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교양과목 '매스컴과 대중문화'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교육과정 특성상 그날그날의 언론보도 이슈와 광고 등에 관심이 많다. 특히 본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시사성 있는 주제를 놓고 토막토론을 하는 것으로 각자의 경험을 끌어 들이는 수업방식이 한 몫 한다.

토론식 강의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강의 분위기를 좀 더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학생들도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다. 호기심 많은 1-2학년 대학생들에게 매스컴 교양과목은 그래서 꽤 인기 있는 편이다.

한 주제만을 놓고 제한된 시간에 토론을 마무리 짓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아쉽다. 그래서 한 학기 종강을 앞두고 2~3시간은 세미나 수업을 실시하곤 한다. 그동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매스미디어 의제들을 제법 비판적 식견으로 바라보며 유익한 정보를 선별해낼 줄 아는 학생들을 보면 신통방통하기 짝이 없다.

대학광고는 소비자를 어떻게 설득하나?

한 학기 강의 중 우리 생활과 밀접한 미디어 광고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의의로 많았다. 그래서 광고를 주제로 세미나 수업을 진행했다. 미리 예고를 했기 때문인지 조별로 준비한 주제가 다양했다. 일상과 밀접한 주제들이다.          

대학 광고는 소비자를 어떻게 설득하나?
내가 만약 광고주라면 어느 매체를 선택할까?
한 사람이 하루에 접하는 광고의 수는 몇 개나 될까? 

2명 이상이 조를 짜 주제를 발표하고 그 주제에 대해 학생들 끼리 토론을 벌이는 세미나수업에서 가장 흥미를 끌었던 3가지 주제다. 토론에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과학적인 조사는 아니더라도 개인적 특성에 따라 하루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광고를 접하고 있다는 조사 발표가 흥미를 끌었다.

"아침 신문을 펼쳐드는 순간, 또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켜는 순간에도, 심지어 달력을 마주보는 순간은 물론이고 지하철 안에서나 야외 거리에서도,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는 순간에도 광고를 접하며 살고 있는 우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헤엄치며 살고 있다"는 첫 주제발표가 분위기를 돋웠다.  

광고가 이제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계에 놓였음을 여러 사례들로 증명해 보이려고 노력한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많은 광고들 중 본인이 소속된 회사 또는 학교 이미지 광고를 마주하는 순간, 어떤 느낌을 받을까?"

불쑥 던져진 발표자의 질문이 의외였다. 질문에 대한 토론이 다양하기만 하다.

"다른 광고와는 매우 다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우리학교 광고를 보았을 때 자존감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 광고가 어느 매체에 나오느냐에 따라 느낌도, 기분도 달랐다. 가령 영상매체와 활자매체에 따라 다르고, 진보매체와 보수매체에 따라 더욱 다름을 경험했다."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보수언론의 대학광고 편중성'

반론은 계속 이어졌다. 흥미진진한 주제에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운다. 관심이 많은 분야라는 점을 새삼 느낀다.

"왜 지방대학 광고가 서울의 특정신문에 많이 나오는 걸까?, 지방신문에는 잘 나오지 않던데…."

한 학생이 불쑥 던진 반론에 순간 나도 당황스러웠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보수신문에 대학광고가 많이 나오던데 지방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왜 대학광고를 보수언론에 많이 하는 것이죠? 학생들이 많이 보지도 않는 신문인데…."

토론은 거기까지가 한계다. 토론이 이토록 진지하고 심오할 줄이야. 전체적인 강평에 앞서 당장 궁금해 하는 답을 내가 제시할 차례다. 내심 뿌듯하지만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원론적인 답변과 사례중심을 덧붙여 설명했지만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지금도 미안함이 가시지 않는다. '왜 보수언론에 대학광고가 많이 나오는 걸까?'에 대한 질문이 자꾸만 거슬린다.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판매량으로 단순히 광고효과를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매체, 뉴미디어 시대에 광고효과는 광고접촉과 광고메시지의 이해 및 설득의 정도, 태도변화 등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얼마나 나타내고 있느냐를 평가한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이 정작 궁금해 하는 것은 매슬로(Maslow)의 '욕구위계론'이나 래비지(Lavidge)와 슈타이너(Steiner)의 '계층적 효과모델' 등 광고 심리학에서 나오는 그런 딱딱한 이론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와 실증적인 대안 등에 더욱 목말라 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반성과 죄책감 때문에 관련 연구논문과 정책자료 등을 고찰하던 중 마침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기사들이 반갑게 눈에 들어왔다. <교수신문>과 <한국대학신문>이 최근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기사를 내보냈다. 주류 언론과 기존 연구논문 등에서 다루지 않은 실증적인 문제에 주목한 이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평가 20위권 대학들, 대학광고 절반 내줬다'... 어디에?   

