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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아들이 최근 즐기는 놀이가 조금은 생뚱맞습니다. 얼마 전부터 다섯개의 공기돌을 항상 들고 다니면서 앉기만 하면 공기돌 놀이를 하기 때문입니다. 다섯개의 공기돌은 예전에는 작은 돌로 만들어 졌지만 지금은 플라스틱 재질로 알록달록한 팔각형 모양입니다.

하나를 공중에 띄워 놓은 후 처음에는 각기 한개씩의 공기돌을 집어들고 그 다음에는 두개씩, 그 다음에는 세개와 한개를 또 그 다음에는 네개의 돌을 집어들고 마지막으로는 전체의 돌을 허공에 띄웠다가 한꺼번에 잡는 놀이입니다.

 둘째 아들이 요새 푹 빠져 있는 공기돌 놀이 입니다.
둘째 아들이 요새 푹 빠져 있는 공기돌 놀이 입니다. ⓒ 추광규

'공기돌 놀이'에 푹 빠진 아들, 이유가 뭥미?

이틀 전 학교에 가기위해 가방을 둘러맨 아들이 침대 밑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자신이 찾고 있던 그 뭔가를 찾지 못한 듯 다시 방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하더군요. 학교에 가다말고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는 아들이 못마땅해, 목소리를 한 옥타브 올린 채 물었습니다.

"아들아 뭘 찾는거냐. 학교늦겠다 얼른가!"
"잠깐만."

아들의 목소리도 한 옥타브 올라간 채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계속 이곳 저곳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학교를 가기위해 보통 8시 20분경이면 집을 나서는데 이날은 8시 30분이 다 되어가는데도 학교갈 생각은 뒤로 한 채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거였습니다. 

"뭔데! 아빠가 찾아줄께…."
"공기돌!"

그랬습니다. 이날 아들은 다섯개로 구성되어 있는 공기돌 중 하나가 간밤에 어딘가로 사라졌다며 이 공기돌 중 하나를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걸 도대체 뭘 하려고 학교를 가져가려고 하는데. 학교 숙제냐?"
"아니. 학교에서 할 게 이것 밖에 없단 말야."
"……"

끝내 나머지 한 개를 찾지 못한 아들은 거의 울상을 짓다시피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나머지 한 개를 아빠가 찾아 주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아들의 등을 떼밀어 학교로 보냈습니다.

예전에 제가 자랄 때는 여자아이들이 주로 공기돌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전 아들의 그런 모습에 요새는 놀이가 재밌어 남자아이들도 여기에 푹 빠진 줄 알았죠. 그렇게 저녁이 됐고 집에 돌아오니 아니나 다를까 아들이 TV에 시선을 꽂은 채 손으로는 공기돌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답니다.

공기돌 하나를 허공에 띄운 후 나머지 네개의 공기돌을 작은 손으로 잽싸게 그러쥐고 그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 연속적인 놀이를 계속하고 있었죠.

"야! 아들아 아빠는 아침에 못 찾았는데 어떻게 찾았냐? 없어져서 새로 산거냐?"
"아니 요 밑에 있던걸 못찾았다가 다시 찾았어."

아이는 제 말에는 건성으로 그렇게 대답하고는 곧 바로 시선을 TV와 손 위의 공기돌에 꽂으면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이상을 그렇게 열중하는 듯 합니다. 제 바로 옆에 앉아 계속해서 공기돌 놀이를 하고 있으니 아침에 떠올렸던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볼 수밖에요.

"야. 아들아 요즘 얘들은 남자애들도 너처럼 공기돌 놀이 하는 거냐?"
"응!"

"그거 옛날 아빠도 해보았는데 남자 아이들은 재미없어 잘 안하고 여자아이들만 즐겨 했던 놀인데 요즘에는 남자 아이들도 그 놀이를 즐기는 모양이구나."
"그렇기는 한데, 할게 이것밖에 없어요."

'할게 이것밖에 없다'니 궁금증이 더 해 갑니다. 아들의 대답인즉,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는 할 수 있는 놀이가 이것 밖에 없다는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습니다.

"왜? 다른 놀이는 못하는 거냐?"
"응. 학교 선생님들이 다른 놀이는 못하게 한단 말야."

아들의 대답에 궁금해서 이것저것 더 캐물어 보니 아들이 공기돌 놀이에 심취하고 있는 이유가 그제야 수긍이 가더군요. 바로 학교 선생님들이 다른 놀이들은 위험하다고 일체 못하게 하기 때문에 공기돌 놀이만 한다는 거였습니다.

남자아이들이 즐겨하는 축구의 경우 지난달 한 아이가 공을 차다가 골대에 부딪혀 부상을 입은 뒤 금지령이 떨어졌답니다. 그 때 다친 아이 부모가 학교에 항의를 한 뒤 축구금지령이 내렸다고 합니다. 그 밖에 팽이놀이도 위험하다고 선생님들에게 발견 즉시 압수된답니다.

그 밖에 카드놀이, 스티커 놀이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들이 요 한달 동안 심취해 있는 공기돌 놀이는 다름 아닌 학교측의 방침에 의해 반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실상을 듣고 보니 씁쓸하더군요. 운동을 하다가 다쳤다고 그 운동을 금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 이거지요.

아이들이 놀다 다칠 수도 있는 건데, 그걸 학교측에 항의하는 학부모나 학부모의 항의 때문에 축구 금지령을 내린 학교측이나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과잉보호 탓인가 생각해 보기도 하고, 학교에 여자 선생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그런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 선생님들의 경우 학생들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 현실적인 이유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위험한 놀이는 학교에서 아예 못하게 막는다고 한다니 아들이 푹 빠져 있는 듯한 공기돌 놀이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월요일날 이런 부분을 학교측에 전화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해 볼까 생각해 보지만 그것도 주제 넘은 것 같기도 해 고민 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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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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