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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만의 걸음이 아니라 대통령님도 함께 걷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께서 사랑했던 국토를 다 둘러본다는 의미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고 대통령님께서 사랑하셨던 이 땅을 느끼고 가신다고 생각하며 1000km를 걷고 걸었습니다."

지난달 11일 임진각을 출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열리는 김해 봉화산 정토원까지 걷고 있는 인터넷 카페 '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회원인 '달바라기'(아이디)가 한 말이다. '달바라기'는 '날밤'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회원과 함께 9일 아침 밀양역을 출발해 김해 진영으로 걸어오고 있다.

인터넷 카페 ‘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회원들은 지난 6월 11일 임진각을 출발해 한 달 동안 전국 곳곳을 걸어 10일 오전 봉하마을에 도착한다.
 인터넷 카페 ‘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회원들은 지난 6월 11일 임진각을 출발해 한 달 동안 전국 곳곳을 걸어 10일 오전 봉하마을에 도착한다.
ⓒ 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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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 달 동안 전 국토를 걸었다. 무려 1000km를 걷고 걸었다. 파주-서울-경기 등을 거쳐 노 대통령의 시신을 화장했던 수원 연화장에도 들렀으며, 오산-평택-천안-충남 행복도시-김천-광주-대구-경주를 지났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이 5월 23일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떨어진 뒤 죽음을 맞이했던 양산부산대병원도 들리고, 부산도 지났다.

'달바라기'는 "둘 중 하나는 꼭 걸었고, 돌아간 걸음까지 따지면 1000km가 넘을 것이고, 지도를 놓고 거리를 계산해 보니 그런 수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걷는 사람은 '날밤'과 '달바라기'이며, 중간에 참여한 회원들도 많았다. 평일에는 10여 명, 주말이면 30여 명까지 함께 걸었다. 이들이 지나는 지역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참여했으며, 한번 걸었던 회원들이 뒤에 다시 걷고 싶어 오기도 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곰티'라는 회원은 천안에서, '잽이'와 '하남'이란 회원도 중반쯤부터 합류했다. '드림'이란 회원도 자주 합류해서 걷기도 했다. 이들은 지나는 곳마다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며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굉장히 반응이 좋았어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힘 내라'고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음료수와 물을 사주고 가는 일은 흔했지요. 하루는 다리 밑에서 쉬고 있는데, 덤프트럭 기사가 지나가다 보고는 다방에 연락해서 커피를 배달시켜 주고 가더라구요."

"울산에서는 비가 많이 내렸어요. 잠시 쉬려고 주유소에 들렀는데, 사장께서 배려해 주어 자동차세차기 안에서 비를 피하라고 있는데, 자장면까지 배달해 주대요."

"오늘은 밀양역에 차를 세워 놓고 밀양시청 쪽에 있는 숙소에서 자고 아침에 출발했지요. 그런데 차량 와이퍼 밑에 1만 원권 지폐 한 장이 놓여 있었어요. 몇 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바람에 날려 갔을 수도 있고, 그 한 장을 보고 눈물이 핑 돌 정도였죠."

"지나가다 만난 농민들도 반겼어요. 농민 한 분이 주머니에 든 꼬깃꼬깃한 1만 원권 1장을 펴서 손에 쥐어 주더군요. 가면서 밥이라도 사먹으라구요. 노점상 하던 분은 줄 게 없다면서 파는 물건을 주섬주섬 챙겨주시기도 했죠. 모두 고마울 뿐이죠."

인터넷 카페 ‘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회원들은 전국을 1000km 가량 걸었다. 걷기 중간에 차량을 세워 놓고 그늘을 만들어 잠시 쉬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인터넷 카페 ‘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회원들은 전국을 1000km 가량 걸었다. 걷기 중간에 차량을 세워 놓고 그늘을 만들어 잠시 쉬고 있는 회원들의 모습.
ⓒ 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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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다고 한다. 주로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내뱉더라는 것. "언제까지 울궈먹을 거냐"거나 "시간이 남고 돈이 남아서 그러느냐", "네 부모가 죽어도 그럴 거냐"라고. 회원 '달바라기'는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손 꼽을 정도였다"면서 "말만 하고 지나가 버리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응을 보였는데, 경적을 리듬에 맞춰 울려주기도 했다"면서 "힘내라고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중간에 탈수증세를 보여 잠시 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기도 했다. '달바라기'는 "지금은 특별히 건강 문제는 없고, 많이 걸어서 그런지 관절에 무리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인터넷 카페 '시민참여로 일구는 노무현의 꿈'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참꿈'을 실천하기 위해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의 '참꿈' 가운데 하나가 '꼭투'라 보고 있다. '꼭투'는 "꼭 투표합시다"의 줄임말이다. '꼭투운동'은 시민주권의 첫 걸음이라는 것. 회원들은 '꼭투각시'와 '꼭투도령'이란 캐릭터를 제작해 차량에 붙이고, 걷는 깃발에도 매달았다.

회원들은 9일 오후 김해 진영읍에 도착한다. 10일 아침 8시 진영공설운동장에서 출발해 2시간 정도 걸어 봉하마을에 도착한다. 그동안 간간이 함께 걸었던 회원들이 모여 참여할 예정인데,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처음 시작할 때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달바라기'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거하신 뒤 봉하마을에서 마냥 울고만 있을 수 없었지요.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구요. 무엇인가 해야겠더라구요. 지켜드리지 못한 사죄의 의미도 담고, 국민들에게 대통령님께서 이루고자 했던 꿈을 함께 이루어내고, 열심히 살겠다고 해서 시작했던 거지요. 목표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열심히 걸었다고 봅니다. 걷고 나니 이제 자신감도 생기네요. 활력이 난다고나 할까요."

"저희들만 걸은 게 아니라고 봅니다. 대통령님도 함께 걸었다고 봐요. 경주지역에 갔을 때였죠. 경주에는 비가 왔는데, 저희들이 걷는 데는 비가 내리지 않더라구요. 농담 삼아 대통령님께서 보살펴 주신다고 말했죠. 대통령님이 함께 걸었다고 생각합니다."


태그:#노무현, #봉하마을, #시민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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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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