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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전망대에 서면 아래 쓰레기만 둥둥 떠 있다 (전망대 아래)
▲ 전망대 바로 밑 쓰레기 멋진 전망대에 서면 아래 쓰레기만 둥둥 떠 있다 (전망대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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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빠지면 자갈 위는 온통 쓰레기더미. 물이 불어나면 쓰레기가 출렁인다. (7월 3일 오전 촬영)
▲ 동호대교 및 쓰레기 더미 물이 빠지면 자갈 위는 온통 쓰레기더미. 물이 불어나면 쓰레기가 출렁인다. (7월 3일 오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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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자출(자전거 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불편할 때가 없다.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흙을 덮고 꽃나무를 심어 놓은 곳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아서인지 비만 오면 곳곳에서 토사가 흘러내린다. 중랑천과 한강의 합류 지점은 새로운 자전거길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운동 구조물을 재배치하는 공사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뚝섬지구는 아예 전체가 공사판이다. 옳고 그름을 논하기 전에 우선은 불편하다. 자전거 출근길, 차가 들어올 수 없는 자전거 도로를 당연하다는 듯이 공사차가 막아서고 이리저리 피해가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이렇게 고생스런 자출길, 요사이는 짜증을 유발하는 것이 하나 더 생겼다. 습도와 온도가 모두 높은 장마철 날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한강은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넘어 각종 악취를 뿜어내며 한강에 나온 사람들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중랑천과 한강의 합류 지점부터 동호대교까지 2km 정도는 폐사한 물고기 썩는 냄새까지 올라와, 마파람이라도 불어오면 자전거 출근길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냄새뿐만이 아니다. 각종 쓰레기와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는 한강, 물결이 칠 때마다 거품이 일고 막걸리병, 스티로폼 박스들이 물 밖으로 밀려나온 한심한 광경이 몇 날 며칠 계속되고 있다.

4대강 살린다는 정부, 한강 르네상스 열겠다는 서울시

죽은 물고기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아침 출근길 시원한 분수를 뿜어내는 반포대교 아래에도 어김없이 물고기가 죽어 있다.
▲ 반포대교 아래 죽은 물고기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아침 출근길 시원한 분수를 뿜어내는 반포대교 아래에도 어김없이 물고기가 죽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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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에 더 보태어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한강 전체가 몇 십년에 걸쳐 겪을 만한 변화를 한꺼번에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고 악취가 진동을 하는 한강을 보면, 이런 사업들이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작년 이맘때도 자전거 출근길에 동호대교 밑에 수백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하여 둥둥 떠 있는 것을 한강사업소에 신고한 적이 있다. 올해는 다행히 그 정도의 집단 폐사는 없지만, 그래도 어른 팔뚝만한 죽은 물고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물고기가 왜 이렇게 죽어나는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단지 수명을 다한 자연사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이, 그것도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수질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물고기가 살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한강변을 따라 꽃을 심고 자전거길을 새로 내고 모든 것을 일순간에 한꺼번에 다 바꾸어 낼 것 같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 그 규모나 정성을 본다면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고, 악취 나는 쓰레기더미가 물결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현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오늘(8일) 아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옥수역 부근부터 이어진 쓰레기 띠는 반포대교에 이르기까지 이어진다. 물길이 빠진 모래와 자갈밭에는 어김없이 물고기의 사체와 쓰레기가 점령하고 있다. 이 많은 쓰레기가 언제부터 쌓인 것일까? 오랫동안 쌓인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면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또 날마다 새롭게 상류에서 떠내려 와 새로 쌓인 쓰레기라 하더라도 수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덮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허벅지 굵기 만한 잉어가 죽어 있다. 63빌딩이 뒤로 보인다.
▲ 원효대교 밑 허벅지 굵기 만한 잉어가 죽어 있다. 63빌딩이 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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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는 수상택시 선착장이 들어서고 몇 달에 한 번씩 놀라만한 계획이 발표되곤 한다. 그러나 정작 쓰레기더미는 그대로 있는 것 같고, 악취는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죽은 물고기는 63빌딩을 바라보고 오늘도 원효대교 밑을 떠다니고 있다. 한강을 살리려면, '푸른 한강, 한강 르네상스 시대'를 진정 열려고 한다면, 사람들이 마음 놓고 발 담그고 손 씻을 수 있도록 한강 물을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서울시의 발 빠르고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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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죽이기, #한강 살리기, #한강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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