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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면사무소가 있는 배바우동네는 강에 배 형상의 바위가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

이전부터 6월 보리수열매가 익어갈 즈음 이곳에 오면, 늘상 읍내 신작로마다 줄 지어 집을 지은 제비집과 새끼를 기르며 연신 먹이를 물어나르느라 날아다니는 제비를 특이하게 바라보곤 했다. 바로 해마다 제비가 날아오는 동네. 면사무소에서 도서관까지 이어지는 신작로의 어느집이고 제비집 안 지은 집이 없고, 신작로를 낮게 날아다니는 제비들을 어디에서건 본다.

 

안남우체국 아래에도 집을 지었다. 우체국 로고의 상징도 제비가 아니던가. 전국 어떤 우체국이고 자신의 로고아래 둥지를 지은 제비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일찍 부화한 제법 큰 새끼들은 부모가 물어오는 먹이를 서로 먹겠다고 경합을 벌인다.

 

들어오는 현관입구에 제비똥이 떨어져 지저분해지기 일쑤. 그렇다고 제비집을 부수거나 하지 않는다. 그져 신문지 깔아주고 자꾸 갈아주는 수 밖에. 이놈들 때 되면 날아와서 묵은집 보수하는 거 보는 재미. 알 낳고 포란하는 거 보는 재미. 새끼 키우는 거 보는 재미. 찬바람 불면 알아서 강남으로 날아갈 때까지. 이들은 안남의 식구들이며 소일거리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어차피 이들이 앉아있는 곳은 상점 드나드는 곳이라 사람에 익숙하다. 마을 종묘사 간판 아래에도 집을 짓고, 미용실 아래에도, 정육점 아래에도, 비디오가게에도, 이발소에도, 제비 집이 있다. 담배가게 차양에도, 동태찌개 파는 식당에도, 떡방앗간에도 있다. 중국음식 집은 똥 받아내는 받침대도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제비를 반기고 사랑하는 동네가 또 있을까. 이들과 동거를 자초하였기에 분변 등 자잘한 신경거리들이 산재하지만, 인간과 새가 공생하는 것을 당연으로 알고 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 안남동네가 흥부네 식구들로 가득찬 이상 안남 배바우 마을사람들은 내리내리 크게 성하고도 남을 일이다.


태그:#제비, #안남 배바우, #제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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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 생태관광을 연구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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