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순천만에 끝없이 펼쳐진 건각망. 뻘배와 함께 이곳 사람들에게 떼레야 뗄 수 없는 삶의 터전.
 순천만에 끝없이 펼쳐진 건각망. 뻘배와 함께 이곳 사람들에게 떼레야 뗄 수 없는 삶의 터전.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차가 다니지 않는 포장도로를 걷는 기분

죽전 방조제를 나와 도로를 걸어간다. 방조제는 더 이상 해안 길로 이어지지 않는다. 2차선 포장도로를 타고 고갯길을 올라간다. 한적한 지방도로. 차는 가끔씩 지나간다. 고개 마루에 올라 서니 넓은 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갯벌위로 어망이 빼곡히 설치되어 있다. 건각망이란다.

건각망은 바다 쪽에서 육지를 향해 양편으로 팔을 벌린 형태로 설치한 그물이다. 물이 들어올 때 따라 들어온 물고기들이 물이 빠지면 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되는 어업 방식이다. 어망 가운데에는 자루를 하나씩 달았다. 아! 뻘배를 밀고 들어가 저기에 갇힌 고기를 담아오는가 보다.

화포 가는 길
 화포 가는 길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여행자가 새로운 길에 들어섰을 때 가장 기분 좋은 경험 중의 하나는 그 길에 아무런 인식표가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순간이다. 그 흔한 세 자릿수의 지방도로 번호마저도 지니지 못한 길. 그 길은 분명 소통이 뜸한 길이며, 그래서 여행자는 호젓하게 자신만의 풍광을 즐길 수 있고, 더러는 마음 편하게 길에서 만난 아낙네나 촌로들에게 자동차의 빈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 곽재구의 <포구기행> 중

화포마을로 이어진 길을 걷는다. 시골도로는 차가 뜸하다. 한가한 도로를 걷는 기분이 좋다. 도란거리며 길을 걷는다. 가로수 사이사이로 바다가 길동무를 한다.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는 또 다른 느낌이다. 넉넉하다.

화포마을에서 소원을 빌어본다.

점점 가까워지는 마을. 화포마을이다. 꽃 포구? 예전에는 쇠리라고 했다고 한다. 쇠리회관이라는 간판도 보인다. 이곳은 행정구역이 우산리(牛山里)다. 소 모양을 닮았는가 보다. 봉화산 자락에 자리 잡은 평온한 마을이다.

화포마을 표지석. 길 아래에 마을이 있다.
 화포마을 표지석. 길 아래에 마을이 있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화포마을 매점
 화포마을 매점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해안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화포마을을 가로질러 간다. 낡은 탁자 상판에 마을매점이라고 쓴 간판이 눈길을 끈다. 비록 간판은 재활용했지만 글씨는 품을 들였다. 잘 어울린다. 들러보고 싶지만 얼른 바닷가로 내려서고 싶다.

바닷가에는 소망탑이 서있다. 화포마을은 순천만 일출을 보는 곳이라고 한다. 작은 돌들은 겹쳐 쌓은 탑. 소원을 빌어본다. 소망본능. 가끔은 종교와 상관없이 무언가 기원의 대상이 필요한 것 같다. 가족이 건강하고, 애들이 무탈하기를….

순천만 해맞이 장소에 바다를 향한 소망탑이 있다.
 순천만 해맞이 장소에 바다를 향한 소망탑이 있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바닷가에 매어 놓은 작은 배. 황량한 갯벌 위에 텅빈 배가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
 바닷가에 매어 놓은 작은 배. 황량한 갯벌 위에 텅빈 배가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바닥을 드러낸 갯벌. 그 위로 배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배도 휴식을 즐기는 걸까? 바닷가에 쉬고 있는 작은 배들이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빈 배. 누군가를 기다리는 배. 사실 주인이 있지만 지나가는 길손의 눈에는 주인을 잃은 허전함으로 다가온다.

웅구지가 말라가는 우명마을

다시 해안을 따라 걸어간다. 아주 작은 마을을 지난다. 우명마을이다. 소가 우는 마을? 장어처럼 생긴 물고기를 발처럼 주렁주렁 말리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저씨가 한 줄씩 꿰어놓은 고기들을 줄에 걸고 있다.

