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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야 허허 어기여라 상사로세 / 여그도 놓고 저그도 놓아 두레방 없이만 심겨주게 / … 중략 … / 어라뒤야 저라뒤야 상사로세 / 이 농사를 어서 지어 나라 봉양을 하고 보세 / 앞산은 점점 멀어지고 뒷산은 점점 가까진다 / 이 배미 저 배미 다 심었네 장구배미로 넘어가세"

 

'남도들노래' 가운데 모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전라도 진도 사람들이 벼농사를 지을 때 부르던 민요다. 곡조가 유려하고 악곡에서 짜임새가 느껴진다. 호남지방의 들노래 가운데서도 예술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1호로 지정돼 있다.

 

이 들노래를 부르며 질컥거리는 논바닥에서 손으로 모를 찐다. 들노래는 못줄을 띄워 모를 심는 시간에도 이어진다. 옛날 방식 그대로의 모내기가 재현됐다. 전라남도농업박물관이 지난 21일 오후 1시 박물관 야외 자연학습장에 있는 논 330㎡(100평)에서 마련한 옛 모내기 시연 및 체험행사다.

 

이날 행사는 전남농업박물관이 기계 농업에 밀려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농경문화를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이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옛 농경문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데도 목적이 있다.

 

오전 내내 봄비가 내렸지만 행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비가 멈췄다. 재현행사는 봄비가 멈춘 틈을 이용해 치러졌다. 여기에는 남도들노래 보존회원과 영암 대불초등학교 학생 70여명 등 모두 100여명이 참가했다. 행사는 들노래 시연, 모 찌기, 모 내기 등으로 이뤄졌다.

 

모를 찌는 일은 들노래 보존회원들이 맡았다. 회원들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못자리에 들어가서 손으로 직접 모를 찌었다. 못자리는 지난 4월 9일 농업박물관이 미리 만들어 놓았다. 회원들은 중간중간 들노래에 맞춰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초등학생들은 난생 처음 보는 풍경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한 듯 쳐다봤다.

 

모를 다 찐 다음 무논으로 모를 나르는 일은 초등학생들의 몫이었다. 학생들은 어린이들이 짊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지게를 이용해 모를 날랐다. 이어 무논에 못줄을 띄워지고 보존회원들이 손으로 모를 심는 시범을 보였다.

 

어린 학생들에게 그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금세 논에 들어간 학생들은 옷에 흙탕물이 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를 추켜들었다. 한 손으로 모를 한 움큼 쥐고, 또 다른 한 손으로 모를 심는 일이 재밌기만 한 표정이었다. 처음 해보는 모내기가 어려운지 옆에 있던 어른에게 방법을 익히기도 했다.

 

그새 힘이 드는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흙 묻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아 올리는 아이도 보인다. 책에서만 보고 배웠던 '전통의 모내기가 이런 것이구나'하면서 몸소 체험을 했다. 원두막에 앉아 지켜보던 아이들도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모내기를 직접 해본 학생들은 "난생 처음 모내는 광경을 봤고, 또 직접 체험하게 돼 너무너무 재밌다"고 입을 모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른들도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덩달아 즐거워했다.

 

이명헌 농업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통 모내기 재현은 벼농사의 전 과정을 전통 농가월령에 맞게 9월 말까지 추진할 '벼의 한살이 특별체험' 프로그램의 하나로 준비했다"면서 "학생들이 옛 농경생활의 멋을 느끼면서 우리 농촌의 세시풍속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농업박물관은 이날 모를 낸 논에서 앞으로 김매기와 벼 베기, 탈곡 등의 체험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렇게 수확한 벼로 찧은 쌀은 김장용 배추, 메주 등과 함께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한편 전남농업박물관은 전라남도가 점차 사라져 가는 전통 농경문화의 유산을 보존해서 우리 삶의 옛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1993년 세운 곳이다. 우리 삶의 옛 모습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으며 자녀들이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한 체험학습 공간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태그:#모내기, #전남농업박물관, #대불초등학교, #남도들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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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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