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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총사업비 22조2000억 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최종 계획을 발표했다. 본사업 예산이 애초 13조8000억 원에서 16조9000억 원으로 3조1000억 원 증가했다. 주요 지류에 대한 연계사업비도 5조3000억 원에 이른다. 천문학적인 숫자다. 앞으로 얼마나 더 증가할지 모른다.

 

그 예로,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면서 십 수 년 동안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온 새만금사업을 보자. 시작부터 10년 동안 2조 원이 채 투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서 가장 지리한 찬·반 논쟁에 휩싸여 얼마나 더디게 진척돼 왔는지는 정부가 누구보다 잘 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이런 새만금사업을 10개 정도 더 추진한다는 가정을 가능케 한다.

 

얼마나 많은 논쟁이 부차적으로 뒤따를 것인지. 소모적 논쟁과 함께 시행착오와 고통비용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예산이 수반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막대한 혈세를 퍼붓고 국토의 젖줄인 4대강의 자연환경을 망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 때문에 높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마스터플랜이 공개됐지만 썩 반응이 좋지 않다. 정부의 해명과 달리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싹'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이 8일 기자 브리핑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물 부족과 홍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운하와는 관계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시민·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대운하 사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란 정황 증거들을 잇달아 제시하고 있다. 지역의 반응도 썩 좋지 않다. 발표 이후 각 신문 사설과 기사에서 묻어난다.  

 

[충청] "4대강 살리기=낙동강 살리기, 전 국토의 공사판화... 서운"

 

4·29 재보선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심이 예사롭지 않은 대전·충청지역 반응이 가장 민감하다. 최근 민심이 급격히 이반된 곳이다. 행정수도 이전, 국가 공공기관 지방이전, 혁신도시 건설보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만 신경을 곤두서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한 곳이다. 

 

<대전일보>는 이날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금강 배려 턱없다'는 사설에서 정부가 확정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기대감과 궁금증을 충족·해소시켜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친환경, 친생태적 개발과 거리가 먼 사업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그런가 하면 예산의 지역적  안배에도 서운한 점을 들었다.

 

사설은 "낙동강에 비해 충청권 금강은 사업비가 훨씬 적어 마치 '4대강 살리기=낙동강 살리기'처럼 여겨지고, 금강은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은 느낌이 들 정도"라며 "지역민들에게 관심의 초점인 금강은 준설 0.5억㎥ 3720억, 보 3개소 2023억, 생태하천 124㎞ 5772억, 제방보강 71㎞ 2371억 원, 농업용저수지 30개소 6767억 등 모두 2조4727억 원이 투입되는 데 낙동강 9조7875억 원의 1/3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설은 또 "이들 사업 중 16곳에 설치되는 높이 5-10m의 보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운하를 위한 전초작업이란 논란을 부르고, 물이 정체돼 오히려 수질오염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면서 "잦은 수해나 인구·산업 밀집도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금강의 사업비가 이처럼 적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거듭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이날 <충청투데이>도 ''4대강 살리기' 연착륙하려면'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조목조목 열거했다. 수질개선 문제와 경제적 효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비를 통해 4대강 본류의 수질을 평균 2급수로 개선시킨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나 본류 수질 개선만으로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는 사설은 "지류의 수질이 더 문제라는 사실은 낙동강 등지에서 확인되고 있다"면서 보다 구체적인 치수대책과 수질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 국토의 공사판화'라는 비난만 자초할 소지가 높다는 주장이다. 이 사설은 또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 34만 명, 생산유발 40조 원 등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신뢰도 측면에서 논란이 여전하다"며 "성과지상주의에 매달린 나머지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모든 사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완공하겠다는 발상은 무리다. 반대 민심의 소재를 먼저 파악한 후 환경훼손의 최소화를 위한 보완작업을 거듭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호남] "대운하 건설 위한 사전 단계?... 새만금은 '울상'"

 

광주·전남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 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영산강에 2조646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영산강살리기 사업을 추진한다"는 스트레이트 기사와는 달리 사설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일보>는 이날 사설 '4대강 살리기 밀어붙이기식 추진 안된다'에서 대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했다. "4대강에 무려 16곳이나 설치되는 보들은 나중에 운하의 갑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란 사설은 "정부는 '대운하와는 무관하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사업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고 했다.

 

"만 5개월만에 종합계획을 '뚝딱' 확정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졸속추진으로 야기될 수 있는 4대강 살리기의 재앙을 예방하는 길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좀 더 많은 고민과 토론을 통해 국민적 합일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남일보>는 '수자원 확보ㆍ홍수 예방…순항은 '의문''이란 제목의 일반 기사에서 향후 사업 진행의 졸속개발에 대한 우려감을 제기했다. "정부가 9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했기 때문에 사전예비타당성 검토, 문화재 지표 조사 등이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는 "500억 원 이상의 공사는 이 단계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들을 생략하기 위해 사업을 쪼개 추진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기사는 또한 "7월까지 영산강 둔치 경작자들에 대한 보상을 끝낸다는 방침이나 합의과정이 쉽게 도출 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며 "여기에 나주ㆍ 장성댐 증고와 관련해 '물 폭탄'을 걱정하는 하류지역민들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고 문제점들을 추가했다.

