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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나라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 하루였다. 애석한 죽음을 맞이했던 것은 전 대통령만의 일은 아니다. 4년 전 이맘 때 즈음 원폭2세 피해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리고, 보상과 치료를 위해 애써온 김형율씨(34)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163cm, 37kg의 왜소한 몸으로 '선천성 면역글로불린 결핍증'이라는 희귀병을 앓아왔던 그는 2002년 국내최초로 원폭후유증을 앓고 있는 2세로 기자회견을 열어 커밍아웃 했다. 이후 원폭2세 환우회를 만들고, 원폭2세에 대한 인권위의 실태조사를 이끌어내기도 했으나, 17대 국회에 '원폭피해자 특별법'을 청원하는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를 애석하게 여긴 이들이 故김형율씨를 기리기 위해 추모사업회를 발족하였다. 그리고 5월 23일, 故김형율씨의 4주기 추모제가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렸다.  

 

 추모제는 아직 김형율씨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추모제에는 원폭공대위와 원폭2세 환우회, 유족들을 중심으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정현옥 부산동구청장,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추모 사업회 회장), 평화시민연대 강제숙 대표 등이 참석했다. 조승수 의원은 17대18대에서 원폭피해자 특별법을 지속적으로 발의해왔다. 평화시민연대 및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는 '원폭 공대위'를 결성하고 원폭2세 환우회의 활동을 지원해왔다. 이 외에도 원폭2세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추모제를 빛내주었다.       

 

 추모제는 아들 김형율씨의 죽음 이후 원폭2세 문제를 위해 활동하고 계신 김봉대씨의 삶을 다룬 다큐'아버지의 이름으로'(박일헌, 푸른 영상)를 상영으로 시작되었다. 추모사에서 김봉대씨는 "해마다 이 날이 되면 가슴이 미어진다. 아버지가 못나서 자식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하루빨리 특별법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원폭2세 환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정순씨는 하나 둘 죽어가는 환우들을 바라봐야하는 안타까움을 성토했다. 한정순 회장은 "2008년에 경산에 사는 원폭2세 환우 조종숙(43)씨가, 올해 5월에는 백효순(46)씨가 돌아가셨습니다. 다 알 수는 없지만 이름 모를 환우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보호자가 없으면 거동조차 할 수 없는 환우 분들이 보호자가 돌아가시면서 방치되고 있습니다."고 하면서 "끝없는 아픔의 전쟁에서 원폭피해자 및 2세 환우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도와 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현옥 부산동구청장은 정부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없는 유감을 표하며 "과거에 아픈 역사로 피해를 입은 7만 명의 원폭피해자를 정부와 국민이 기억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제는 한․일 정부가 나서서 원폭 피해자에 대한 협상과 조사를 하고, 조속히 특별법이 통과되어서 고인의 염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17대에 발의된 '원폭피해자 특별법'은 정식논의조차 거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현재 18대 국회에서 다시 특별법이 발의되었으나, 149일 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태그:#원폭2세, #원폭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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