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마을에 토석채취장이 들어서려 하자 마을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마을주민들은 6시간 동안 환경영향평가 심사위원들의 현장 접근을 막은 채 사업백지화를 요구했다.
경남 사천시 곤명면 성방리의 한 농로에는 오늘(20일) 하루 바쁜 일손을 접은 딱밭골, 새미골, 조매동 마을주민 수 십 명이 트랙터와 경운기 트럭 등을 몰고 나왔다. 한 개발업자의 토석채취장 사업신청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심사위원들의 현장 확인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은 "이번 사업이 주민들을 철저히 속인 채 진행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사업진행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평소 환경영향평가가 요식 행위로 끝나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현재로선 심사위원들의 현장 확인도 용인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이에 오전11시에 현장방문 일정을 잡고 있던 경상남도와 사천시청 공무원 그리고 환경영향평가위원들과 사업관계자들은 인근의 곤명면사무소에서 대기한 채 현장 접근을 삼갔다.
마을주민들이 농로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등 자리를 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후 3시 무렵 환경영향평가단이 현장을 방문했다. 평가단에는 8명의 심사위원과 사무관급 도청 공무원이 동행했다.
마을주민들은 사업신청지로 들어갈 수 없게 입구를 틀어막은 채 관계 공무원과 질의응답 시간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방리 일대가 청정지역으로서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거나 친환경농업 전환을 꾀하는 농민들이 많음을 내세우며 "분진과 소음,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토석채취장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5월 6일과 15일 두 차례 진행된 주민설명회가 다수 주민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일부 찬성주민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고, 사업에 동의한 사람 중에는 토석채취장이 아닌 다른 사업장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면서 "주민들을 철저히 속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경상남도 환경정책과 김원욱 환경관리담당사무관은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라고 말하며 사천시청 관계자와 토석채취장 사업신청자에게 영문을 따졌다.
하지만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자 김 사무관은 "심사위원들이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온 것인데 현장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한 뒤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써 현장 확인을 하진 않겠다"면서 철수할 뜻을 밝혔다.
한편 마을주민들은 현장에 동행했던 토석채취사업 신청자인 조아무개씨에게 차라리 나무를 심어라거나 같은 마을에 산다면 사업을 신청하겠느냐는 등의 말로 사업포기를 권했다.
그러나 조씨는 "나도 민원인의 한 사람"이라며 행정 절차와 규정에 따라 사업을 계속 진행할 뜻을 밝혔다.
토석채취사업 환경영향평가 현장심사를 막기 위해 오전10시부터 시작된 성방리 주민들의 '농로 점령'은 관계자들이 돌아간 뒤에도 한참 더 이어져 4시10분께 끝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