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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이 그리운가 보네. 꼬리를 치는 것을 보니."

 

  하얀 개가 꼬리를 치면서 반갑게 맞이해준다. 겉모양만 보아서는 진돗개를 닮아 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순종 진돗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니 고맙다. 예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영을 받게 되니,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개를 보고 즐거움을 느끼게 되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개는 산사의 입구에 묶여져 있었다. 그 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각각 자기 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한 마리가 그렇게 반갑게 해준다.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하여 그 곳을 떠나니,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고 하였던가? 개는 그 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공을 가지고 홀로 노는 데 익숙해져 있는 개가 살고 있는 곳은 귀신사(전북 완주군 금산면 소재)다. 보물인 대적광전이 서 있는 유서 깊은 산사이다. 믿음이 되돌아온다는 아름다운 뜻을 가진 절이기도 하다. 찾는 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 산사이기에 그 여유로움이 한 없이 배어나고 있는 멋진 곳이다.

 

  개는 낯선 이를 만나면 경계부터 하는 것이 상례다. 으르렁거리면서 경고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산사의 개는 그렇지가 않았다. 부처님의 감화를 받은 탓일까? 경계를 하기는커녕 반갑다고 꼬리를 먼저 치고 있다. 그런 개의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생명을 가진 것은 모두가 다 고귀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들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선 '사랑'을 들 것이다. 물론 사랑 이외의 아름다운 말도 많다. 희망도 있고 소망도 있다. 원력도 있고 그리움도 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말이 하나일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에는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일까?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상을 살 만하게 만드는 사람은 모두 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이란 너무 광범위하고 넓어서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고 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대단하다. 그럴 필요가 없는 줄 알면서 포기할 줄 모르는 것이 또 사람이다. 조금 억지를 부려서 정의를 해본다. 사랑하는 사람은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세한  것 하나하나에 아름다움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아닐까?

 

  산사에서 처음 보는 나에게 꼬리를 치며 반기고 있는 개를 바라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개는 동물이지만 그런 자신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개는 꼬리를 치면서 반겨줌으로서 나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물한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모두는 다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였다. 아무리 못생기고 볼품없이 보일지 몰라도 그 시간에 그 곳에 존재하고 있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해내야 할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완수함으로서 세상은 빛날 수 있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헬렌 켈러의 말이 생각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여 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뿐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눈으로 보여 지는 것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相에 사로 잡혀서 그 것의 틀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 없이 갇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적한 산사에서 조우한 개를 통해서 살아온 날들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전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작은 기쁨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욕심을 낸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을 온 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산사의 고요가 좋다.<春城>

 


태그:#RO, #TKS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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