대학평가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진단해 보도한 <교수신문> 홈페이지.
▲ 대학평가와 대학광고는 어떤 관계? 대학평가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진단해 보도한 <교수신문> 홈페이지.
ⓒ 교수신문

관련사진보기


<교수신문>은 지난 6월 29일 언론사의 대학평가와 광고유치 연계성을 분석한 기사를 내보냈다. '평가 20위권 대학들, 대학광고 절반 내줬다'란 제목의 기사는 언론사의 대학평가와 광고유치 연계성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무시할 수 없죠. 사실 1994년에 <중앙일보>가 처음 대학평가를 한다고 했을 때는 다들 코웃음 쳤어요. 근데 지금은 대학들이 앞다퉈 '톱 10'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습니까."

한 수도권 사립대 홍보팀장의 발언으로 시작되는 이 기사는 "일부 대학 교수들은 언론사가 대학을 볼모로 '장사'를 한다거나 평가를 잘 받으려는 대학은 알아서 기어야 하는 것 아니냐(광고 협조를 해야 한다는 뜻)며 불만을 터뜨린다"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더하게 한다.

이어 기사는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실제 광고수주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에 초점을 맞추어 시선을 끈다. "지난달 12일 영국 대학국제평가기관인 'QS사'와 제휴해 '아시아 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한 <조선일보>의 최근 넉 달치 광고 지면을 분석했다"며 사례를 들었다.

기사는 "올해 <조선일보>의 월별 전체 광고 대비 대학광고 비율은 3월(2.6%)과 4월(4.2%) 꾸준히 증가하다 5월(7.5%)에 최고점을 찍었고, 6월(4.6%)까지 이어졌다"며 5월은 넉 달 중에서 전체 광고량이 가장 적었는데 대학광고는 오히려 늘었다"고 전했다.

"교수초빙, 대학원 신(편)입생 모집 등 모집공고 형식의 대학 광고가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7%가량 높다"는 이 기사는 "조사기간 분석된 전체 광고량은 기업광고의 경우 지난해보다 340여 개 줄어든 반면, 대학광고는 14개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학평가와 광고와의 관련성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광고수익 위한 콘텐츠로 대학평가 사업화하는 언론사"

<교수신문>이 6월 29일 보도한 대학평가와 광고에 관한 보도내용.
▲ 평가 20위권, 대학광고 절반? <교수신문>이 6월 29일 보도한 대학평가와 광고에 관한 보도내용.
ⓒ 교수신문

관련사진보기


아시아 대학평가 상위 20위권에 진입한 대학 중 평가결과 발표 전후로 광고를 게재한 대학의 움직임에 주목한 기사 내용이 이를 증명한다. "3월 2일부터 평가결과를 발표한 5월 12일까지 상위 10위권 대학 중 카이스트, 포스텍, 부산대를 제외한 7개 대학이 적게는 3번에서 최대 6번까지 <조선일보>에 광고를 게재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이어 "발표 이전까지 한 번도 광고를 게재하지 않았던 대학 가운데 발표 이후 광고를 게재한 상위 20위권 대학은 카이스트(1위)와 부산대(10위)를 비롯, 전남대(13위), 인하대(14위), 아주대(16위), 한림대(19위)이며 상위 20위권 대학에서 게재한 광고가 전체 대학광고의 절반(46.6%)을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광고수익을 위한 콘텐츠로 대학평가를 사업화하는 특정 언론사와 대학들 간의 관계, 즉 역순환 구조가 되풀이 되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간접광고에 즉각적인 제재를 가하는 방송과 달리 신문은 심의기구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한 기사는 <조선>, <중앙>의 대학평가 신뢰성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또 다른 기사 '대학 현실 충실히 반영됐나? … 널뛰기 평가결과, 혼란만 가중'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진단했다.

"<중앙일보>에 이어 <조선일보>가 영국의 QS사와 손잡고 '아시아 대학평가'를 시작하면서 한국도 본격적인 언론사 대학평가 시대에 진입했지만 학생·학부모에게 대학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간에 경쟁을 촉진한다는 긍정적 기대도 있지만 들쑥날쑥한 평가 결과 때문에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고 기사는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례를 들었다. "한 지방 거점대는 지난해 9월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30위에도 들지 못했지만 <조선일보>와 영국의 QS(대학평가 민간업체)가 지난 5월 발표한 아시아 대학평가에서는 국내 대학 중 15위에 랭크됐다"며 "거꾸로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1위에 올랐던 서울지역 한 사립대학은 이번 <조선일보> 평가에서 국내 20위 밖으로 밀려났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중앙> 이어 <조선>, 대학평가 뛰어들면서 부작용 현실로"

