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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청률은 낮지만, 탄탁한 연기와 연출, 대본을 보여주고 있는 <결못남>
 비록 시청률은 낮지만, 탄탁한 연기와 연출, 대본을 보여주고 있는 <결못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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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편의 드라마가 있다. 한 편의 기대작과 한 편의 화제작.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으로 원작의 대단한 성공에 방영 전부터 한껏 기대감을 높인 KBS 월화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이하 <결못남>). 그리고 <커피프린스 1호점>의 성공으로 단박에 스타 PD로 급부상한 이윤정 PD의 차기작이자 이제는 국민스포츠가 된 피겨 스케이팅을 주제로 하여 화제가 된 MBC 수목 드라마 <트리플>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두 드라마 모두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6월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결못남>은 첫 회 8.2%(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괜찮은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여섯 편이 방영되는 동안 내내 한 자리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동시간대 1위는 고사하고 비슷한 시청률의 SBS <자명고>와 치열한(?) 꼴찌 다툼을 벌여야 했다.

<트리플>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6월 11일 1, 2회 연속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트리플>의 시청률은 각각 4.6%(이하 동일기준)와 6.2%였다. 이윤정 PD의 전작 <커피프린스 1호점>의 첫 회 시청률이 14.4%였던 것을 생각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경쟁작 <그저 바라보다가>의 종영으로 시청률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 자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진운'이 유독 안 좋은 KBS월화 <결못남>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제작 단계에서부터 기대와 주목을 한 몸에 받다가 정작 방영 이후 급속도로 그 빛을 잃어가는 작품들은 종종 있어 왔다. 그렇다면 대체 <결못남>과 <트리플>의 저조한 시청률의 원인은 무엇일까?

<결못남>의 낮은 시청률의 원인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선점효과에 의한 패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결못남>은 작품 그 자체로만 평가하면 그다지 큰 문제는 없는 드라마다. 지진희, 엄정화, 김소은, 양정아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합격점을 줄만 하고 감독의 연출과 작가의 극본도 수준급이다. 굵직한 설정은 물론 세세한 에피소드까지 원작과 똑같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이는 리메이크 판의 영원한 숙제이자 딜레마다.

결국 <결못남>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경쟁작인 MBC <선덕여왕>의 높은 시청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못남>보다 무려 3주 먼저 시작한 <선덕여왕>은 첫 회 16%의 시청률로 기분 좋게 출발하여 방송 3회 만에 20%를 돌파, 6회 25.2%를 기록하며 이미 경쟁작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후 <결못남>이 시작한 6월 15일 7회에서는 27.9%, 16일 8회에서는 29.7%의 시청률을 올리면서 사실상 독주체제를 갖췄다.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연 지진희.
 <결혼 못하는 남자>의 주연 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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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선점효과가 100%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선발주자의 선점효과에 눌리다가도 얼마든지 그것을 뒤엎는 후발주자의 케이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SBS <왕과 나>를 누른 MBC <이산>이 그랬고, 가까운 예로는 MBC <에덴의 동쪽>을 꺾은 KBS <꽃보다 남자>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바로 선발주자가 뭔가 빌미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왕과 나>는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오면서 미스캐스팅 논란에 휘말려야 했다. 아역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이 오히려 성인 연기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는 초반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한 원인이 됐다. <에덴의 동쪽> 역시 중후반부 들어 주연급 출연배우의 중도하차, 초반의 시놉시스와 달라진 극 전개, 이로 인한 배우들 간의 마찰 문제 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바로 이런 문제들로 인해 고정 시청자 층이 이탈하게 됐고, 후발주자들이 이들을 흡수하여 선발주자들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선덕여왕> 역시 이런 문제에 부딪쳤었다.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오면서 천명공주의 바뀐 캐릭터와 김유신의 늙어 보이는 외모 등의 문제는 논란을 일으켰고, 반복되는 전투신에 지루함을 느낀 시청자들의 이탈로 시청률은 30%를 목전에 두고 하락했었다.

그러나 <결못남>은 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선덕여왕>이 생각보다 빨리 문제를 봉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10화랑을 비롯한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개성 있는 캐릭터로 열연하며 지루해진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천명공주의 캐릭터가 예전 모습을 되찾으면서 11회 들어 <선덕여왕>의 시청률은 반등에 들어섰다. 

