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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장 넘기는 소리, 아이들의 숨소리만 들리는 야자 시간입니다. 함께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새소리가 들립니다. 구슬픈 듯, 노래하 듯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잠시 아이들을 일깨웁니다.

 

"애들아! 잠깐만. 저 소리 들리니?"

"무슨 소리요. 아무 소리 못 들었는데요."

"책에서 눈 떼고 귀 쫑긋 세워봐. 무슨 소리 들릴 거야."

 

그러자 열여덟 살의 아이들이 어둠이 질퍽한 창 쪽으로 귀를 쫑긋 세웁니다. 그렇게 1분 정도의 고요함 속에 빠지자 어둠을 뚫고 가느다랗게 새소리가 들립니다.

 

"어떻게 우는 소리 같니?"

"쏙쏙쏙 하는 것 같은데요."

"아냐, 그냥 쭈쭈쭈 해요."

"쭈쭈쭈는 무신 쭈주쭈. 그냥 뜨르륵 뜨르륵 하는 고만."

 

아이들은 자신의 귀에 들리는 데로 말을 합니다. 새소리에 대해 이야기하다 무슨 새 같니? 하고 물으니 또 여러 종류의 새 이름이 나옵니다. 그중에 어떤 아이가 '소쩍새요' 합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아봤다면서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히득거리며 '산골 소녀래요' 합니다.

 

"그래 맞아. 저 새는 소쩍새야. 잘 들어봐라. '솥 적다. 솥 적다' 우는 것 같지 않니?"

"에이. 뭐가 솥 적다에요. 스트륵 뜨륵 하는 데요."

"잘 들어봐랑게. '솥 적다 솥 적다' 하고 우는 것처럼 들릴 거야. 옛날엔 그래서 소쩍새 울음소릴 배고파 우는 새라 했데. 솥이 적으면 많이 못 먹잖아. 솥이 커야 많이 배불리 밥을 해서 먹을 수 있지. 그래서 사람들은 저 새를 풍년을 기원하는 새라고 하기도 해."

 

소쩍새가 어떻게 우는지는 모릅니다. 그 소리를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새 이름이나 새 울음소리를 표현할 때 사람들은 그때의 마음을 담아 이름을 짓기도 하고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소쩍새와 관련된 이야기는 많습니다. 이름도 여러 가지로 부르구요. 소쩍새는 귀촉도, 자규, 불여귀, 접동새 등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사람마다 처하고 듣는 상황이 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슬픔과 한을 간직하고 있는 새입니다. 그래서 우리 문학에서도 '귀촉도, 소쩍새'는 우리 민족의 정한(情恨)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김소월의 <접동새> 시와 연관되어 전해지는 설화가 있습니다.

 

옛날 어느 지역에 10남매가 부모를 모시고 오순도순 살았다고 합니다. 10남매는 부모의 사랑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들여왔습니다. 그런데 새엄마, 즉 의붓어미는 아이들을 심하게 구박하고 못살게 굴었습니다. 우리나라 계모설화가 대부분 그렇잖아요. 전처 자식을 못살게 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거요.

 

아무튼 세월이 흘러 큰 누이가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예물을 많이 받았나 봅니다. 그걸 시샘한 의붓어미는 글쎄 큰 누이를 친모가 쓰던 장롱에 가두곤 불에 태워 죽였답니다. 동생들이 슬픔 속에서 재를 헤치자 새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합니다. 그 새는 남은 동생들을 잊지 못해 뒷산에서 저녁이면 동생들을 보고 싶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매일 찾아와서 '접동 접동' 하고 울었고요. 그래서 접동새를 한이 서린 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한테 접동새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며 가난한 서민들의 마음이 그렇게 나타난 것이라는 제 나름대로의 생각도 말했었더니 몇 녀석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둠일기 속에 나타난 아이들의 고민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의 밤은 참 좋습니다. 공부하기도 좋고 책읽기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를 하는 동안 난 책을 읽습니다. 아님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걸 말해주기도 하고요.

 

학기 초부터 두레일기(모둠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5명이 한 모둠을 이루어 돌아가면서 하루의 일과를 쓰든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있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생활이란 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니 내용도 매일 비슷비슷합니다. 해서 1주일 전부턴 자신의 고민 이야길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헌데 고민도 가지가지입니다.

 

지혜는 변비 때문에 고생을 한다며 걱정을 태산같이 합니다. 한 달에 변을 두 번밖에 못 눈다며 한숨을 푹푹 쉽니다. 그래서 다음날 쯤 변비를 조금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책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자료를 뒤져셔요. 그랬더니 무척 좋아 합니다. 어떤 아이는 잠이 많다며 걱정합니다. 그런데 잠이 원인은 자신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집에 가면 컴퓨터 하느라 늦게까지 잠을 못 잔다고 합니다. 스스로 원인을 제공하고 잠 때문에 걱정이라고 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는 큰 고민덩어린 진로 문제입니다. 무슨 대학 무슨 학과에 가고 싶은데 현재의 실력으론 불안하다며 걱정을 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댓글을 달아주기도 하지만 따로 불러 상담을 합니다. 성격이 웬만큼 쾌활하거나 붙임성 있는 아이들이 아니면 직접 와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고민일기가 끝나면 자신의 학습방법에 이야길 써보기로 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의 공부방법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하는 지 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이야길 토대로 또 아이들과 틈틈이 상담을 할 것입니다.

 

밤이 깊어갑니다. 10여분 있으면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갑니다. 이따금 개구리 우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수놓습니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산과 밭이 인접해있어 개구리 우는 소리, 소쩍새 우는 소릴 종종 듣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 밤은 소쩍새 우는 소린 들리지 않습니다. 혹 다른 산마을에 가서 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소쩍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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