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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 만나러 가는 길


가까이 있는 듯 하면서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산, 힘들게 한 번 올라온 사람에겐 거저 돌려보내지 않는 산, 산정 높이 올라온 자만이 알 수 있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 비밀을 보여주는 산, 올라올 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여주는 산, 영남알프스를 만나러 간다.


영남 알프스는 영남 동부지역에 위치한 해발 1000미터 이상의 산악군을 유럽의 알프스산맥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태백산맥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며 낙동강과 평행을 이루며 형성되어 있다. 경상북도의 경주와 청도,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밀양과 양산의 5개 시군에 걸쳐 형성되어 있다.


이 일대는 높은 봉우리들과 산줄기, 수려한 경관으로 인하여 등산객들이 즐겨찾으며 등산코스 역시 다양하게 나 있다. 영남알프스 일부는 가지산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일대를 둘러싼 계곡들도 많아 여름철 물놀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여름철이면 작천정, 배내골 등 계곡을 찾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영남알프스의 주요 봉우리는 가지산(1,240m), 신불산(1,209lm), 천황산(1,189m), 운문산(1,188m), 재약산(1,108m), 간월산(1,083m), 영축산(1,081m), 고헌산(1,032.8m) 등이다.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신불평원은 능선부에서 약 60ha의 광활한 억새군락지와 고산늪지가 형성되어 있는 곳을 말한다. 해발 940~970미터의 고산 능선부에는 신라시대 때 축조된 단조성터가 단조늪지를 둘러싸고 있으며, 단조늪지는 순수 늪과 고산습원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지난 1월이었던가. 영축산에서 신불산까지 종주산행을 한 뒤, 다시 신불평원을 종주한다. 이번엔 신불산에서부터 영축산으로 걷는다. 가지산, 재약산, 천황산, 영축산, 신불산, 운문산 등 최소 두 번 이상은 만났던 산이지만,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영남알프스의 산들은 쉽게 오르는 것을 한 번도 허용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시간을 요구하고 땀과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막상 땀 흘려 힘들게 헉헉대며 산정에 올라보면 산은 기대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선물을 내어주곤 했다. 6월의 신불평원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 맞을까. 마음이 설렌다.


신불평원 종주길,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우릴 반길까

 

 


맑은 주말이다. 양산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언양읍 방향으로 간다. 언양읍으로 접어들기 전, 언양'가천'마을로 접어든다. 처음 와보는 곳이다. 조용한 가천마을로 접어들자 신불산도립공원 표시판이 보인다. 표시판을 따라 계속 길을 간다.


잘 닦여진 도로는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져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가천 마을회관 앞에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시멘트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지레 힘을 빼게 되어, 대부분 이쪽  불승사 앞에서 많이 출발하는 것 같다.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불승사 표시판을 눈으로 찾는다. 이 마을은 배농사를 많이 하나보다. 누런 종이에 싼 배들이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달려있고 짙은 밤꽃냄새가 코끝에 와 닿는다. 가을이 시원한 배를 사러 오면 좋을 것 같다.


배 과수원을 끼고 한참 올라가는 길은 제법 언덕진 길이다. 신불산 공룡능선이 바로 앞에 조망된다. 흐드러지게 핀 빨간 산딸기 따는 사람들도 보인다. 9시 25분, 불성사 갈림길, 주차장에 도착한다. 바로 위엔 등산로 입구다.

 


등산로에 들어서자 키 큰 소나무들이 양쪽에 길게 도열해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 소나무들을 너무 빼곡하게 심어서인지 소나무들은 옆으로 땅을 확보할 여유 없이 햇빛을 보기 위해 위로만 컸나보다. 서로 빛을 보려고 앞을 다투어 키만 컸나보다.


날씨는 제법 후덥지근한데 울창한 숲 그늘은 시원하다. 길은 호젓하고 조용해서 좋다. 맑고 화창한 날, 맑은 초록 잎 무성한 숲에서 듣는 맑은 새소리 또한 맑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다시 경사가 높아지는가 싶으면 다시 완만한 길을 내어주고 다시 경사가 올라가는 길이다.

 

바람이 없어서 몸은 금방 땀으로 젖지만, 가끔씩 땀을 식히기 위해 앉아 있노라면 걸을 때 느끼지 못했던 상쾌한 바람이 몸에 닿아 금새 땀을 식혀준다. 신불재와 신불평원, 그리고 불성사 가는 삼거리를 만난다. 오전 9시 35분이다. 신불재 방향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신불평원 방향은 암벽타기로 위험구간이 많다고 한다. 날씨는 화창하고 숲은 고요하다. 계곡을 만나기도 하지만 강수량이 적어 졸졸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정도이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맑은 새소리 어우러진 그늘진 숲길, 신불산까지 가는 최단거리의 길이라 들었지만 꽤 오래 걷는 것 같다.