이 곳에서는 배갱이라고도 하고 웅구지라고도 한다. 장어같이 생긴 물고기다. 검색을 해보니 드렁허리라고 하는데, 드렁허리는 민물에 산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배갱이라고도 하고 웅구지라고도 한다. 장어같이 생긴 물고기다. 검색을 해보니 드렁허리라고 하는데, 드렁허리는 민물에 산다고 한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바람에 말라가는 웅구지
 바람에 말라가는 웅구지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이게 무슨 고기예요?"
"배갱이. 웅구지라고도 하고."
"아! 이게 배갱이예요? 목포 살 때 식당가면 볶음으로 나오던데."
"맞아. 이거 전부 목포에서 가져가. 잘 말려서 전화만 하면."

갯벌에 설치된 어망에서 잡아온단다. 아저씨는 요리방법이랑 먹는 방법을 잘 알려준다. 쉽게 말하면 노가리 정도?

해변을 따라 띄엄띄엄 집들이 이어진다. 집집이 웅구지를 손질하고 있다. 마음이 서글프다. 대꼬챙이에 줄줄이 꿰어 놓은 모양이. 그냥 널어 말려도 될 텐데. 슬픈 운명을 타고난 웅구지여…

시멘트 포장된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근데 길이 끊겼다. 막다른 길은 밭으로 이어지지만 흰 줄을 쳤다. 지나가지 말라는 표시다. 뒤를 돌아보고 위를 돌아봐도 가는 길이 없다. 다시 왔던 길을 뒤돌아 가든지, 아니면 몰래 지나가든지.

바다를 바라본 초가집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살금살금 밭도랑을 타고 지나간다. 바닷가로 초가집이 보인다. 아! 사진으로만 보던 그 초가집. 그 옆으로 그네를 매어 놓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네를 탄다. 바다를 향해 날아갈듯 출렁이는 기분이 좋다. 초가집은 옛날 집이 아니다. 창문이 달리고 원룸으로 만들어진 퓨전 건물이다.

그네를 탄다. 바다를 향해...
 그네를 탄다. 바다를 향해...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갯벌을 바라본 초가. 지붕은 풀을 얻었지만 벽은 창문을 달았다. 하룻밤 쉬어 갔으면...
 갯벌을 바라본 초가. 지붕은 풀을 얻었지만 벽은 창문을 달았다. 하룻밤 쉬어 갔으면...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초가집 옆으로 해산물을 선별하는 기구도 있고, 방바닥에는 작업도구들이 널려있다. 아마 일 마치고 돌아와 잠깐 쉬는 쉼터 정도로나 보인다. 초가집 기둥 아래 망에는 작은 게들이 잡혀있다.

바다로 나아가는 작업장에는 뻘배가 상자 두개를 이고서 쉬고 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뻘배가 지나온 길이 아직 그대로다. 그 길을 따라 바다로 나가고 싶다. 한참을 바라보다 돌아선다.

뻘배가 지나 온 길. 그 길을 따라 바다로 나가고 싶다.
 뻘배가 지나 온 길. 그 길을 따라 바다로 나가고 싶다.
ⓒ 전용호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거차마을 가는 85번 시내버스 시간표(기점 출발기준) : 07:00, 09:40, 12:10, 14:30, 17:20, 19:25, 21:25(순천역이나 터미널을 지나가는 시간은 출발시간 10분 후)

대대포구 가는 67번 시내버스는 30분간격으로 수시 운항

걸은 거리 13km, 걸은 시간 5시간(쉬는 시간 포함)

이동 시간 내역 : 순천버스터미널 버스(09:50) - 거차(10:28) - 걷기시작(10:40) - 창산마을(11:02) - 죽전방조제(11:13) - 간식(11:20~11:45) - 도로(11:54) - 하포마을(12:13) - 우명마을(12:46) - 초가집(12:56) - 장산마을(13:26) - 인안방조제(13:33~43) - 장산갯벌관찰장(13:51) - 인안교(14:10) - 무진교(15:05) - 주차장(15:28) - 순천만 버스(16:43)



태그:#순천만, #화포 마을, #우명 마을, #초가, #웅구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