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에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그리고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3인이 참석했던 것으로 최근까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이종찬 전 수석은 당시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20일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에 참석한 회사 관계자들에게 확인했는데 이종찬 전 수석은 대책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천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경위와 그 돈의 성격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만표 기획관은 '그렇다면 이 전 수석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책회의) 현장에 없었다는 것과는 별도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의 관련성을) 면밀하게 보겠다"고 답변해 여운을 남겼다.
그런 가운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에 참석했는지도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대책회의는 사돈인 박 회장의 부탁을 받은 김정복 전 청장이 주도했다. 그런데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대책회의에 참석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홍만표 기획관은 "대책회의에 회사 관계자도 참석했을 수 있고, 박연차 전 회장도 참석할 수도 있다"며 "내일 천 회장을 조사한 다음에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홍 기획관은 이날 오후 수사브리핑에서 "박연차 전 회장도 참석할 수 있다"는 발언을 두 번이나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박 전 회장이 대책회의를 직접 챙기며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 "천신일 회장, 굉장히 겸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날 18시간 30여 분 동안 천 회장을 조사한 검찰이 천 회장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었다. 홍만표 기획관이 "천 회장이 굉장히 겸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 것.
이어 천 회장의 재소환조사가 하루 늦춰진 배경과 관련, 홍 기획관은 "천 회장 조사는 (20일 새벽) 1시 반 정도에 끝났는데 천 회장이 조서를 꼼꼼히 읽었다"며 "특히 연세가 많아 눈이 어두워 조서를 읽는 데만 3시간 반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홍 기획관은 "연세를 감안해서 내일(21일) 조사하기로 했다"며 "내일 (재소환조사가 끝나면) 신병처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21일 재소환조사가 끝나면 조세 포탈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천 회장은 이러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천 회장이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 5개의 통화내역을 추적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천 회장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홍만표 기획관은 "핸드폰 5개를 모두 추적해 한 전 청장과의 통화내역을 확인했다"며 "한 전 청장도 천 회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회장과 한 전 청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4TCEO)의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 멤버로 알려졌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인 윤은기 총장이 세운 경영전문대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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