그렇지, 영남알프스의 산들은 그렇게 쉽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지. 언제나 땀을 요구하고 시간을 충분히 내어주어야 하고, 인내를 요구하였지. 그래도 이 길은 한낮의 햇살을 숲 그늘이 가려주어서 힘든 줄 모르고 쉬엄쉬엄 올라간다.


주말이라 그런가, 우리 앞에, 혹은 뒤에 등산로를 오르는 사람들 띄엄띄엄 보인다. 적당한 간격이 있어서 마치 우리 둘이서만 걷고 있는 것처럼 한적하고 고요한 숲길이다. 맑은 새소리, 뻐꾸기 소리도 들린다. 가끔 땀을 식히며 앉아 있으면 숨결 고요해지면서 바람에 이는 나뭇잎도 보인다. 조망 없이 숲길 따라 계속 걷는다.

 

한참을 걸은 것 같다. 조금씩 조망이 드러나면서 상쾌한 바람이 숲 트인 왼쪽에서 불어온다. 조망바위(10:55)도착, 한쪽 능선이 확 들어난다. 숲 속 길을 한참동안 걷다가 조망도 드러나고 해서 곧 능선인가보다 싶었지만 웬걸,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금방 드러날 것 같은데, 시야가 탁 트일 것 같은데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드디어 저기 나무계단길이 보인다. 나무 계단에 발을 딛자 바로 옆에는 신불샘산장, 맞은  편에는 신불 샘이 있다. 이제 하늘이 활짝 열리고 연초록빛 신불능선이 드러난다. 산이 높아서인지 여기서 자라는 풀들은 여릿여릿 연초록빛이다.


오른쪽 옆에는 신불산 공룡능선이 높이 이어져 있다. 산장 앞 돌배나무 그늘에 잠시 휴식, 이젠 거침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걸어야 한다. 그늘이라곤 없는 능선길이다. 샘터에서 약수를 받아 신불산으로 간다. 연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신불평원...


영남알프스에서 만난 학생들...

 


쏟아지는 유월의 햇살 아래 신불재를 거쳐서 신불산까지 가는 길은 잉크 빛이 도는 푸르른 하늘과 연초록 융단을 한없이 펼쳐놓은 듯하다. 햇볕 속을 걷는다. 신불재 도착, 11시 40분이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탁 트인 조망, 하늘 길 같은 나무계단 길을 올라간다.


양쪽에 펼쳐진 연초록 초원과 먼 산 빛들, 어디를 둘러보아도 자연의 신비와 경이에 놀랍기만 하다. 오르막길 바위에서 잠시 앉아 쉰다. 오늘따라 학생들이 많이 온 것 같다. 참 좋아 보인다. 어릴 때, 젊을 때 산을 알고, 산에서 호연지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앉아서 쉬고 있는 동안 반팔 티셔츠에 손에 든 것 아무것도 없이 헐떡이며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오는 학생이 바로 우리 앞에 선다. '혼자 왔니?'하고 묻자, 학생은 거친 숨을 고르고 난 뒤, '아뇨, 친구들이랑 같이 왔어요!' 하고 말한다.


'물 좀 줄까?!' 하고 묻자 마셨다고 한다. 혼자 뒤에 처진 줄 알았더니 아니란다. 제일 먼저 올라왔단다. 울산에서 왔다는 학생들은 아침 9시에 통도사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해서 어느새 영축산 갔다가 이제 신불산 정상에 오른 뒤 홍류폭포로 하산할거란다. 대단하다.

 

우리가 9시 30분에 등산을 시작했으니까 30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데, 어느새 영축산에서 신불산까지 종주를 끝내고 있다니, 우린 이제 시작인데 말이다. 여긴 초등학생들도 몇 명 보인다. 신불산 정상 도착, 12시 15분이다. 조금 전에 만났던 학생, 그리고 학생의 친구들도 하나둘씩 모여든다.


맨 뒤에 온 몇 명의 학생들은 오자마자 웃통을 벗어던지고 마실 물로 등목까지 한다. 에너지 넘치는 남학생들이 자기네들끼리 주고받는 치기어린 말도 밉지가 않다. 나무그늘 한군데 없는 신불산 정상, 전망데크에 앉아 멀리 펼쳐진 산 산을 바라보며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쏟아지는 유월의 햇살 받으며 신불산 정상에 앉아, 접은 양산처럼 에워싸인 산들과 저 멀리 이어진 신불평원과 영축산 정상이 조망된다. 이제 영축산으로 간다. 신불재(1:25)를 거쳐 계단 길 따라 또 걷는다. 고요한 능선 길엔 온통 연초록 물결이다.