기대작 <트리플>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

<결못남>은 강한 폭발력과 흡입력을 지닌 유형의 드라마는 아니다. <결못남>은 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40대 독신남과 결혼은 하고 싶지만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과 하길 소망하는 30대 노처녀의 이야기로 싱글 라이프의 면면을 유쾌하게 풀어놓으면서 그 안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게 되는 작품이다. 대진운이 좋았다면 더 높은 시청률을 바라봤을 수도 있을 정도로 괜찮은 작품인데,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시청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결못남>.

<결못남>이 좋은 작품임에도 대진운이 나빠 빛을 못 보고 있는 것이라면, <트리플>은 작품 내적인 문제가 많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벌써 오랫동안 방송 3사 드라마 전체 시청률이 30% 넘는 게 힘들 정도로 침체되어 있는 수목 드라마 시장에서 대진운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는 SBS <시티홀>이 20%에 못 미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트리플> 속 주인공들 관계는 꼬이고 꼬여,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트리플> 속 주인공들 관계는 꼬이고 꼬여,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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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트리플>의 극중 등장인물들은 꽤나 쿨(cool)하다. 이윤정 PD는 전작 <태릉선수촌>이나 <커피프린스 1호점>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신세대적 톡톡 튀는 감각과 특유의 쿨 함을 센스 있게 버무려내는 재주가 뛰어난 감독이다. <트리플> 역시 배경과 인물은 바뀌었지만 밑바닥에 깔린 분위기는 여전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쿨 함이 조금 과했다.

극이 전개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지적받았던 것은 극중의 러브라인이다. 활(이정재 분)과 수인(이하나 분)은 지금은 별거 중에 있지만 엄연한 부부사이다. 이들 사이에 현태(윤계상 분)가 끼어들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현태는 활과 중학생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죽마고우, 게다가 한 집에서 살고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 몰랐다면 모를까, 그들이 부부사이라는 것을 안 이후에도 수인에 대한 사랑을 접지 않는 현태의 모습은 충분히 이상하다.

현태의 구애에도 딱 잘라 거절하지 않는 수인의 태도 역시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녀는 자신의 잘못으로 단단히 화가 난 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캐나다에서 한국까지 따라 왔다. 그와 다시 잘해보기 위해 그의 의붓동생인 하루(민효린 분)의 코치직까지 자청했다. 그럼에도 현태에게 조금씩 틈을 보인다. 현태가 워낙 막무가내인 것도 있지만 수인은 보기에 답답하고 짜증날 정도로 그의 페이스에 휘말리고 있다.

공감할 수 없는 드라마 내용들이 낳은 시청률 부진

<트리플>의 한 장면. 별거중인 활(이정재)과 수인(이하나) 사이에 현태(윤계상)이 들어왔다.
 <트리플>의 한 장면. 별거중인 활(이정재)과 수인(이하나) 사이에 현태(윤계상)이 들어왔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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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과 하루는 의붓남매 지간이다. 그런데 한 집에 살게 되면서 하루는 오빠 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피가 섞인 것도, 호적상으로 묶여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가족'이란 테두리를 워낙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아무리 의붓남매라고 할지라도 그 둘이 사랑을 느끼고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는 것은 결코 아름다운 사랑이 아닌, 부자연스러운 일로 간주되기 마련이다. 이건 남장여자와의 페이크 동성애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러브라인이 이 둘 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윤(이선균 분)과 상희(김희 분)의 관계야말로 이윤정 식 쿨 함을 가장 강렬하게 대변한다. 17년 간 친구사이로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잠자리를 갖게 된 이 둘은 이후에는 연인과 친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여기에 하루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풍호(송중기 분)까지 가세한다. 이렇게 수많은 러브라인이 공존하는 <트리플>은 전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게 복잡하고, 또 산만하다.

게다가 <트리플>은 마냥 연애물이 아니다.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는 활, 해윤, 현태의 성공 스토리를 그리면서 동시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하루의 도전기 역시 담아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화면 안에 녹이려다 보니 극은 갈피를 못 잡는다. 광고 기획자로서의 전문성도,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의 전문성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모든 게 어중간하니, 결국 여섯 남녀의 사랑 이야기의 양념 역할만 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트리플>의 본질은 사랑 이야기인데 문제는 이 사랑 이야기가 시청자의 공감을 못 이끌어낸다는 데 있다. 바로 거기에, <트리플> 부진의 원인이 있다.


태그:#결혼못하는남자, #트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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