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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위정자는 하느님과 불통(不通)한 자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민심이반과 반민주적인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16명도 10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근대적인 반민주화의 징후, 국민 앞에 사죄해야"

감리교신학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인 권력행사 방식과 현 정권하에서 자행되고 있는 공권력의 오용과 남용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는 분연히 일어나 정의를 쑥으로 바꾸며 공의를 땅에 버리는 자들에게 환골탈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 감리교 신학자들은 민주주의 이념이 예수의 정신과 일치하며 또 예수의 정신에서 유래한 것이라 믿고 있다"며 "많은 기독교 신자를 내각 요직에 기용한 현 정부는 자신들 스스로가 부름 받은 종이요, 다수 백성을 섬기는 자임을 겸허히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교회 역시 장로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보여 온 맹목적 지지일색의 태도를 지양하고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예언자적 지적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 정부는 근대적인 반민주화의 징후 등 그간의 과오에 대해 국민에게 먼저 깊이 사죄하고 스스로 철저한 개혁과 반성적 조치를 이행하는 미덕을 하나님 앞과 국민들 앞에 보이기를 요청한다"며 국정운영의 전면 쇄신을 촉구했다.

다음은 감리교신학대 교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현 정부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요청한다
"정의를 쓴 쑥으로 바꾸며 공의를 땅에 던지는 자들에게 고함"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들은 오늘의 한국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을 바라보며 하나님 앞에서 깊이 근심하며 기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신앙적 판단에 우리는 성서의 예언자적인 눈을 가지고 오늘의 현실을 바라보았다.

지금 한반도에는 생명과 평화와 희망의 힘보다 반생명, 반평화, 그리고 절망의 힘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는 사실판단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인 권력행사 방식과 현 정권하에서 자행되고 있는 공권력의 오용과 남용 현실을 바라보며 우리는 분연히 일어나 정의를 쑥으로 바꾸며 공의를 땅에 버리는 자들에게 환골탈태를 요구한다. 

먼저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 그는 모두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민주화된 세상을 위한 정치적 가치와 지향점들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신명을 바쳤다. 우리는 그가 정치인들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얽혀있는 숙명적인 정경 유착적 그물망 속에서도 최대한 자유롭게 행동하고자 노력했던 사람이었음을 안다. 물론 우리는 그를 완전한 인간이라 생각지 않는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를 퇴행시켜 소수의 사람들만을 배불리려는 정책적 독단과 오만, 정치적 보복의 결과라는 사실에 대해 분노한다. 지난 수개월 동안 정부 당국은 법적 사실로 확정되기 전, 단지 혐의만을 가지고 언론조작을 통해 그를 사실상의 범죄인으로 몰아갔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의도의 비열함과 결과의 참혹함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현 정부가 돈과 경제만을 앞세우고 이를 위해 모든 가치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만큼 큰 오산은 없을 것이다. 지난 1년간 '강부자 정권'은 서민과 도시빈민, 공장 노동자, 학생들과 학교 현장의 교사들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내몰았고 앞으로 예상되는 희생의 크기 역시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희망적으로 전개되던 남북관계 또한 그 오만한 정책으로 인해 일촉즉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국토 대운하 공사는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녹색성장의 기치 아래 4대강 사업으로 거짓되이 포장되어 강행되고 있다. 녹색가치는 성장이 아니라 탐욕적인 우리 삶의 변화를 먼저 요청한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초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다양한 계층 간의 민주적 소통의 부재요 단절이다. 지난 해 한국 민주주의의 꽃으로 나타난 촛불 정국의 본질이 이념 몰이식 좌파논쟁으로 왜곡되고 있는 것도 그 단면이다.

특정 종교마저 정치에 이용되어 종교간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도 사회통합을 해치고 있다. 오로지 정부의 잣대로 시민 광장의 개방과 폐쇄가 반복되는 것도 우려할 만하다. 최근의 미디어법도 자본가들을 위한 정책으로 변질되어 다수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기 위한 여론조작의 방편으로 입안되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첨단기술문명사회의 의사소통수단의 핵심이자 특히 젊은 세대의 대화의 장인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방식 역시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 상호 소통적인 민주주의의 실종과 함께 오로지 위로부터 하나의 목소리만 존재하는 것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실상인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 감리교 신학자들은 민주주의 이념이 예수의 정신과 일치하며 또 예수의 정신에서 유래한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기에 그 힘은 특정 소수를 배불리는 일에 사용될 수 없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민의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위정자는 하느님과 불통(不通)한 자일 수밖에 없다.

많은 기독교 신자를 내각 요직에 기용한 현 정부는 자신들 스스로가 부름 받은 종이요 다수 백성을 섬기는 자임을 겸허히 인정하기를 바란다. 교회 역시 장로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보여 온 맹목적 지지일색의 태도를 지양하고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예언자적 지적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정부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를 위해 현 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그간의 행태에서 얼마나 전 근대적인 반민주화의 징후들을 발견하고 있는지 직시하면서, 그간의 과오에 대해 국민에게 먼저 깊이 사죄하고 스스로 철저한 개혁과 반성적 조치를 이행하는 미덕을 하나님 앞과 국민들 앞에 보이기를 다음과 같이 간곡히 권면하고 요청한다:

-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약속한 바대로 국민을 겸허히 섬기는 정권의 본분을 지킬 것.
- 부유층을 옹호하고 가난한 대중을 업신여기는 정책과 폭력적 공권력 행사를 즉각 포기할 것.
- 반민주적인 일방통행적인 무 소통 정치를 즉각 철회하고 겸허히 여론에 귀를 기울일 것.
- 편협한 반민족적인 좌/우 편가르기식 정쟁을 유도하는 모든 시도를 멈출 것.
-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남북 평화형성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
- 한반도의 생명의 기운을 해칠 4대강 정비 사업을 즉각 철회할 것.
- 종교편향적인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공정함과 투명함으로 정권의 공정성을 회복할 것.
- 한반도에서 생태적 사랑과 평화의 영성을 실현할 것.

2009년 6월 10일
현 시국을 염려하는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들

박충구, 박창현, 서창원, 송성진, 송순재, 심광섭, 오성주, 유경동, 유태엽, 이경재, 이덕주, 이정배, 이환진, 임진수, 장왕식, 조경철 (이상 가나다 순 16명)


#시국선언#감리교신학대학교#이명박 정부#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장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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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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