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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전해준 갑작스런 선물, 생일이 4달이나 남은 내겐 무척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이었다.
 누나가 전해준 갑작스런 선물, 생일이 4달이나 남은 내겐 무척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이었다.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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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째주 토요일, 서울에서 개인적인 일을 마치고 집인 대전으로 내려오는 길. 오랫만에 먼 거리를 움직여서인지 몸이 몹시 고단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곤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 달콤함을 와장창 깨트리는 큼지막한 핸드폰 벨 소리,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누나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얼른 전화를 받았다,

"누나, 자다가 깜짝 놀랐어. 무슨 일이야?"

평소 낮에는 서로 일이 바빠 전화 통화를 잘 안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전화의 이유가 궁금했다. 혹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한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됐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누나는 다른 이유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 집에 오니?"
"응, 나, 지금 가고 있어. 왜?"
"아, 진성아. 너 선물샀어. 생일 선물, 그러니까 얼른 와."

생일선물? 갑작스런 '선물'이란 말에 나는 깜짝놀랐다. 뭔가 잘못 들은 것 아니야? 라는 생각마저 했다. 왜냐하면 내 생일은 10월 중순이었기 때문이다. 선물을 샀다는 날이 6월 6일이었으니까 무려 4개월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 사실을 누나도 모를리도 없었다. 그래서 조금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뭐야? 아직 내 생일 4달이나 더 넘게 남았자나. 왜 생일 선물을 벌써줘?"
"생일 선물 미리 주는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반응이 영 별로네. 이따 와서 이야기하자."

내 시큰둥한 물음에 누나도 조금은 당황한 모양이었다. 나의 반응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나는 나대로, 누나는 누나대로 조금은 마음이 상해서 짧은 통화를 끝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선물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한 나는 누나가 선물을 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누나가 내게 전해준 선물이 바로 새 지갑이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며칠전 내 지갑이 찢어져서 조금은 불편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생일 선물이라고 말했던 걸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냥 선물 준다고 말하기가 쑥스러워서 생일 선물이라는 이름을 단 채로 준 것 같다. 서로 간에 선물 같은 것은 낯간지럽다고 잘 안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런 누나 마음도 모른 채 생일 선물을 왜 벌써 주냐고 말했던 내가 미안해졌다. 

그래서 누나한테 다가가, "누나, 정말 고마워" 라고 말을 했다. 그제야 조금 속이 상해있는 누나도 기분이 풀어져 보였다. "응, 10월 생일 땐 또 좋은 선물 줄게"라고 기분 좋은 말도 해준다. 갑작스런 생일 선물이었지만, 그래서 더 감동적인 선물이었다. 덕분에 마음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주말이 된 것 같다.


태그:#누나, #생일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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