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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그녀 → 한 젊은 여성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6년 1월 13일, 한 젊은 여성이 스스로 몸을 불태웠다 … 그녀는 정부의 반노동자적 노동통제정책과 이에 타협해 자신의 이권을 챙기던 어용 집행부에 항의하던 끝에 ..  《안재성-김시자 평전, 부르지 못한 연가》(삶이보이는창,2006) 18쪽

 

 "지금으로부터 10년(年) 전(前)"은 "지금부터 열 해 앞서"로 손봅니다. '분신자살(焚身自殺)'이라 안 하고 "스스로 몸을 불태웠다"고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정부의 반노동자적 노동통제정책과"는 "노동자를 억누르는 정부정책과"로 다듬고, '어용(御用)'은 '허수아비'로 다듬어 줍니다.

 

 ┌ 그녀는 … 항의하던 끝에

 │

 │→ 그 여성은 … 항의하던 끝에

 │→ 그 사람은 … 항의하던 끝에

 │→ 김시자는 … 항의하던 끝에

 └ …

 

 보기글 앞쪽에서 '한 젊은 여성'을 적듯이 뒤쪽에서도 '한 젊은 여성'을 적으면 됩니다. 또는, 이 '젊은 여성' 이름인 '김시자'를 밝혀서 적으면 되고요. 또는, 아무 말도 넣지 않고 "정부의 반노동자적 … 항의하던 끝에"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생각해 보면, 보기글에 나오는 사람이 '남성'이었을 때에는 "그 남성은"처럼 적지는 않습니다. 으레 "그 사람은"처럼만 적습니다. 그렇지만, 남성이 아닌 여성일 때에는 어김없이 "그녀는"이 툭툭 튀어나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우리들은 언제나 "그 사람은"이나 "그이는"이나 "그 노동자는"이라 말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누구나 똑같은 사람이요, 똑같은 일꾼이요, 똑같은 목숨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이요 일꾼이요 목숨입니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꾸밈없이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아낌없이 껴안고, 넉넉하게 보듬어 주면 좋겠습니다.

 

 

ㄴ. 그녀 → 친구

 

.. 제니는 내가 아끼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다. 내가 그녀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  《미헬레 지겔,유디트 브리스만,마르곳 바인쉘/이영호,박세현,황을지,허시영,이혜경 옮김-식사장애, 거식증과 폭식증 극복하기》(학지사,2003) 20쪽

 

 "내가 아끼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親舊)"는 "내가 아끼는 가장 좋은 친구"나 "내가 아끼는 가장 좋은 동무"로 손봅니다. '위(爲)해서'는 '생각해서'나 '걱정하며'로 다듬어 줍니다.

 

 ┌ 그녀를 위해서

 │

 │→ 제니를 생각하며

 │→ 제니를 걱정하며

 │→ 친구한테

 │→ 친구가 잘될 수 있도록

 └ …

 

 보기글을 보면 '그녀'는 글쓴이 '친구'인 '제니'를 가리킵니다. 독일말로는 'Sie'라고 적었을 테며, 이 대목을 우리 말로 옮기면서 '그녀'로 적었을 테지요.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가 "내가 친구를 생각해서 해 줄 수 있는"처럼 적었을 때, 독일사람들은 이 대목을 'Sie'로 옮기지 않겠느냐 싶어요. 미국말을 쓰는 사람들은 'she(또는 her)'를 쓸 테고요. 아차, 독일말에서는 "그녀를 위해서"라 한다면 'Sie'가 아닌 다른 낱말일까요?

 

 

ㄷ. 그녀 → 왕비

 

.. 열매를 받은 후 왕 역시 고민에 빠졌지. '사랑하는 왕비가 곁에 없다면 영원한 삶이 무슨 소용 있으랴? 그녀는 너무도 아름답고 헌신적이다' ..  《사티쉬 쿠마르/서계인 옮김-사티쉬 쿠마르》(한민사,1997) 52쪽

 

 "받은 후(後)"는 "받은 뒤"로 다듬습니다. '역시(亦是)'는 '또한'으로 다듬고, '고민(苦悶)'은 '걱정'이나 '근심'으로 다듬어 줍니다. '영원(永遠)한'은 '죽지 않는'으로 고치고, '소용(所用)'은 '쓸모'로 고칩니다. '헌신적(獻身的)이다'는 '나한테 아주 잘해 준다'나 '나한테 모든 것을 바친다'나 '바지런하다'로 손질합니다. '왕(王)'이라고 많이 쓰고 있는데, '임금'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 사랑하는 왕비가 …

 │

 ├ 그녀는 너무도 아름답고

 └→ 왕비는 너무도 아름답고

 

 왕 옆에 왕비, 또는 왕 옆에 여왕입니다. 또는 왕후이고요. 이분들을 가리킬 때면 그냥 왕비라 하든지 여왕이라 하든지 왕후라 하면 됩니다. 보기글에서는 '왕비'를 말하고 있으니, "왕비는 너무도 아름답고"로 적으면 됩니다.

 

 그런데, 왜 여자 임금만 '여왕'이니 '왕비'니 하고, 남자 임금은 '남왕'이니 또 무어니 하고 가리키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신라 때 임금 가운데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이 있다고 합니다만, '선덕임금'과 '진덕임금'이라고만 해도 넉넉하지 않느냐 싶고, 우리는 이렇게 가리켜야 올바르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 그 사람은 참으로 아름답고

 ├ 이녁은 더없이 아름답고

 ├ 이이는 그지없이 아름답고

 ├ 내 사랑은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고

 ├ 내 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 …

 

 여선생이 아니라 선생입니다. 여기사가 아니라 기사입니다. 여사장이 아닌 사장이요, 여가수가 아닌 가수입니다. 반드시 남자와 여자를 갈라서 가리켜야 하는 자리가 아닐 때에는, 서로가 같은 사람이며 같은 자리이고 같은 일임을 느끼고 함께할 수 있는 말마디로 우리 생각을 갈무리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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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말익히기#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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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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