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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작열하는 오월의 마지막 토요일, 춘천시 공지천 일대에서 펼쳐진 마임축제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더웠던 날씨 때문인지 낮에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으나 저녁 때가 되자 공연장마다 객석이 가득 채워졌다.

 

친구,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마임 축제를 찾은 이들은 신기함과 즐거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마임축제는 기존의 난장이 펼쳐지던 '고슴도치섬'을 떠나 2009년에는 공지천, 어린이회관 일대를 '우다마리'라는 새로운 난장마을로 정했다. 우다마리는 크게 화이트홀, 블랙홀, 빨간달, 파란달로 이루어져있고, 각각의 색채를 가진 여러 퍼포먼스가 가는 곳 마다 관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파란달' 코스에서는 '푸른달&상상발전소' 마임 팀이 준비한 "마리마리 장자마리"라는 공연이 한창이었다. 장구를 비롯한 타악기와 태평소 연주가 어우러져 신명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당놀이와 같은 공연이라 공연자들이 뛸 때마다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모습에서 역동감이 느껴졌다. 다른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마술쇼가 한창이었다. 어른들도 가면모양의 썬 캡을 쓰고 공연을 즐기는 등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보였다.

 

 

 

색깔별로 나눠진 네 가지 코스 중 하나인 '블랙홀'은 이름과는 다르게 놀이동산과 같이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저무는 석양과 함께 블랙홀 무대에 오른 마임 공연자 최경식씨는 삐에로 분장을 하고 구연동화 형식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시연했다. 풍선을 이용해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축제를 찾은 전희숙(36)씨는 "처음 오는 마임축제인데 어색하지 않고 재밌었고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운 공연이라 가족단위의 관람객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가 저물고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점점 더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우다마리 전 지역에서 새벽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난장공연이다. 또 다른 코스인 '빨간달'에서는 "블랙 쉐도우"라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대 뒤 스크린을 통해 나타나는 두 남자의 그림자와 이미지들이 관객들에게 말없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었다.

 

공연의 초미에 객석에서 주인공을 끌어내는 연출을 시도해 지켜보던 관중들 사이에서 '지금 진짜 공연 하는 거야?'라는 질문이 새어나왔다. 이 밖에도 한글을 모토로 퍼포먼스를 하거나 무대가 아닌 거리를 이동하며 보여주는 신선하고 실험적인 공연들이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춘천마임축제가 국제적인 축제로 관심 받고 있는 만큼 올 해에도 많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난장마을을 찾았다. 한국을 찾아 온 이유는 각양각색이었지만 그 어느 나라의 언어도 담겨있지 않은 몸짓만으로도 그들은 춘천마임축제와 하나가 되었다.

 

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러 한국에 왔다는 제프리(29)는 "이런 축제는 처음이에요, 친구들과 지금 몇 개의 공연을 보고 있는 중인데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라고 자신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춘천하면 닭갈비였는데, 이젠 마임이 생각날 것 같다고 하며 춘천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대낮의 뜨거운 햇볕아래서 시작한 우.다.마.리 난장은 깜깜해질수록 토요일 밤의 열기를 더해갔다. 올 해, 춘천마임축제는 마임이 낯선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웃음과 예술적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

 

혹시나 공연에 방해가 될까 발걸음 하나도 조심스럽게 내디뎌야하는 무언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 관객들은 호흡을 늦추고 열심히 그들의 몸짓을 쫒아간다. 가슴을 쿵쿵 치는 외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공연이 끝난 뒤에는 마임과 하나가 된 관객들의 흥겨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모두들 속으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우리, 다함께, 마임에, 미치리!"

 

덧붙이는 글 |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배유정, 김봉섭, 문선경, 신새미, 이가영, 최아라


태그:#마임축제, #춘천마임축제, #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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