 

이웃 전북은 당장 새만금사업을 걱정하는 눈치다. <새전북신문>은 '4대강 살리기는 순풍... 새만금방수제는 역풍'의 기사에서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속도를 내는 반면 새만금방수제 건설사업은 수개월째 발주가 지연되는 등 백지화 또는 사업 축소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 때문에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소외되고, 새만금방수제 건설사업마저 장기 표류하는 바람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던 지역 건설업계의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도민일보>도 '4대강 '방긋' 새만금 '울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무려 20여 년을 끌고 온 전북경제의 생명줄인 새만금 방수제 사업방식이 결정된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착공시기가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전북이 빠진 4대 강 사업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정부가 확정발표하자 도내 건설업계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며 우울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강원] "추진방식, 사업비에서 강원은 홀대했다"

 

강원지역도 기대 반 우려 반이긴 마찬가지다. <강원도민일보>는 '도 '4대강 사업' 대폭 축소 불가피'란 제목의 일반 기사에서 "정부가 한강 등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모두 22조2000억 원을 투입키로 확정한 가운데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맞춰 건의한 강원도 관련 사업비 1조3000억 원 중 실제 반영액은 5000억 원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운해 했다.

 

<강원일보>도 '정부,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뭘 담았나'란 기사에서 추진방식과 사업비에서 강원은 홀대했다고 주장했다. 기사는 "정부가 8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지만 도가 요청한 사업비 1조3175억 원 가운데 본 사업에 38% 밖에 안돼 사업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이어 "신규 하천사업은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해 발주하고 보 설치 등 중요 구간은 국토부가, 지류하천사업 등 단순공사는 지자체가 발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사업은 지방비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이 때문에 지방비 부담액이 커 자치단체가 사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추진할 수밖에 없어 기존의 형태처럼 도나 시·군이 일반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영남] "곳곳 암초, 불안" vs "예산 전국최다... 경제 활성화 큰 도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영남지역은 두 부류다. 크게 반기는 쪽과 증폭되고 있는 반대 주장을 우려하는 쪽으로 엇갈린다.

 

<경남도민일보>의 이날 '4대강 계획 최종 확정 '낙동강' 집중'이란 제목의 기사는 "정부가 4대 강 살리기 사업으로 낙동강에 오는 2011년까지 모두 9조7000억여 원을 투입한다"며 "특히 낙동강 정비 사업은 전체 사업비의 절반 이상이 투입되는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으로, 이번 마스터플랜에서도 다른 강에 비해 낙동강에 사업물량이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사는 "시민·환경단체는 애초 계획보다 늘어난 예산 3조 원 대부분이 보 설치와 하천 준설 등에 투입하기로 한 점 등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4대 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 신문은 이날 또 다른 기사 '4대강 살리기 곳곳에 '암초''란 기사에서도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운하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국민은 여전히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대해 'MB정부가 결국은 운하를 위해 지난 1년간 국민을 속이는 사기행각을 벌였다'며 비판하고 나섰다"고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대구·경북지역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여서 타 지역들과 대조를 이뤘다. 이날 <영남일보>는 '경북지역 예산 전국최다 5조8천억…"경제활성화 큰 도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경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받아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분위기다"며 "예산이 많은 만큼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다뤘다.

 

<매일신문>은 한 발 더 앞섰다. '건설사 공사 수주 '낙동강 전투''란 제목의 기사에서 "건설사들의 낙동강 수주전이 시작됐다"며 "대구경북 건설사들은 '전체 사업비의 58%에 이르는 9조7천800억 원이 낙동강에 투입되고 발주 구간이 많아 지역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 대부분 이달부터 시작되는 수주에 참가할 것이다. 민간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에 낙동강 사업은 가뭄 속 단비'라고 환영했다"고 밝은 분위기를 전했다.

 

총 연장이 506㎞에 이르는 낙동강 물길 정비 사업(대구경북 구간 6조2600억 원)의 항목별 예산은 준설 사업에 4조4천억 원, 3개 댐 건설에 1조2천억 원, 8개 보 건설에 8천450억 원, 생태하천 조성에 9천여억 원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4대강 본류와 지류, 지방하천 등 웬만하면 모든 지역이 사업 대상에 포함된다. 물론 지역에 따라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얼마나 많은 예산이 소요될지 지금으로선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홍수 피해는 제방 정비가 거의 이뤄진 강의 본류보다는 지류나 지방하천에서 더 크게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따갑다.

 

'4대강 정비는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불러와 강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사업', '친환경 생태나 녹색 뉴딜로 치장하는 사업', '천문학적인 나라 예산을 끌어들여 밀어붙이는 논란 많은 사업'이란 꼬리표가 벌써 덕지덕지 붙고 있다.


태그:#4대강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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