 


온 몸에 초록 물감이 들 것만 같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능선 길에 보였던 것 같은데 이젠 보이지 않는다. 한 두 사람이 앞서 걸어가도 홀로 걷는 것처럼 호젓하다. 영축산 정상을 조망하며 걷는 길은 바람과 햇볕과 연초록 평원...적요하기까지 한 드넓게 펼쳐진 평원 길이다.


신불평원은 고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길이라, 산보하듯 가볍고도 경쾌하게 걷는다. 쏟아지는 햇볕도 감사, 푸르른 하늘도 감사, 넓게 펼쳐놓은 연초록 평원도 감사,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섞여드는 맑은 새소리도 감사...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오감이 있어 감사...연초록빛 바다에서 나는 한 개의 점처럼 작아진다.


가을은 은백색 억새물결로, 겨울은 겨울대로 하얗게 쌓인 설경으로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신불평원이지만, 연초록으로 물든 평원 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다. 첫 만남처럼 설렌다. 영축산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조망바위에 올라앉아 잠시 휴식한다. 제법 오르막길이다. 바람이 분다.

 

조망바위에 올라앉아 온 길을 뒤돌아보니 언양읍 쪽에서 번져오는 안개, 쨍하게 맑아보이던 사물이 뿌옇게 변해간다. 영축산 정상에 도착, 오후 2시 50분이다. 백운암 쪽에서 막 도착한 사람들이 정상석 주변에 모여든다. 보아하니 학생들이다.


신불산에서 만났던 학생들도 통도사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하더니 역시 이 학생들도 통도사에서 올라왔단다. 영축산 정상에서 다시 통도사 쪽으로 내려갈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지쳐 보인다. 인솔한 교사들과 함께 도착한 이 학생들은 목이 몹시 타는지 물을 좀 달라고 한다.


날씨가 더워서 물을 제법 많이 마신데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을 한 학생한테 주면 여럿이 몰려들텐데 어떡하나, 망설인 끝에 물을 좀 달라고 한 학생을 살짝 불렀더니 두 명의 여학생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선생님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으로 물을 주지 말라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잘 참고 있다면서 뒤에 오시는 선생님이 물을 가지고 온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시 물을 넣는다. 선생님은 아마도 우리를 생각해서 그렇게 말 한 것 같다. 뒤늦게 올라온 여선생님, 올라오자마자 학생들에게 물을 안겨 주는 것이 아니라, 훈계일조로 야단을 친다. 갑자기 영축산 정상은 훈계의 장이 된다. 짜랑짜랑한 목소리로 야단치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지친 모습으로 학생들은 듣고 있다.


연초록빛  평원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우린 이제 하산한다. 정상에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걸으면서 돌아보니 여전히 훈계중인가보다. 통도사에서 영축산 정상까지 올라오는 길은 제법 힘든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 왔을 텐데 격려의 말, 위로의 말이 더 듣고 싶었을 텐데, 올라오자마자 야단맞는 학생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여러 학생들을 인솔하는 책임자인 선생님은 안전을 위해서 또 여러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신신당부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학창시절에 선생님과 함께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 아름다움과 조우할 수 있는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얼마나 좋아, 산정에서 야단맞은 것조차도 먼 훗날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기를.


오늘은 영축산 정상에서, 그리고 신불산 두 정상에서 학생들을 만났다. 고도 높은 영남알프스 정상에서 조우하는 광활한 연초록 평원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갈까. 호연지기를 가슴에 새기고 갈까. 일주일 내내 힘들었던 남편, 오늘 신불평원 종주는 무리가 있는 모양이다.


신불산 정상에서 신불재까지 왔을 때 바로 하산할까?! 물었던 남편, 광활한 평원을 애써 걷지만 피곤기가 역력하다. 축 처진 뒷모습을 보며 따라 걷던 내가 '힘내라! 힘~!'하고 응원하듯 말하면, 갑자기 축 늘어졌던 남편의 어깨가 극적으로 올라가면서 힘이 넘쳐 뛰어가는 시늉을 해서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든다.


힘 빠질 텐데 싶어서 '절제~!'하고 말하면 갑자기 동작 멈춤 자세가 되어 파안대소하게 만든다. 비칠비칠 걷다가도 언제든지 '힘내라~ 힘!'하고 말하면 타이어에 공기가 꽉 찬 듯 탱탱하게 생기가 부풀고 씽씽 달린다. 고요한 평원에 웃음소리 퍼진다.


