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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겐 그리 즐겁지 못하게 기억되는 맘 쓰이는 일이 하나 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그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어딜 가든 구석을 찾고, 어디로 출발하든 맨 마지막에 일어서는 아이였다.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가던 그 아이에게 난 묵묵부답인데도 고집스레 말을 걸었고, 일이 일찍 끝난 어느 날,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찾아가기도 했다. 아이는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내내 게임을 했다. 게임광이라고 불리는 아이였던지라 게임이 지독히도 좋은가보다 했다. 식사를 거의 다 준비했을 무렵, 갑자기 모니터 앞에서 아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치 못한 탓에 날 아프게 했다.

"할 게임이 없어서"

그 아이는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광"이 아닌, 게임이 아니면 별로 할 게 없을 뿐이었다.

4인 가족 기준, 최저 생계비는 130만원이라고 한다. 이 최저생계비 이하를 '절대빈곤'으로 분류하는데, 절대빈곤에 놓인 아동은 2008년 70여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100만원을 채우지 못한다고 봤을 때, 맞벌이를 하는 가정들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더 많이 분포되어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득바득 살아가는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 돈을 번다고들 하는데, 아이들을 위해 그 부모들은 더러운 꼴, 치사한 꼴 참아가고 견뎌가며 돈을 버는 동안 정작 우리 아이들은 '방치'되어있는 현실이다.

10명중 9명이 사교육을 받는 초등교육의 현실
 10명중 9명이 사교육을 받는 초등교육의 현실
ⓒ 데이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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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심으로 지금 이명박 정부, 주요 직책을 맡은 이 중 한 명이 10명 중 9명이 사교육을 받는 초등교육의 현실에서 사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그 1명의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결코 이 문제를 수치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늘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그 아이에게 머무는 내 시선과 엇비슷한 1인이 있다면 지금 당장 4대강 정비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이 사회에서 급선무가 아니라는 걸 그들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현실이 '가슴'에 담기지 않는 현실은 이렇게 드러나고 있다.

감소추세의 저소득층 자녀 대상 예산들
 감소추세의 저소득층 자녀 대상 예산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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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빈곤가정의 아동은 70만여명인 현실이지만, 사교육은 고사하고 중간층 소득의 50% 미만의 상대빈곤가정 아동 115만여명을 포함해서 지역공부방, 방과후 수업 등의 혜택은 50만명에게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나 정부예산은 확충도 모자라 감소곡선이다.

지금 급한 건,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것.

사회복지사인 선배는 얼마 전, 늦은 밤에 프로젝트 보고서를 쓰면서 아이들 명단을 쭉 입력하다가 어쩌면 그렇게 다 어렵고 힘든지 너무 화가 나고 슬퍼서 펑펑 울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고. 우선 자기가 사는 동네의 지역아동센터를 찾아보고, 뭐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수들이 다같이 나와 관심을 호소하며 사회의 그늘진 자리를 향한 일순간의 스포트라이트에 눈물 글썽이는 우리의 일상 저변엔 늘 안타까움과 사랑이 존재하고 있다고 난 믿는다. 하지만 그 스포트라이트는 정말 일순간일 뿐. 멀리 가기 전, 나부터 가슴 저미며 안타까워할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라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도 꼭 이 현실을 돌이켜봤으면 좋겠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로 더이상 살아갈 수 없다고 느껴지는 이 나라 현실. OECD 중 생계형 자살 1위인 국가 (그 중에도 20대가 가장 많다는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노동일수는 최장이지만 노동생산성은 프랑스 등의 반도 되지 않는 나라, 이것이 진정 이명박 대통령 시선의 "국가 브랜드"의 수치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지난달이었나. 한겨레 21에서 "가슴없는 제도의 불행"이란 제목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 가슴... 이명박 대통령에겐 지금 국민들과 같이 뛰는 '가슴' 속 '심장'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 미래에 대한 절망감의 깊은 한숨을 같이 내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부자감세 1년 14조가 얼마나 사람들을 분통케 하는 일이었는지를 뒤늦게라도 후회할 수 있어야 한다. 그 14조는 방치되어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급식과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안정된 공부방 운영을 충분히 가능케 하는 예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겐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겐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 미술패 '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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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사업을 살리기라고 진빼기보다, 우리 아이들부터 좀 살렸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우리 아이들이 '무관심' 속에 '외롭게' 자라게 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외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자라난 '희망'을 만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절망'적일지 몰라도,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이 있기에 '미래'와 '희망'이 존재한다면, 그걸 우린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응당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이라는 얘기가 아직 이 사회에서 동의가 된다면 말이다.

아이들이 '내가 바로 희망'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그 작은 손 꼭 감싸쥐는 온기가 필요한 세상이다. 그 온기가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볼 만큼 막무가내로 간절한 세상이다.

덧붙이는 글 | http://our-dream.tistory.com/ 중복게재



태그:#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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