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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전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나는 어제 아침 뉴스를 듣고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 일손이 잡히지 않아 회사 근처 가까운 사찰에 들려 명복을 빌었습니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거짓말처럼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대한 민국 국민이라면 전 노무현 대통령과 누구나 인연이 깊은 것이겠지만, 나에게는 전 노무현 대통령 각하는,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 전, 내가 근무하던 회사를 방문하러 오셨을 때, 소탈한 모습 오래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상사의 소개로 잠깐동안이지만, 통성명도 나누고 대화도 나눈 적도 있었습니다. 불가에서는 사람의 인연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 인연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얼핏 듭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난다 해도, 산 사람은 마냥 슬퍼할 수만 없는 것이 또 사람이라 싶습니다. 아무리 슬퍼도 밥은 먹어야 하고 잠은 자야 하고 일은 해야 하니 말입니다. 
 
오늘 새벽 산책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나왔는데, 산책 나온 작은 숲길에서 울릉도 특산 식물의 하나 인 '섬초롱꽃' 만났습니다. 그런데 왠지 내 눈에는 그분이 가시는 먼 길을 등불처럼 밝혀 주는 꽃처럼 다가왔습니다.
 

  

섬초롱꽃은 여러해살이풀로 울릉도 특산 식물의 하나이며 바닷가 풀밭에서 많이 자란다고 합니다. 나는 꽃이름에 대한 문외한이지만, 이 섬초롱 꽃은 포항에서 직장생활 할 때, 울릉도에 그 직장의 지점이 있어서 종종 출장을 갔습니다. 그 울릉도에서 처음 본 꽃을, 새벽길에 만난 것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운명이란 하늘이 정해준 명이라고 한다지만, 너무 빨리 우리 곁을 떠난 전 노무현 대통령 각하...꽃들도 우리 국민의 슬픔을 아는 듯, 함초롬히 새벽 산길에 핀 섬초롱 꽃은 마치 전 노 무현 대통령 빈소를 찾아드는 애도의 물결 같습니다… 부디 먼 길의 명복을 빕니다.


문빗장 절로 벗겨졌나

열리고는 닫기지 않는 가슴

그 누가 불러내는가

한사코 뻗친 길을 간다

외진 이 기슭에 와 만난

전생의 내 모양 초롱꽃

그대 날 돌려 세웠으나

뒤돌아 도로 안길 수밖에 없듯

간절코 안타까운 매디마다 정수리마다

이슬 젖은 맨발로 별은 와서 열렸어라

이 등불 건네다 보며

절간의 쇠북도 울음 삭이리.

- '초롱꽃' 유안진


태그:#섬초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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