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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에서 발굴 인양한 수중문화재를 공개했다. 수중문화재 사상 최초로 공개된 오리문양이 그려진 고려청자하며, 묵서가 새겨진 죽간, 석탄덩어리까지 그동안 수중문화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희귀한 발굴품이 공개돼 언론의 집중적인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태안군청에서 공개된 수중문화재에 대한 기자브리핑이 끝난 뒤 자리를 함께 했던 모든 취재진들이 수중문화재가 발굴된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마도가 인접해 있는 신진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출발 전 "안흥항으로 이동하세요"라는 관계자의 말에 신진항이 아닌 안흥항으로 이동했다. 안흥항에 도착해보니 일부 방송사 차량이 눈에 띄어 '맞게 찾아 왔구나' 싶어 차를 주차해 놓고 다른 일행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다른 차량이 도착하지 않자 이상하다 싶어 전에 현장을 둘러봤다는 동료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동료기자는 오래되긴 했지만 배가 뜨는 곳은 안흥항이 아니라 신진항 해양경찰서 부근이라고 귀띔했다.

 

부랴부랴 차량을 몰고 신진항을 향해 이동했다. 해양경찰서 인근에 도착하자 기자수송 버스를 비롯해 각 언론사의 취재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게 아닌가.

 

나도 배를 타기 위해 서둘러 차를 몰아 뒤늦게 도착했지만 이미 배는 떠난 뒤였다. '군청에서 나올 때 먼저 서둘러 나올 게 아니라 버스 따라서 같이 올 걸'하는 뒤늦은 후회도 들었지만 이미 배 떠난 뒤라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안흥항에서 나와 같이 헤매던 한 방송사 차량은 그나마 나보다 일찍 도착해서인지 마지막으로 배에 오른 모양이었다. 내가 막 도착했을 때 그 방송사 차량 운전사가 막 담배에 불을 붙이는 걸 보니 말이다.

 

'장소를 제대로 알려줘야지.'

 

하고 생각하고는 떠나가는 배를 뒤로하고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배 놓친 것도 억울한데 갈매기X에 집중 폭격받다

 

허무함을 안고 차를 돌려 다시 신진항을 빠져나오는 길. 갑자기 수백 마리의 갈매기떼가 막 항구로 들어온 트럭으로 몰려들었다.

 

무엇이 실려 있는 트럭인지는 모르겠지만 갈매기떼는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내며 트럭으로 달려들었다. 사람이 옆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던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먹이냄새를 맡고 달려든 듯 싶었다. 이렇게 수많은 갈매기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자 갈매기가 날고 있는 땅에는 이내 갈매기들의 배설물이 가득 깔렸다.

 

멀리서 지켜봤는데도 갈매기떼 아래로 배설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처음보는 희안한 광경에 잠시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담았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감상에 빠져 있을 수 만은 없었다. 내가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갈매기떼 사이를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잠시 기다렸다 갈까? 지금 갔다가는 차가 X으로 뒤덮일텐데….'

 

하여 지켜보다가 갈매기 수가 줄면 그 때 이동하기로 하고 잠시 기다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갈매기떼는 물러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날개짓을 하며 한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냥 가야되겠다' 마음먹고 조금은 빠른 속력으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데 비 사이로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더군다나 차인데. 예상했던대로 차는 갈매기떼 밑을 지나오면서 수많은 폭격을 맞았다.

 

찝찝했다. 갈매기X은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던데…. 배 놓친 것도 억울한데 갈매기한테까지 수난을 당하다니 왠지 일정이 좋지 않은가보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갈매기떼의 습격을 받고 항구를 빠져나와 급히 차를 몰았다. 빨리 가서 갈매기X을 씻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한 뒤 곧바로 물호스를 연결해 차에 떨어진 갈매기 배설물을 씻어냈다. 하지만, 배설물은 사라졌는데 자욱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아 결국 걸레로 닦아내 흔적을 완전히 없애버렸다.

 

장소를 잘못 알아 수중문화재의 보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태안 마도 앞바다를 보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갈매기 떼로부터 기습까지 받은 이날은 왠지 씁쓸한 하루가 되었다.

 

관련기사 : 수중문화재 보고 태안 마도해역서 380여점 도자기 인양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태안, #마도, #갈매기, #수중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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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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