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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뒤란의 백합꽃에서 고향의 봄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고향집 뒤란의 백합꽃에서 고향의 봄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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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 노랫말입니다. 고향집 뒤란에는 백합꽃들이 한데 모여 삽니다. 나팔을 닮은 백합꽃잎에 귀를 가까이 대고 눈을 지그시 감아봅니다. 때 아닌 초여름에 고향의 봄 노랫소리가 귓전에 가득합니다.

골목길을 누비던 깨복쟁이 친구들의 소리도 함께 들려옵니다. 코흘리개 친구들,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어르는 순이의 모습, 지팡이를 짚고 먼 길을 하염없이 주시하는 할머니, 원두막, 시냇물, 반딧불이, 누렁소...고향풍경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오랜만에 찾아간 고향집은 숲속의 별천지

땅심이 좋아서인지 매실이 튼실합니다.
 땅심이 좋아서인지 매실이 튼실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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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피어난 석류의 붉은 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예쁘게 피어난 석류의 붉은 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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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입니다. 고향집을 찾은 건. 삶에 치여 여유가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무던한 탓이기도 하지요. 온갖 나무들이 우거진 고향집은 숲속의 별천지가 되어 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진돌이가 제일 먼저 꼬리를 흔들며 반깁니다. 녀석은 신기하게도 일 년에 한두 번 볼까말까 하는데도 금세 알아봅니다.

동생은 농원에서 매실을 따고 있습니다. 땅심이 좋아서인지 매실이 튼실합니다. 다 키우기 나름이랍니다. 주인의 손길 여하에 따라서 이렇듯 알맹이 크기가 달라진다나요. 집 화단에는 노란 백년초가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초여름 햇살에 샛노란 색감이 어찌나 고운지 눈이 부십니다. 하얀 철쭉도 피었습니다.

보리수의 빨간 열매가 참 예쁩니다. 조롱조롱 수없이 열렸습니다.
 보리수의 빨간 열매가 참 예쁩니다. 조롱조롱 수없이 열렸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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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할 것 같았던 보리수 열매는 의외로 새콤합니다.
 달콤할 것 같았던 보리수 열매는 의외로 새콤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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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밤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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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에 치렁치렁한 석류줄기에 예쁘게 피어난 석류의 붉은 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올망졸망 매달린 붉은 장미꽃들은 방긋거립니다. 표고버섯을 키우는 하우스 지붕에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청포도가 익어갈 즈음에 고향집을 다시 한 번 찾아야겠습니다.

보리수의 빨간 열매가 참 예쁩니다. 조롱조롱 수없이 열렸습니다. 토실한 알맹이를 하나 따서 입안에 넣어봅니다. 달콤할 것 같았던 보리수 열매는 의외로 새콤합니다. 입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따먹을 이가 없어 그대로 두어 바닥에 붉은 알맹이가 떨어져 내립니다.

과일나무와 채소가 풍성한 고향집 농원

농원의 복숭아 열매를 만져보며 흐뭇해하는 동생은 과일나무 가꾸기의 제일 기본은 전정을 잘해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농원의 복숭아 열매를 만져보며 흐뭇해하는 동생은 과일나무 가꾸기의 제일 기본은 전정을 잘해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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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제법 튼실하게 컸습니다.
 배도 제법 튼실하게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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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지붕에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청포도가 익어갈 즈음에 고향집을 다시 한 번 찾아야겠습니다.
 하우스 지붕에는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청포도가 익어갈 즈음에 고향집을 다시 한 번 찾아야겠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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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보건소에 다니는 동생이 가꾸는 고향집의 농원에는 양파와 상추, 가지 등의 먹을거리가 풍성합니다. 참새들이 재잘대는 초여름 오후의 농원은 한가롭기만 합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움입니다.

동생은 과일나무 가꾸기의 제일 기본은 전정을 잘해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법 자란 복숭아는 이제 보름정도 지난 7월 초쯤이면 따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다 본 듯싶은데 과일나무가 또 있답니다.

못난이 모과와 왕방울 자두열매도 있습니다. 꽃상추, 풋고추, 가지, 호박, 찰옥수수, 해바라기, 작두콩 등의 작물도 무럭무럭 커갑니다. 갖가지 채소와 작물들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다보면 머리가 맑아집니다. 고향집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머님 떠난 후로 고향은 제게서 점차 멀어져만 갔습니다. 한동안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사라져갔던 고향을 동생이 이제껏 정성껏 가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복숭아꽃 살구꽃이 피고 지던 나의 옛 고향은 꽃동네 새 동네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향집, #농원,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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