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기 안양시 도심을 흐르는 개울가에서 물소리와 바람소리, 풀잎소리와 새소리와 더불어 젊은이들의 율동과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음악인들의 참여로 쌍개울 음악회가 열려 지역주민들이 맑은 음악에 흠뻑 빠지며 문화예술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지난 13일 저녁 7시30분부터 9시까지 안양시 비산동 안양천 본류와 학의천이 만나는 일면 쌍개울에서 열린 음악회에는 음악소리에 이끌려 온 주민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변을 질주하던 자전거 동호인들도 페달을 멈추고 음악의 향연에 푹 취했다.

 

오후 5시 음향을 조율하는 러허설임에도 불구하고 천변에 아름다운 음악 선율이 흐르자 자전거 동호인들은 달리던 자전거 바퀴를 멈추고, 애완견과 조깅하던 부부도,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던 아주머니도, 아이들과 산보하던 엄마아빠도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쌍개울에 어둠이 깔리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무대에 드디어 불이 켜졌다.

 

오프닝 공연으로 동안청소년수련관 댄스동아리4팀(댄디스, MINE, 트리플브레이커즈(비보이팀), D.O.F)이 무대에 올라 흥겨운 음악속에 율동을 선보이자 500여 명으로 불어난 관객들은 무대앞 의자와 언덕배기와 길가에 자연스럽게 걸터앉아 천변이 객석으로 바뀌었다.

 

 

 

"쌍개울을 아십니까. 이곳은 예전에 어린이들의 하천 놀이터로 추억이 깃든 곳이랍니다.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온 이곳에서 물소리, 바람소리, 풀잎소리, 새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오늘 무대는 자연의 소리를 닮은 사람들이 꾸미는 무대로 초 여름밤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면서 아름다운 소리와 영혼의 울림을 들려줄 것입니다."

 

1부 공연으로 오카리나 4분쉼표와 고교생 장기업군의 클라리넷 연주가 감미롭게 깔리고, 여고생 김건지양의 '애인있어요' 열창이 이어지자 관객은 환호하고, 정준영의 색소폰 연주, 노래하는 통기타, 클래식 기타 연주속에 성악가 경미숙씨가 노래에 박수를 보냈다.

 

2부 공연에서는 클래식기타 연주가 김동률씨의 '로망스', '알함브라 궁전의추억'이 천변에 울려퍼지면서 바람소리, 풀잎소리까지 느껴지는 숨죽이는 분위기에 푹 빠져들게 했다.

 

팬플륫 팬오카소리앙상블은 자연이 있는 천변무대와 하나가 됐으며, 유승곤씨의 알토 색소폰 연주는 또다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며 천변 음악회가 주는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가 하면, 통기타 여성그룹 블루버즈의 신나는 노래는 아쉬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쌍개울 음악회는 '순수하고 소박한 형태로도 지역에서 얼마든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모인 '쌍개울 사람들'이 동안구와 만안구의 경계이며 은모래가 깔려 옛 안양사람들의 추억이 있는 쌍개울에서 소박한 음악의 자리를 갖자는 뜻에서 마련했다.

 

 

쌍개울은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햇살에 반짝이는 맑은물이 흐르고 은모래의 고운백사정이 천변에 깔려 어린이들의 놀이터였으며, 깻묵과 된장을 넣어둔 어항에는 피래미와 송사리, 모래무지에 버들붕어들이 하얀 은비늘을 퍼떡이던 안양천의 개울이었다.

 

산업개발과 더불어 물빛은 시커멓게 변하고, 악취까지 나는 죽음의 하천으로 바뀌었으나 지자체의 안양천살리기사업이 결실을 맺어 쌍개울에는 다시금 붕어에 참개에 온갖 새들이 날아와 물고기를 채가는 모습을 연출하는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돌아왔다.

 

특히 이번 쌍개울 음악회는 쌍개울 사람들뿐 아니라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준 음악인 등 모든 이들이 자원봉사의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음향, 조명, 식사 등 준비기간부터 행사 당일까지 소요되는 비용 조차 자발적 회비로 마련돼 더욱 감동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번 쌍개울 음악회에 동참해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 음악인들이 "언제라도 또다시 불러주면 기쁘게 참여하겠다"고 말하고 특히 포르태음향은 무보수로 엄청난 음향과 조명장비를 지원 설치하여 쌍개울 음악회가 가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몰랐어요. 음악회가 있는 줄. 다음에도 꼭 오고 싶어요. 언제 또 하나요?"

"정말 감동의 무대였어요. 쌍개울 사람들이 누구누구예요. 고맙습니다."

"개울에 발담그고 놀았던 어릴적 추억처럼 오늘도 아름답게 기억됩니다."

"쌍개울에서의 사람들 모습과 표정들,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아요."

 

음악회가 끝나자 감동의 분위기가 아쉬워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주민들의 찬사와 감사, 질문이 스태프들에게 쏟아지며 서로 인사를 교환하는 이들의 얼굴과 표정에서는 빛이 나며 쌍개울 음악회를 준비한 이들도, 출연자들도 관객들도 쌍개울 사랑으로 하나가 됐다.

 

쌍개울 음악회를 열자고 처음 제안한 임종순 민예총 안양지부장은 "추억의 쌍개울에서 음악회가 열려 너무나 기쁘다"며 "당초 생각보다 큰 무대가 되고 준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게됐다"며 "순수함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기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음악회를 기획한 빚진자들의집 박은경 목사는 "처음 기획할 때 약속했던 출연자들이 교체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오늘 저녁 쌍개울에 머무는 사람들이 자유로움 속에서 음악을 통한 소통으로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시간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그:#안양, #쌍개울 사람들, #음악회, #안양천, #학의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