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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시·도별 자율형사립고 지정 신청 현황'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인천시교육청(시교육청)이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1개교가 '지정신청학교' 목록에 올라가 있었다. 인천공항공사(공항공사)가 2011년 설립 '예정'인 학교다. 이를 두고 의혹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영종 하늘도시에 공기업의 사회 환원을 위해 '자율형사립학교나 사립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의사를 교과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신청으로 받아들여 자사고 신청 1곳으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시 교육청은 지난달 9일까지 인천지역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자율형사립고 신청 접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날까지 자사고 신청을 접수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시 시 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의는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신청이 한 곳도 안 들어와 난감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6월 18일 교과부가 발표한 '시·도별 자사고 지정 신청 현황' 자료에는 공모마감이 9일에서 15일로로 바뀌었고, 한 곳도 없다던 자사고 지정 신청 학교도 1개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교육청의 처음 입장과 교과부의 발표가 달라진 것이다.

교과부가 공개한 '시도 교육청별 자율형 사립고 추진 현황' 붙임2 자료에 따르면 인천교육청 공모기간은 5월22일부터 6월 9일까지로 돼 있다.이것이 6월 15일로 바뀌었다.
▲ 교과부 자료 교과부가 공개한 '시도 교육청별 자율형 사립고 추진 현황' 붙임2 자료에 따르면 인천교육청 공모기간은 5월22일부터 6월 9일까지로 돼 있다.이것이 6월 15일로 바뀌었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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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시 교육청 교육지원과 담당자는 "6월 15일 공항공사로부터 2011년에 학교 설립 계획이 있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공항공사가 '자사고 지정 신청계획서'가 아닌 '학교설립계획'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공항공사가 자사고 설립 계획 의향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15일 교과부에 했으니 그런 계획이 있다는 정도로 받아달라"고 말했다.

공항공사 홍보팀 역시 "학교부지 등 제반 사항들이 협의가 안 돼 정식으로 자사고 지정 신청서를 낼 준비가 안 됐다. 정식 문서로 자사고 지정 신청서를 낸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차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행된 절차나 내용이 없어서 공개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묻자 "(자사고 설립과 관련해) 정확히 매듭지어진 일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직 학교 부지를 비롯해 기본 사항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2011년 개교 여부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는 점은 시 교육청과 공항공사의 말이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교과부는 설립 '계획'만 있고 아직 실체도 없는 유령학교를 자사고 지정 '신청' 학교 목록에 포함해 발표한 것이다.

기존의 학교들은 자사고 지정 신청을 위해 교육과정 등의 학교 운영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공항공사는 이런 서류들도 제출하지 못 했다. 자사고 지정 심사과정 역시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교과부는 자사고 운영과 관련 "2009년 11~12월 신입생을 선발, 2010년 3월부터 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공항공사가 설립 추진중인 학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교과부가 자사고 지정 신청 학교 명단에 이를 넣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자사고 지정 신청이 저조하자 교과부가 이를 부풀리기 위해 무리를 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무리한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충성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천공항공사(공항공사)가 2011년 설립 ‘예정’인 학교다. 이를 두고 의혹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영종 하늘도시에 공기업의 사회 환원을 위해 ‘자율형 사립학교나 사립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의사를 교과부가 자율형 사립고 신청으로 받아들여 자율형 사립고 신청 1곳으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 교과부가 공개한 시도별 자사고 지정 신청현황 인천공항공사(공항공사)가 2011년 설립 ‘예정’인 학교다. 이를 두고 의혹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영종 하늘도시에 공기업의 사회 환원을 위해 ‘자율형 사립학교나 사립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의사를 교과부가 자율형 사립고 신청으로 받아들여 자율형 사립고 신청 1곳으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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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인천지부(지부장 임병구)는 논평을 통해 "재단이 설립돼 있지도 않고 기금출연에서부터 이사회 구성, 학교운영계획, 교육과정 운영계획, 교원배치 계획, 학교부지 확보도 되지 않은 계획을 신청으로 둔갑시키는 행정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과 문제제기에 대해 교과부 성삼제 학교제도기획과장은 "(공항공사 학교가) 아직 자사고 지정이 된 것도 아니고, 공모기간이 지나도 언제든 자사고 신청은 가능하며 지금도 원하는 학교는 신청하면 된다. 공항공사 측이 시 교육청에 공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안다. 시 교육청에 확인하라"면서 별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과부는 7월 중 자사고 사전 협의 및 지정을 완료할 계획이어서 공항공사가 설립 예정인 학교가 자사고 지정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 실린 글을 다듬은 것입니다.



태그:#자사고, #자율형사립학교, #전교조, #인천,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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