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새로 이사한 서울 큰누나 집에 다녀왔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하는 서울나들이였습니다. 집들이가 끝난 오후 미아삼거리 쪽을 지나다가 길을 잘못 들어 골목길로 들어오게 됐는데 눈에 띄는 조개구이집이 보이더군요. 인테리어나 종업원들 복장 등이 좀 특이하다고 할까요?
저는 조개, 소라, 새우 같은 거 정말 좋아합니다. 외가가 그 유명한 충남 홍성 남당리 바닷가이지요. 가을 되면 대하축제, 새조개축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싱싱한 해산물들을 줄기차게 먹어왔죠. 그렇잖아도 요 며칠 전에 외가에서 보내준 바지락을 잘 끓여먹고 있었거든요. 조개 속이 꽉 찬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삐져나올 정도로 튼실한 자연산 바지락을 발라먹는 느낌이란? 아마 그 튼실한 바지락(조개)를 먹어 본 사람만이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이왕 눈에 띈거 조개구이나 한 접시 먹어보자고 했습니다. 오후 6시 정도 밖에 안됐는데 손님들이 바글바글 했습니다. 종업원들은 우리가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로 일부로 출입구쪽에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안에는 불 때느라 답답하고 또 아이들이 칭얼거릴때마다 밖에 나와서 달래야하니까요.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내부 풍경을 살펴보니 재밌는 것이 참 많더군요. 오래된 사진부터 주인장이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각종 문구들. 그리고 독특했던 건 15종류가 넘는 조개이름을 직접 써서 물이 흐르는 어항 앞에 붙여놨습니다.
입구 쪽에 안주인으로 보이는 한 젊은 아기 엄마가 있기에 왜 흐르는 물에 굳이 조개이름을 써놨는지 물어봤습니다. 이야기 들어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 조개이름을 물어봐서 아예 이름 쓰고 코팅해서 붙여놨다고 했습니다. 일일이 대답하기가 귀찮아서가 아니라 지나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이 볼 수 있게 즉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하더군요. 생물책, 그림책에서 백번 보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보고 이름을 아는 게 기억에 더 남는다구요.
참 재밌다 싶어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그 조개 모습들을 촬영했습니다. 역시나 다를까 바깥 풍경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우리 큰 녀석 새롬이가 뛰어나와 조개를 가리키며 종류가 뭐냐고 묻더군요. 이 모습을 본 안주인인 젊은 아기 엄마가 "이럴 줄 알고 써 붙였답니다" 라고 말하는데 정말 웃겼습니다.
안주인인 젊은 엄마 알고 보니 큰애가 네 살, 작은애가 8개월이었습니다. 우리 집하고 아주 비슷했습니다. 공감대와 공통 관심사가 있다보니 서빙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매일 새벽 3시에 살아있는 조개가 들어오는데 북한산이 많다더군요. 그런데 핵문제 등을 비롯해 남북관계가 냉랭할 때는 조개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 '조개파동' 이라고 한다는군요. 그 동안 그 많은 조개를 먹으면서 북한산이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염 등으로 인해 북한보다 싱싱한 조개가 많이 나지 않는다더군요. 예전 같지 않아서 말이죠.
이 조개구이집에서 또 재밌던 건 살아있는 낙지를 냄비에 올려놓고 화롯불에 직접 구워먹더라는 것입니다. 끓는 물에 산낙지를 넣어 먹는 경우는 봤는데 냄비에 담겨져 화롯불에서 익어가는 산낙지라... 뜨거움에 몸부림치는 녀석을 보면서 불쌍히 생각해야 하나 군침을 흘리고 있어야 하나 잠깐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첫째 둘째 녀석은 이 모습이 신기했는지 눈을 떼지 못하더군요.
주인장에게 다시 양해를 구하고 내부로 들어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내부 장식을 보니 최대한 바닷가 분위기를 내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물론 바닷가 이름을 이곳저곳에 붙여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조명이 들어오니까 운치는 있었습니다. 눈으로 바닷가를 확인하고 입으로 바다의 짭조름한 맛을 즐기는 경우라고 할까요.
참으로 특별한 외식이었습니다.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덮인 조개구이 맛과 더불어 좋은 풍경들을 많이 봤으니까요. 조개구이집인데 화롯불에 고구마 굽고 쫀디기 같은 추억어린 식품도 덤으로 주더군요.
주말에 가족끼리 제부도나 대부도 한번 가보자고 한 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한번도 그곳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한번 가자는 말은 수백 번은 더 한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무심했습니다.
비록 바닷가에서 조개구이를 먹은 건 아니지만 미아삼거리에서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게 조금은 다행이었습니다.
"새롬 엄마, 조만간에 꼭 바닷가 가서 해물 한번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