산 제8폭포인 은폭포(隱瀑布)에 이른 시간이 오후 3시 20분께. 숨겨져 있는 폭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동안 날이 가물었던 탓에 폭포수 양이 많지 않아서 좀 아쉬웠지만,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환호성을 질러대며 즐거워했다. 은폭포 위쪽으로도 복호1폭포, 복호2폭포, 복호3폭포와 시명폭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언젠가 계곡을 타고 그것들을 꼭 보고 싶다.

 

연산폭포.  
연산폭포.  ⓒ 김연옥

 

제6폭포인 관음폭포로 내려가는 길에는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한참이나 줄을 서야 했다. 관음굴과 천인단애(千仞斷崖)가 어우러져 자연의 신비가 물씬 느껴지는 관음폭포 앞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관음폭포 위로 구름처럼 떠 있는 다리를 건너가면 높이가 30m에 이르는 연산폭포도 나온다.

 

날이 가물어 폭포수 양은 적었지만 깎아지른 학소대 아래로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연산폭포의 아름다운 모습에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연산폭포는 청하골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로 폭포수 양이 많을 때면 그 넘치는 위용에 홀딱 반하지 않을 사람이 없으리라.

 

내연산 제1폭포인 상생폭포.  
내연산 제1폭포인 상생폭포.  ⓒ 김연옥

상생폭포.  
상생폭포.  ⓒ 김연옥

 

거기서 10분 남짓 더 내려가면 제1폭포인 상생폭포에 이르게 된다. 보경사(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중산리)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단아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을 주는 폭포이다. 본디는 두 물줄기가 양 옆으로 나란히 떨어지는 폭포인데 가문 탓에 한쪽만 흐르고 있었다.

 

보경사. 감로수를 들이켜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보경사.감로수를 들이켜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 김연옥

 
나는 오후 4시 50분께 보경사(寶鏡寺) 절집 안으로 들어섰다. 목이 말라 보경사의 감로수를 쭉 들이켜고 나서 절 안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사람들이 찾아드는 시원한 물가에는 무더운 일상을 잊을 수 있는 편안한 휴식과 살맛 나게 하는 흥겨운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살가운 정이 넘쳐흐른다. 한여름의 더위를 잊고 내연산 12폭포의 절경에 푹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 대구→ 서포항 I.C→ 신광→ 청하→ 경상북도수목원→ 매봉→ 꽃밭등 갈림길→ 향로봉→ 시명리→ 보경사   




#내연산향로봉#청하골12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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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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