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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일 촛불집회 한다던데 안 가요?"

"가야지. 너희들도 갈 거야?"

"예. 같이 가요."

 

6ㆍ10 민주항쟁 22주년 기념식 및 여수 범국민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 아이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가기를 채근했습니다.

 

10일, 이른 저녁을 먹고 가족과 함께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가던 길에 경찰들이 보이고, 주변에는 전경 버스 3대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여수시청에 주차하는 동안 주위를 보니 이곳에도 전경버스 3대가 또 대기 중이었습니다. 이를 보던 아이들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문을 열더군요.

 

"아빠, 우리도 잡혀가면 어떡해요?"

"경찰이라고 다 같은 경찰이 아니야. 서울 경찰하고 여기 경찰은 달라."

 

그래도 녀석들은 사뭇 긴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경찰들이 사람들 많이 잡아 가던데…."

"왜 걱정돼? 아무 죄도 없는데 잡아가면 당당하게 잡혀 가야지 어쩌겠어. 우리 가족이 잡혀가게 되면 아빠만 대표로 잡아가라고 하자."

 

나서서 '잡아가지 마세요' 해야 할 판에, 아내가 이렇게 뒤통수 때릴 줄을 어디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믿을 사람 없다'더니, 농담인 줄 알지만 괜스레 서운하더군요.

 

"아빠, 아무 일 없이 끝나서 다행이에요!"

 

 

행사장에서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가 하는 말이 재밌더군요.

 

"다른 때 행사는 대부분 아는 얼굴이었는데, 이 행사장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네."

"국민들이 느끼는 바가 있어 그러겠죠?"

"사람을 죽였는데 국민이 가만 둘리 없지."

 

행사장 중간에 바보 노무현의 명복을 비는 빈소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경찰들은 행사를 위해 교통 소통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과 부산에 비해 편안하고 조용한 행사였습니다.

 

행사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그러더군요.

 

"아빠, 아무 일 없이 끝나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아이들이 이제부터가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역사 공부의 시작'이라는 걸 아는 날이 오겠지요?

 

덧붙이는 글 |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범국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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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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