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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낭도 상산 가는 길. 바로 아래 방파제가 낭도항. 간너편이 고흥이다.
 여수 낭도 상산 가는 길. 바로 아래 방파제가 낭도항. 간너편이 고흥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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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지키고 있는 매표소

아침 일찍 여수 백야도로 달린다. 첫배가 8시라던데…. 여수를 지나 고돌산반도의 끝자락으로 향하는 길은 멀기만 하다. 시간은 8시를 향해 빠르게 가고 있다. 오늘 찾아갈 섬은 모양이 이리를 닮았다는 낭도(狼島)다. 낭도는 면적이 5.02㎢로 45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상산(上山, 280.2m)이 있다.

매표소에 들어서니 반겨주는 이는 없고 제비가 눈만 껌벅거리면서 내려다보고 있다. 너는 왜 그곳에 자리를 잡았니? 제비는 매표소 벽에 걸린 시계위에 위태롭게 집을 지었다. 알을 품고 있는지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문을 열어 놨을까? 제비가 수시로 드나들 수 있도록….

백야도 여객선 매표소 시계 위에 집을 지은 제비. 대단한 건축가다.
 백야도 여객선 매표소 시계 위에 집을 지은 제비. 대단한 건축가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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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막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배로 올라서자 선체를 한 바퀴 돌리더니 바다로 나아간다. 아침을 맞는 작은 고깃배들이 분주하게 지나쳐 간다. 날씨가 흐린 탓에 바다는 짙은 녹색으로 검게 보인다. 아쉽다. 햇살에 밝게 빛나는 파란 바다가 보고 싶은데….

조용한 섬마을 선착장

상화도(上花島)에 들러 한 가족을 내려준다. 젊은 부부가 애기도 안고, 수박 한 덩이도 준비한 게 모처럼 시골을 찾아 나섰는가 보다. 사도(沙島)에 들러 관광오신 분들을 내려주고는 바로 옆 섬인 낭도로 향한다. 백야도를 출발한 지 한 시간 이십 여분 지났다. 낭도 선착장은 생각보다 크다. 작은 포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항으로 지정되어 있단다.

배가 닿는 넓은 물양장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나 조용한 항구는 정적만 감돌고 있다. 배에서 내려 마을로 향한다. 등산로를 물어 보려고 여수시 낭도출장소에 들러보니 문이 잠겼다. 바로 옆 경찰소도 문이 잠겼다. 작은 섬 돌아다니다보면 찾을 수 있겠지.

이리를 닮았다는 낭도. 섬을 가로질러 등산로가 있다. 산행시간 왕복 2시간 정도.
 이리를 닮았다는 낭도. 섬을 가로질러 등산로가 있다. 산행시간 왕복 2시간 정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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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서다 마을 분을 만났다. 낭도 전 이장이라는데, 등산로를 물으니 무척 좋아하신다. 등산로를 직접 개발하고 개척했단다. 같이 가고 싶지만 옆 섬인 사도에 관광해설 하러 가신다고 한다. 사도와 낭도를 알리기 위해 무척 노력하시는 것 같다.

이런 땅에서도 농사가 될까?

등산로는 마을 입구에서 작은 골목으로 들어선다. 집 몇 채를 벗어나면 바로 섬 언저리를 돌아가는 시멘트포장길이다. 방금 걸어왔던 낭도항 기다란 방파제와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길옆으로 찔레와 인동초가 하얀 향기를 은은하게 흘러내고 있다.

길은 섬을 빙 둘러 돌아간다. 작은 섬이지만 언덕배기마다 골을 만들고 밭을 일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이라면 운치라도 있겠지만, 바다를 향한 밭은 억척스러움이 느껴진다. 바람막이 하나 없이 그대로 속살을 비추고 있는 밭은 자갈이 반반이다. 이런 땅에서도 농사가 될까? 이제 막 심어놓았는지 고구마 순이 시든 채 땅에 누워 있다. 섬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 같다.

