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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시도로 교통사고 후 2년째 자가운전에 도전

2005년 사고 후 입원생활이 2년이 되어 갈 무렵, 이러다가 사회에서 영영 낙오되고 말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불편하더라도 하루 빨리 퇴원해 재기를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시급한 게 무언지 곰곰 생각해보니 운전이었다.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터라 소위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였던 그때 내겐 정말 큰 도전이었다.

사고 후 길지 않은 이동에도 차멀미를 심하게 하곤 했다. 처음엔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낯선 거리라 그렇겠지 했지만 여전해 의사선생님에게 상담하니 외상 후 스트레스고, 심리적인 거라 본인이 극복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했다. 사고 후 1년 6개월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거동은 여전히 불편했고, 이제 6살난 형서와 날 남편으로 섬기며 사는 사랑하는 집사람을 생각하면 이렇게 마냥 병원생활을 할 수만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면 어찌됐던 사회 속으로 뛰어들어야 했고, 지금 불편한 상태의 내가 사회생활 하려면 먼저 운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하루 일과에 따라 고된 재활을 마치고 병원침대에 누워 어떻게 다시 운전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곰곰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고는 했다. 고등학교 시절 테니스부 친구는 청소년국가대표를 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친구는 길을 걸으면서도 라켓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머릿속으로 테니스 연습을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내게는 운전이 그만큼 절실했고,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었기에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 사고 당시 차는 대리운전을 위한 차였고, 그전부터 운행하던 차는 그대로 있는 상태였다. 집사람은 운전면허는 있지만 실제 주행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니 운전 할 차는 집에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 결심을 굳히고 주말이 되어 사랑하는 집사람과 어렵게 상의했다.

역시 아내는 완강히 반대를 했다. 그럼에도 고집을 부리자 아버지 어머니까지 반대를 하시고 나섰다. 워낙 완강하게 반대를 해서 당시 입원하고 있던 병원 원장님께 상의를 할 정도였다. 그 때 원장님 답변이 '가족들이 반대하는 것은 위험 때문에 그러는 것인데, 위험하다고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평생 발전은 없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완곡하게 말씀하셨다.

그랬다. 당시 상담했던 원장님 말씀을 듣는 순간 내 판단이 옳다는 확신이 들었고, 대신 내 안전을 걱정하는 가족들을 위해 더 조심해서 운전을 시도했다. 마침 서울에서 다니러온 친척동생을 데리고 주말에 이틀을 운전연습을 했고, 그러고도 월요일 아침에 병원에 복귀할 때 옆에 태우고 병원에 복귀했다. 그리고는 토요일 외박을 나갈 때 집에까지 운전하며 운전을 익혔다. 그렇게 6개월을 연습했다.

혼자서 병원에서 5분 걸리는 집에까지 처음으로 운전을 하고 가니 옷이 땀으로 흥건히 젖을 정도였고, 어린이집에 형서를 데리러 가니 형서가 "야 우리아빠 이제 운전도 하니 다 나았다" 하면서 좋아하던 생각이 난다.

운전 권한 다른 재활우, 차를 사서 현재 자가운전 중...큰 보람

운전을 한지 6개월만에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가족들이 먼저 퇴원을 권하게 됐다. 그래서 퇴원을 해 통원치료를 다녔다. 장애인 도립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에도 다니며 효율적인 재활이 가능해졌다. 그전부터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고 이동이 자유로운 나는 선거캠프에서 사이버홍보를 책임지고 하게 됐다.

재활우들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2006년부터 운영하던 재활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을 2008년 12월 전주에다 결성했다. 모임을 결성하고 보니 운전에 관한 내 생각과 시도가 옳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각자가 재활에 뛰어난 성취를 얻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모임의 결성취지에 동조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8명 회원 중 5명이 자가운전을 하고 있었으며, 각자가 나하고 비슷한 주위 반대를 겪었다.

한 회원은 지난 4월 부안의 모항해수욕장으로 재활카페 오프라인 회원들과 엠티를 다녀왔다. 그 엠티에서 뇌경색이 와 차를 주변사람들 권유로 팔아버리고 7개월여 입원생활을 했다. 그 후 집에서 의기소침한 상태로 위축된 생활을 하던 홍○○(44, 전주시 효자동)씨는 자가운전을 하는 다른 회원들 권유로 용기를 얻어 운전을 다시금 결심하고 얼마전 차를 다시 구입해 자가운전을 하고 있다.

운전도 재활

경험에 비추어 봐도 그렇고 재활카페 '온고을' 회원들을 봐도 그렇고 효과적인 재활을 위해서 운전은 필수다. 운전을 하며 자연스럽게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운전 자체가 재활이다. 예를 들면 운전 초기에 왼손으로 미등을 켜려고 스위치를 조작하면 라이트가 들어오던 것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왼손으로 미등을 켜고 끄는 동작이 가능하다. 핸들을 조작하는 것도 오른손으로 하게 됐다. 왼손은 무릎에 나도 모르게 올려놓다가 지금은 왼손이 자연스레 조작한다.

전국 140만 재활우와 그 보호자들에게 감히 힘주어 권하고 싶은 것은 용기를 내어 운전에 도전해 보란 것이다. 그러면 행동반경이 확대되며 지금보다 더 폭넓은 재활이 가능해질거라는 것이다. 천천히 조심해서 운전에 도전해 보라고 힘주어 권한다.


태그:#재활, #재활카페온고을, #운전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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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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