<중앙일보>에 이어 <조선일보>가 대학평가에 뛰어들면서 언론사 대학순위평가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기사는 사례별로 정리해 보도했다. '대학 교육의 질'은 1~2년 사이에 크게 나아지거나 나빠지기가 쉽지 않은데도 8개월 만에 같은 대학을 두고 평가결과가 널뛰기를 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원인을 "평가지표가 비슷한데도 대학순위가 요동친 이유는 언론사마다 지표별 가중치를 달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사는 ▲<조선일보>는 <중앙일보>보다 연구능력 부문의 비중을 30%에서 60%로 높였는데, QS사의 평가 틀을 가져오면서 연구능력 부문에 학계 평가(30%)를 반영한 점 ▲반면 국제화 비중은 17.5%에서 10%로 낮췄는데 이 때문에 의대, 공과대학을 두루 갖춘 종합대학에 유리한 평가였다는 점을 증거로 내세웠다. 

산정기준이 다른 것도 한 이유로 들었다. ▲<중앙일보>는 전임강사 이상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산출했지만 <조선일보>는 시간강사도 강의 시수에 따라 반영한 점 ▲외국인 학생 비율도 <중앙일보>는 학위 과정에 등록한 외국인 학생 수를 반영했지만 <조선일보>는 어학연수생도 일부 포함한 점 때문에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자료를 수집해 점검하는 사전작업과 후속 조치 등을 감안하면 평가를 한 번 받는데 5~6개월은 걸린다. 언론사마다 기준이 달라 같은 자료를 그대로 쓸 수도 없다. 언론사 평가는 특히 발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후속 기사를 통해 평가결과를 환시시키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한 대학 관계자의 푸념을 이렇게 전한 이 신문은 또 다른 기사 '잘 팔리는 상품, 너도나도 랭킹장사'란 제목에서 미국의 사례를 들어 "종이매체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언론사 입장에서 대학평가는 학부모와 대학이라는 큰 독자와 광고주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하지만 대학평가에 대한 학계와 일반인, 다른 언론의 평가는 냉랭하다"고 전했다.   

<한국대학신문>, "대학평가 재탕, 서열화...대학 구성원들 못 믿어"

<한국대학신문>의 대학평가 관련 보도내용.
▲ 대학 구성원들, "대학평가 못믿어" <한국대학신문>의 대학평가 관련 보도내용.
ⓒ 한국대학신문

관련사진보기


<한국대학신문>도 이러한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짚었다. 지난 6월 29일 '대학평가 재탕기사 게재, 서열화 우려'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신문은 "<조선일보>가 5월 12일 발표한 '2009아시아 대학평가' 결과를 여러 차례 재탕 기사로 게재하고 있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학들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와의 관련성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대학들은 평가 기관별로 기준이 다른 평가 결과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재탕해 발표한 건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는 행태라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기사는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 23일자 특집면에 평가 순위표와 함께 주요 대학들의 기사식 광고를 게재해 대학 평가를 빌미로 '광고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사는 "서열화는 대학들에게 예민한 것이다. 자기네만 지고지순한 평가 기준이라고 보면 안된다. 여러 번 게재해서 마치 서열화하는 건 문제다"며 한 대학 관계자의 볼멘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 기사는 "직접적인 광고 게재 요구는 없더라도 대학들은 스스로 '광고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대학평가가 '무언의 광고 게재 압력'이 된다는 얘기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기사는 이어 "특히 이번 <조선일보> 대학평가에서 일부 데이터가 오류로 드러난 것으로 알려져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전망"이라고 밝혀  언론의 '대학평가' 신뢰성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신문은 이어 6일 '대학 구성원들 "대학평가 아직 못믿어"'란 제목의 기사에서 "대학평가와 대학의 주요 정책 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부서 직원 등 대학 구성원은 대학평가의 신뢰도를 낮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주목을 끈다.

"이 같은 사실은 김순우(44·경원대 기획팀)씨가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광고학 석사학위 논문에서 수도권 소재 18개 대학의 기획·평가·홍보 등의 담당자 121명과 경원대 재학생 154명 등 2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나타났다"고 밝힌 기사는 "'대학평가 대학의 이미지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제하의 논문에 따르면 대학평가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들의 평균값이 유의수준인 3.0보다 아래인 2.96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정리하자.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가장 낮은 생리적 욕구부터 안전에 대한 욕구, 사회적 욕구, 자존감에 대한 욕구,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로 나누어 순서대로 등급을 매겨 각각의 욕구가 다른 욕구에 의해 어떻게 지배받는지에 관한 이론을 제시했다. 광고 심리학에서 인간의 심리적 욕구와 광고의 효과를 잘 규명하고 있는 '욕구위계론'이다.

요즘 각 대학들이 학생모집 기간에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모집광고 외에 이미지광고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욕구를 자극해 보려는 맥락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특정언론에 대한 상아탑 광고의 편중성 또는 인위적 변인들과의 높은 상관관계는 심리적 반발 또는 거부감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그:#대학평가, #대학광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