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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를 딸과 다녀오면서 배가 출출해져 음식점 간판들을 유심히 보며 운전을 했다. 신호

정지 중에 딸이 얼굴이 굳어서 말을 했다.

 

"세상에 저것을 어떻게 먹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까 올챙이 국수광고였다. 개구리공포증이 있는 딸이라서 과민반응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무지한 나는 오히려 한 술 더 떳다.

 

"올챙이를 끓이면 추어탕이나 민물생선처럼 국물맛이 나오나봐!."

 

하지만 우연히 얼마전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개그맨들이 직접 맷돌로 갈아서 채에 걸러

나오는 짜리몽땅한 것으로 만드는 국수를 보았다. 그리고 그 국수 이름을 올챙이 국수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딸과 나는 서로 실소하면서 깔깔 웃었다. 살아온 날이 적지 않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자주 알게 된다. 그래서 항상 딸들에게 말한다 조금 아는

 것 가지고 섣불리  말하지 말고, 확실하게 아는 것에 대해서 말을 하라고... 

 

최근 모르는 것 중의 하나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것은 지리산 홍심이를 공동구매해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공지를 보았을때는 무슨 소리인지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홍심이

가 무언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리산 있는 분과 전화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나누

는 입장이 아니라 그냥 좋은 먹거리이겠거니 하며 보내는 대로 팔아드려야 하겠다고 생각

하고 보내라고 연락을 했다.

 

 

그러나 받고 보니 고구마인 줄 알았지만 빨간 감자였다. 그리고 보내는 기간 중에 완전건

조되지 않은 상태에 비까지 와서  많이 버려야 할 정도로 상했는데 상한 모습이 빨간바탕

에 하얀색 회색 등이 너무나 선명하고 흉했다. 유기농으로 지은 것이라 더 빨리 상한 것 같

다.  잘 받았는냐고 혹시 상하지 않았는냐는 문자메시지가 왔지만 많이 상했다고 하면 미

안해 할까봐 차마 말 못하고 몇 개만 상했다고 말했다.

 

그랬는데 일주일 후 이번에는 잘 건조해진 알토란 홍심이가 다시 배달되어 왔다. 이 홍심

이를 남의 집에 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의 정들이 담겼을까? 감자씨를 옛날 사람들

이 하던 방식으로 재로 소독을 했단다.

 

 

더구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재래농법으로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짚풀이나 박스를

일일이 깔았다고 한다. 첫 감자농사는 완전실패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감자

는 굼벵이가 다 먹어치웠다고 한다.

 

삶아보니 파릇파릇 분이 살아있고 노릇노릇한 것이 꼭 호박고구마 같다. 태어나서 혼자 먹

긴 너무 아까운 홍심이라서 요즘 밥맛이 없다는 사람들 중에 한 다섯 명쯤 골라서 나누어

주었다.

 

빨간감자는 두종류가 있다. 겉은 붉은색이나 속이 하얀색 생식용 감자가 있고 겉은 붉은색

속은 노란색의 생식으로 겸용 감자 홍심이가 있다. 일명 고구벨리라 부르는 빨간감자는 일

반감자에 비해 분이 많으므로 요리를 할때 채썰어서 잠깐 물에 담갔다가 드래싱을 올려서

생식이나 껍질째 씻어서 믹서에 야구르트를 넣어 갈아서  음료로 먹어도 좋다.

 

들쿠콰네와 친구부부가 이번에 홍심이를 성공적으로 세상에 선보였다지만 극히 소량이고

관리가 어려워서 아는 사람들에게 공동구매의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내가 홍심이를 나

누어준 다섯 집은 평범한 신혼부부와 친정엄마를 모시고 사는 두 아이의 새댁과 중병에 걸

린 엄마를 모시면서 본인도 암투병을 하는 언니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다.

 

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에 홍심이는 그냥 무조건 합격점을 받았던 가 보았다. 처

음 전해줄 때는 감자라니까 시큰둥 마지 못해 받는 표정이었지만, 아마 홍심이의 노란 속

살을 직접 몸에 전해지는 그 느낌에 반했던지 내게 물어온다.

 

"이거 어디서 또 구할 수 있나요? 한 10키로 구했으면 하는데요.."   

 

처음부터 소량재배한 것이라 올해는 더 구하기 어려운 들쿠콰네 홍심이다. 아마 비가 와서

 많은 감자를 공동구매 운송중에 손상하고, 대신 자신들이 먹으려고 보관한 감자들을 기꺼

이 보내준 가슴이 따스한 지리산의 들쿠콰네가  이 느낌을 전해 받으면 몹시 기뻐할 것 같

다. 그리고 그 기쁨은 내년에도 농약이나 제초제의 유혹을 이겨내고 홍심이를 곱게 키우는

데 힘이 될 것 같다. 


태그:#유기농감자농사, #홍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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