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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가 뜨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7만5000여 명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6월까지 벌써 5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청산도가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 없다. 가장 큰 건 삶의 여유를 찾는 슬로시티 체험과 오지탐험이 최근 여행의 추세로 자리 잡은 덕이다.

 

구부러진 돌담과 흙길, 초가 등 정겨운 고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 영화 '서편제'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봄의 왈츠'와 '해신'의 영향도 크다. 청정 바다를 배경으로 한 샛노란 유채꽃밭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통째로 움직였다.

 

뿐만 아니다.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옛 초분 장례 풍습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바닷속으로 풍덩 몸을 던져 전복과 소라를 캐오는 해녀의 모습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갯돌이 들려주는 해조음을 들을 수 있는 해변과 해송숲도 연인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벼농사를 위해 구들장을 깔아 논을 만들어놓은 것도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환경오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청보리와 마늘이 넘실대는 푸른 들녘도 청산도의 매력이다. 행정기관의 관광객 유치 노력도 한 몫 거들었다. 하여 청산도는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섬으로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이렇게 청산도를 한번 찾아온 여행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한 것은 문화관광해설가들의 몫이었다. 현재 청산도에 살고 있는 해설사는 모두 9명.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들이 늘면서 전문교육을 받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 가운데 김미경(45·전남 완도군 청산면 도청리)씨는 '고참'에 속한다. 거침없는 해설과 구수한 입담, 재치 있는 말솜씨가 자랑이다. 청산도를 한번 다녀간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청산도 알리미', '청산유수', '청산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행사에서 청산도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그녀를 찾는 것도 이런 연유다.

 

그녀는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유명 관광지, 그리고 섬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적절한 유머를 섞은 정겨운 말씨로 표현, 청산도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항상 밝은 얼굴로 여행객들이 청산도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가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가 문화관광해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지난 2005년. 지역에서 뭔가 보람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문화관광해설가 교육을 받고 인증시험을 통과하면서부터다. 2006년부터는 현장에서 여행객들을 만났다.

 

봄철 관광 성수기 땐 한달에 20여 일을 밖에서 살았다. 평소에도 주말과 휴일은 물론 해설을 필요로 하는 여행객들이 찾을 땐 모든 일을 젖혀놓고 달려 나간다. '남도친절왕'으로 뽑혀 지난 24일 전남도지사 표창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재밌어요. 처음엔 내가 해설가이기에 그냥 했어요. 긴장감도 없었구요. 그런데 지금은 해설이 좋습니다. 재밌고…. 항구로 들어오는 배만 봐도 설렐 정도예요. 막중한 책임감도 느낍니다. 저의 말투와 행동이 청산도의 얼굴이 되더라구요."

 

그녀는 짬이 날 때마다 정확하면서도 다양한 해설을 위해 자료 수집에 나선다. 직접 문헌을 찾아보는 것도 다반사다. 마을 어른들을 만나 청산도에 얽힌 이야기와 각종 전설, 마을유래를 듣는 것도 일상이다. 같은 일을 하는 해설가들의 모임에도 적극 참석해 갖가지 정보를 얻고 해설기법을 배우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 것도 전문해설가로써의 자기계발을 위해서다.

 

 

'그녀가 보는 청산도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은 어딜까?' 궁금해 물었더니 예상과 달리 '범바위'를 꼽는다.

 

"저는 청산도의 매력은 밋밋하지 않은 데 있다고 봐요. 보세요. 첩첩산중이잖아요. 비록 높지는 않지만 섬이 산등성이로 모두 연결돼 있어요. 등산로도 좋구요. 저기, 범바위에 올라 보셨어요? 자기력이 센 암석인데요. 거기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광이 죽여줍니다. 밑에서 보는 풍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에요. 시간여유가 없다면 자동차를 타고도 바위 바로 밑에까지 갈 수 있거든요. 꼭 한번 가보세요."

 

청산도의 구석구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녀이기에 당연히 토박이 청산댁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고향은 광주광역시.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청산도 토박이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고향에 가서 살고 싶다'는 남편과 함께 섬으로 들어왔다. 벌써 14년 전의 일이다.

 

"이렇게 눌러 앉을 줄은 몰랐죠. 그러나 지금은 더 좋습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들의 뒷바라지가 힘들긴 해도,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적게 벌어 적게 쓴다고 생각하니 힘들지 않아요. (대도시에 사는 것보다)정신적으로 더 행복한 것 같아요."

 

20명 이상 단체로 청산도에 들어가서 그녀의 전문 해설을 들으려면 완도군 문화관광과(☎061-550-5226)나 청산면사무소(☎061-550-5608)로 연락하면 된다. 해설에 따른 여행객들의 비용부담도 따로 없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세 달려 나와 환한 얼굴로 맞을 것이다.

 


태그:#김미경, #청산도, #완도, #문화관광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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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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