섬의 척박한 땅. 자갈이 반반이다. 이제 막 심어놓은 고구마 순이 힘이 없다.
 섬의 척박한 땅. 자갈이 반반이다. 이제 막 심어놓은 고구마 순이 힘이 없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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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마을 풍경. 섬에서 가장 큰 마을로 낭도의 모든 산이 수려하기 때문에 고울 여(麗)자와 뫼 산(山)자를 써서 여산 마을이라 했단다.
 여산마을 풍경. 섬에서 가장 큰 마을로 낭도의 모든 산이 수려하기 때문에 고울 여(麗)자와 뫼 산(山)자를 써서 여산 마을이라 했단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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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돌아서니 길옆으로 한가로이 누워있는 염소도 만나고, 송아지가 옆에 누워있는 암소도 만난다. 형형색색 지붕들을 이고 있는 마을 풍경이 여유롭게 보인다. 학교도 보이고, 교회도 보인다. 산딸기가 벌써 익었다. 산 속에서 거칠게 자랐는지 볼품은 없다. 몇 개 따서 먹으니 무척 달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는 하얀 꽃들이 반겨준다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길이 좋다. 완만하게 올라간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은 숲길은 땀이 비 오듯 내린다. 정상이래야 280m 정도. 쉽게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산길은 길다. 정상인 듯 착각하게 만든 작은 봉우리를 지나고, 바다로 팔을 펼치고 있는 500년 묵었다는 소나무도 만난다. 사도의 여러 섬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산행중 바다가 보이는 곳. 커다란 소나무가 바다로 팔을 펼치고 있다. 그 사이로 사도의 여러 섬들이 줄지어 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산행중 바다가 보이는 곳. 커다란 소나무가 바다로 팔을 펼치고 있다. 그 사이로 사도의 여러 섬들이 줄지어 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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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중 만난 꽃.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동초, 마삭줄, 으아리, 백선
 산행중 만난 꽃.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동초, 마삭줄, 으아리, 백선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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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은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다. 분홍색이던 진달래와 철쭉은 자취를 감추고 하얀 꽃들이 환하게 웃는다. 바람개비처럼 돌아가고 있는 마삭줄. 꽃잎을 가지런히 펴고서 연약한 모습을 하고 있는 으아리. 숲 그늘에 고고한 신선처럼 큰 꽃을 펼치고 있는 백선.

숲길은 완만하게 이어지면서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정상 가까이 가니 숲은 밀림처럼 하늘을 가렸다. 사람 발길이 많지 않았음을 알려주듯…. 그렇게 한 시간여를 걸었더니 드디어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돌무지. 그 위에 정상임을 알려주는 측량점 표지석.

생각했던 것보다 허전한 정상

아!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정상을 빙 둘러 키 큰 나무들이 잎들을 활짝 펴고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점점이 떠있는 섬들과 어울린 아름다운 풍광을 기대했는데…. 배를 타고 오는 동안 선장님 말로는 정상에 올라가면 바다가 보이고 아주 좋다고 했는데…. 아마 선장님은 정상에 올라가 보지는 않았는가 보다.

낭도 상산 정상. 측량점 표지석이 있다.
 낭도 상산 정상. 측량점 표지석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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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돌무지는 봉화대 흔적이라고 한다. 반반한 돌을 골라 앉았다. 가져간 과자와 물을 마시며 생각에 잠긴다. 나무 몇 그루 베어내고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잔인한 욕심이 끼어든다. 나도 이런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멈춰진 풍경 속을 걸어가는 기분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오다 마을로 길을 잡았다. 마을로 내려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가게를 찾았다. 농협 마트와 슈퍼가 하나씩 있는데 오늘따라 문을 닫았다. 배가 오려면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다.

마을에는 유난히 고양이가 많다. 경운기 의자에 앉아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 어슬렁거리며 마을길을 걷고 있는 얼룩고양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옆으로는 바닥을 드러낸 배들이 비스듬히 누워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마을 앞 바닥을 드러낸 바다. 그 위로 배들이 쉬고 있다.
 마을 앞 바닥을 드러낸 바다. 그 위로 배들이 쉬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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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일 듯 조용한 풍경. 그 속에는 열심히 일하는 섬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숨죽일 듯 조용한 풍경. 그 속에는 열심히 일하는 섬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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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빠져 나와 길을 걷는다. 한적한 섬 풍경들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바다를 향해서 하늘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밭들 사이로 걸어 올라간다. 주변은 정적에 쌓인다. 풀길을 헤치고 조용조용 걸어간다. 마치 멈춰진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덧붙이는 글 | - 여객선은 백야도에서 낭도로 하루에 다섯 번 운항 : 08:00(대형카페리3호), 10:50(백조호), 11:30(대형카페리3호), 13:30(백조호), 14:50(대형카페리3호) 운항하며, 낭도 가는 여객운임은 어른기준 7,500원입니다.

- 산행 : 여산마을 입구-(30분)-삼거리-(20분)-소나무-(20분)-정상(280.2m)-(40분)-삼거리-(20분)-여산마을, 총 산행시간 : 2시간.

- 배가 도착한 후 다음 배 시간까지 3:30분을 활용할 수 있으며, 낭도에서 나오는 마지막 배는 16:30분입니다.

- 여객선 운항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선사 홈페이지(http://www.sa-do.co.kr)와 태평양해운(061-662-5454)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태그:#낭도, #상산, #여산마을, #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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