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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헌정기념관 1층에는 역대 국회의장이 해외에서 받은 선물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받은 선물들.
 국회 헌정기념관 1층에는 역대 국회의장이 해외에서 받은 선물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받은 선물들.
ⓒ 오마이뉴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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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에게는 불체포나 면책 등의 '특권'뿐만 아니라 겸직금지, 재산공개 등 반드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의무'가 있다. 그 의무에는 '선물 신고'도 포함돼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1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그의 가족이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이나 외국단체로부터 미화 100달러 또는 10만 원(국내 시가) 이상인 선물을 받을 경우 바로 국회사무처에 신고하고, 그 선물을 신고기관에 넘겨줘야 한다.

그렇다면 의원외교, 국정감사 등 외국 방문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국회의원들이 해외에서 받은 선물은 어떤 것이 있을까? 또 의무사항인 선물 신고는 제대로 하고 있을까?

김원기 전 의장 41건... 한 건도 없는 해도 5년이나

결론부터 말하면 선물 신고 실태는 한심스런 수준이다.

<오마이뉴스>가 국회 사무처에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신고한 국회의원 선물 내역을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9년간 총 46건의 선물신고가 이루어졌으며 주로 접시·액자·도자기·찻잔 등을 선물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16대 국회(2000. 6~2004. 5)에서는 단 한 건의 선물 신고도 없었다. 17대 국회(2004. 6~2008. 5)에서만 46건의 선물 신고가 있었다. 18대 국회(2008. 6~12)에서도 6개월이라는 짧은 시한이지만 선물 신고건수가 하나도 없었다. 흥미롭게도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는 단 한 건의 선물 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많은 선물을 신고한 인사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2004년 6월부터 2006년 5월까지 국회의장을 지낸 김 전 의장은 총 41건의 선물을 신고했다. 전체 신고 건수의 89%가 김 의장이 신고한 것이다. 김 전 의장의 후임으로 17대 국회 후반기 의사봉을 잡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3건을 기록했다.

김원기 전 의장은 해외순방지였던 태국·싱가포르·캄보디아·말레이시아·중국·러시아·베트남에서 접시, 찻잔, 액자, 메달, 화병, 은쟁반, 칼, 식탁보 등을 선물받았다. 또 미국 상공회의소와 워싱턴한인회, 멕시코 상원의장으로부터 받은 보석상자와 철사자수, 필기구함도 눈에 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으로부터는 남녀 전통의상 한 벌씩을 선물로 받았다.

임채정 전 의장은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에서 각각 접시와 옷을 선물받았다.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선물을 신고한 인사는 주승용 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대외경제부장관에게 받은 원형도자기 선물을 신고했다. 그는 2007년 1월 22일부터 31일까지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3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신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소장하거나 기부할 수도"

연도별로 보면, 선물신고는 2005년과 2006년에 집중돼 있다. 2000년과 2007년에 신고된 두 건을 제외하면, 2001년∼2004년, 2008년에는 단 한건의 선물신고도 없었다.

4년마다 299명의 선량이 탄생하고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해외순방이 적지 않게 이루어졌는데도 신고내역이 한 건도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특권만 내세우고 의무는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선물신고 업무를 맡고 있는 국회사무처 감사관실의 한 관계자는 "왜 그 시기에 한건의 선물신고도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자발적 신고이기 때문에 의원들이 선물을 신고하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들이 신고대상에 해당하는 선물을 해외에서 받았다고 하더라도 신고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 개인적으로 소장하거나 단체에 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83년도 선물신고 내역부터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돈을 신고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공직자윤리법의 징계 조항(22조)에 따르면, 외국에서 받은 선물 또는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을 신고 또는 인도하지 아니한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를 사유로 해임 또는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선물 신고 누락을 이유로 징계를 요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태그:#선물신고 내역, #김원기, #임채정, #주승용, #국회 감사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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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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