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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4일 7대종단 대표들과의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7대종단 대표들과의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 초청으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7대종단 대표 오찬 간담회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결국 불참했다.

 

불교계에서는 지관 스님 대신 태고종 총무원장인 운산스님이 참석했고, 다른 종단에서는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개신교), 김희중 주교(천주교), 최근덕 성균관장(유교), 이성택 교정원장(원불교), 김동환 교령(천도교),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이 나왔다.

 

지관스님은 선약을 이유로 불참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현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불만과 환경부의 자연공원법 개정문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에서는 지관 스님의 청와대 오찬 불참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관스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최근의 사회흐름 및 분위기와 관련해 국민들이 느끼는 바와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오찬 거부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오찬 간담회의 대화주제는 최근의 남북관계와 노 전 대통령 서거 문제였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이 대통령이 "온 세계가 놀랐으나 이번에는 미국과 일본도 북에 더 이상 끌려다녀선 안 되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보였고, 중국도 매우 격앙돼 있다"고 설명하자, 한 참석자는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고하게 비핵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참석자는 "세간에는 대통령께서 6·15, 10·4 정상회담에 반대한다는 오해가 있다" 지적했다.

 

이 대통령, "특히 남북기본합의서는..." 강조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동안 일관되게 6·15, 10·4선언을 포함해 모든 남북간 합의서를 우리가 존중해야 하고, 이것의 이행방안을 협의하자고 얘기했다"면서 "특히 남북기본합의서는 고 김일성 주석이 서명하고 북 최고인민회의에서 통과된 공식 문서다"라고 설명해,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집권 후 첫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6·15, 10·4선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남북기본합의서가 1991년 체결돼 1992년 효력이 발생했고, 북한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후 남북정상이 새로 합의한 합의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6·15선언과 10·4선언을 경시하는 태도로 해석되면서, 북한의 반발을 초래하는 단초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또 간담회에서 "북에 식량 지원하는 나라는 있지만,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과 관련해서 한 참석자는 일부 방송의 보도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다른 참석자는 3일 있었던 서울대와 중앙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면서 왜 북한의 세습이나 핵실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부정부패를 단속하는 게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 말없는 다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 왜 북한세습·핵실험은 언급 안 하나"... "정치에 점수 주기 어렵다"

 

반면에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는 A학점을 받을지 모르지만, 정치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소통을 위해 노력해 달라. 우리 국민들이 정치의식이 높으니 그런 문제에 대해서도 경제문제 못지않게 신경 써 달라", "옛날에도 칭찬만 난무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부 내에서 칭찬과 비판의 두 날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가며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잘 새겨서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론분열에 대한 우려나 국민통합에 대한 주문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적극적인 언급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침묵하는 다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아세안과 관계나 저희가 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외국 내보내는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니까, 뜻밖에 많은 분들이 '아니 그런 건 왜 신문에 한 줄도 안 나냐, 방송엔 더더욱 안 나오고'라고 하더라. 대통령도 저를 혼내시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이 현 정부의 정책을 제대로 홍보해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지관스님 불참문제에 대해 이 대변인은 "저희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된 것은 개인적 사정 때문에 어렵게 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과 다시 만남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불교쪽 종단 대표가 오셨으면 된 것"이라며 "불교계 내에서 또 따로 모이니까 오늘 오고간 이야기를 전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지관스님#7대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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