가만가만히 또 걸으면 풀벌레 소리, 뻐꾸기 소리가 정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바람은 살랑살랑 상쾌하고 햇볕은 막힌데 없이 쏟아지고 있다. 연초록으로 물든 평원은 눈을 들어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연초록바다이다. 초록 물 짙게 물드는 날이다.

 

어쩌다 만난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잠시 휴식하는 짧은 시간동안 남편은 곤하게 잔다. 텅 빈 초원에 홀로 앉은 듯 나는 바람의 소리 듣는다. 등산을 시작해서 신불산 정상 갈 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보였고 영축산에서도 여러 사람을 보았건만 다들 어디로 갔을까.

 

길도 많고 평원은 드넓어 사람들이 웬만해선 많아 보이지 않는 곳이다. 산정에 한데 몰려들었던 사람들 다른 길로 흩어지고 보이지 않는다. 10분쯤 휴식했을까. 다시 평원을 걷는다. 초원길 걸어 신불재 도착, 신불산 쪽으로 이제 올라가는 사람도 보인다.

 

신불재 아래, 신불샘산장에서...

 


영축산 정상에서 이곳까지는 거의 1시간 정도 걸린 듯 하다. 이제 하산한다. 바람이 앞에서 불어온다. 신불샘산장 앞 신불샘에서 물을 통에 담는다. 산장 앞에 앉아 있는 부자가 있다. 알고 보니 신불샘산장 사람이란다.


이 아담한 신불샘 대피소에서 거의 생활하다시피 하는 아저씨는 주중에 한번쯤 집에 내려가고 대부분의 시간을 산에서 보낸다고 한다. 특히 주말엔 이곳 산장에 있어야 한다. 주말엔 산장에서 자고 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란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나 종주하는 사람들이 가끔 묵고 가는 이 산장은 숙박비가 무료, 최고 47명까지 잔 적이 있다고 한다. 신불샘터에선 산장지기의 아내가 내일 예약해놓은 사람들이 주문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아버지 곁에 앉은 듬직한 학생의 얼굴엔 부모님과 함께 해서 좋은 것일까. 산에 와서 좋은 것일까. 의젓한 얼굴에 자긍심이 엿보인다.


신불평원에 밤이 내리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낮 지나 밤이 내리면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면서 어떻게 변해갈까. 빛이 있을 때 보이던 초록평원이 어둠에 깊게 잠기고 바람이 일어나, 소리들만 활개를 칠까. 바람소리만 가득할까.


이 광활하고 높은 산은 어둠 속에 엎드린 채 사람 사는 세상 내려다볼까. 이제 숲길로 접어든다. 우리가 처음 올라왔던 그 길이다. 한낮엔 나무그늘이 계속되어서 서늘한 숲길이라 좋았는데 내려가는 길은 해가 설핏 기울고 보니 조금 어둡게 느껴진다.

 

사람들마저 보이지 않아 걸음이 괜시리 빨라진다. 이젠 계속 내리막길이다. 제법 경사 높은 길이다. 거의 다 내려왔다 싶을 때 앞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 여자가 지친 다리를 절뚝거리며 간다. 이젠 마음이 느긋해지고 걸음도 여유를 찾는다. 거의 다 왔나보다. 키 큰 소나무들 사이로 걷는다. 5시 15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막상 주차장에 도착하니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든다. 등산길 오를 때에도 평원을 걸을 때에도 하산 길에도 산보하듯 경쾌하게 걸어온 것 같은데 막상 다 왔다싶어서 긴장이 풀린 것일까. 젖은 배추처럼 시들해진다. 돌아오는 길에 언양 '등억온천지구'로 들어가 신불산온천에서 목욕으로 피로를 푼다.

 

 

 

산행수첩

 1. 일시: 2009년 6월 13일(토). 맑음

 

2. 산행기점: 언양 가천리 불승사 입구 주차장

 

3. 산행시간: 7시간 40분

 

4. 진행: 불승사입구 주차장(9:25)-신불재, 신불산평원 갈림길(9:35)-신불샘대피소(11:30)-신불재(11:40)-신불산정상(12:15)-식사 후 출발(1:00)-신불재(1:25)-영축산 정상(2:50)-하산(3:10)-신불재(4:10)-신불샘대피소((4:15)-신불재, 신불평원 갈림길(5:10)-불승사입구 주차장(5:15)

 

5. 특징: ①가천리 불승사 입구-신불샘대피소: 계곡숲길 ② 신불샘 대피소: 약수터 있음. 무료숙박(주말)


태그:#신불평원, #신불산, #영축산, #영남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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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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