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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다. 국민 무시, 지역 무시, 야당 무시 태도를 어떻게 로봇처럼 그렇게 드러낼 수 있을까. 수십일 동안 여론조사의 필요성을 그렇게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야당측 위원들의 의견을 어찌 그렇게 모질게 잘라낼 수 있을까.

 

결국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가 17일 오전에 파국으로 끝났다. 종료시점을 8일 남겨두고 성과 없이 끝난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에게 더 기대할 것 없다, 더 이상 함께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야당측 추천위원들에게 공개회의뿐만 아니라 비공식석상에서도, 지난 주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야당측 미디어위 위원들은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자며 '파국선언'을 주장하는 필자를 외려 설득했다. 한나라당 측 위원들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어렵게 17일 오전까지 설득에 매진한 것. 하지만 결국,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났다.

 

저들은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대해서 애초부터 합의할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 문방위 나경원 간사 등이 미디어위 출범 초부터 여론조사는 없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되풀이할 때부터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미디어위 활동은 애초부터 '허가' 받지 못하고 시작한 것이다.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여론조사 등에 대해서 아예 결정권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터. 초기 여론조사 수용논의 과정에서 한나라당 문방위 의원들에게 물어보고 오겠다는 발언을 추천위원들이 내뱉을 때부터 이미 '물 건너간 여론조사'였을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측 "여론조사는 없다"

 

여론조사 수용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등이 여론조사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언론을 통해서 밝혀왔다. '여론조사는 맹점과 허구성이 있어 수용할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이 있고 나면 미디어위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아주 강경하게 반대 뜻을 드러내곤 했다.

 

여론조사를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팔색조'의 묘기를 보여준다. 초기에는 수용 여부를 우리가 결정할 권한이 없다, 국회 사무처에 돈이 없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거부했다. 그러나 권한이 없으면 왜 들어왔는가, 국회사무처에 왜 뒤집어씌우는가는 비판을 받게 되자 이 논리는 포기한다.

 

중기에는 여론조사는 맹점과 허구성이 있어 수용할 수 없다면서 나경원 의원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며 거부했다. 대통령 후보를 여론조사로 뽑은 한나라당이 할 말이 아니라는 비판에 이 논리도 버린다. 하지만 어떤 조사도 못하겠다며 버티던 그들이 여론조사를 거부하는 대신 야당측 위원들이 주장한 '미디어이용자실태조사'는 받아들일 듯한 태도를 잠시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판으로 오면서 시간이 없어 실태조사마저 할 수 없다면서 더불어 여론조사는 논의조차 하지 말자는 주장으로 일관하면서 결국 파국으로 미디어위를 밀어 넣어 버렸다.

 

합의문 중 여론수렴과정 철저히 외면

 

그들은 지난 2월 여야합의문인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표결처리한다'는 내용 중 여론수렴과정은 철저히 외면했다. 공청회, 여론조사, 인터넷여론수렴 등 3가지 정도의 여론수렴방법론이 존재하는데, 그중 어느 하나 제대로 수행한 것이 없다.

 

부산공청회는 한나라당 추천 김우룡 공동위원장이 공청회 도중에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하고 나가버리면서, 공청회 참석자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고 나중에는 유감 표명을 어쩔 수 없이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광주공청회는 느닷없이 인터넷 관련 법안 공청회로 알았다며 인터넷관계자들을 공술인으로 선정해 지역공청회 자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그나마 춘천공청회가 큰 사고 없이 진행됐으나, 대부분 참석자들이 반대하는 의견만 개진한 공청회라며 공청회 무용론을 주장하고, 지역공청회 확대를 주장하는 야당 추천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결국 여론수렴과정이라는 합의문의 구체적인 방법론인 여론조사, 공청회, 인터넷의견수렴 중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애초 노림수인, 미디어위는 시간 끌다 유야무야시켜 놓고 6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의 물리력으로 통과시킨다는 지침을, 말 그대로 로봇처럼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수행해 낸 것이다.

 

그들의 관심은 제사보다 젯밥에

 

그들의 관심은 제사보다 젯밥에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한나라당 문방위 의원들로부터 칭찬받게 됐다. 법안에 대해서 그 어떤 수정도, 합의도 없이 미디어위를 파국으로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발의한 언론관계법에 대해 한 자 한 줄도 고치지 못하게, 여론수렴과정을 차단하며 질질 끌어주고 급기야 파국으로 몰아간 그들, 한나라당 추천위원들.

 

곧 논공행상이 있을 터, 8월부터 재구성되는 공영방송 29석의 이사자리와 청와대 비서실 개편과정에서 나올 자리들을 차지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역사는 두고두고 그들이 2009년 봄에 무엇을 했는지 기록할 것이고 기억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스와 오마이뉴스에 동시 기고합니다. 필자 양문석씨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야당측 간사입니다.


태그:#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김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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