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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는 달

5월이 정신 없이 바쁜 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들 때문이 아닙니다. 5월이 따뜻한 건 지구 온난화로 더워진 날씨 탓이 아닙니다. 가족을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제 마음의 심리도 위축됩니다. 통장에 잔고가 바닥을 보일 때면 '돈이 다 어디로 간거야?'싶으면서 갑자기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옵니다. 요즘 직장인들은 언제 짤릴지 모르는 하루살이 인생에 괴로워 하고,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줄어 걱정을 합니다. 

 나비바자회
 나비바자회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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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올해 들어 예전같지 않은 수입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생활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딸들의 요구 사항을 못 들은 척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후원하고 있는 단체들 중에 줄일 곳이 없을까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필리핀의 그 아이는 내 덕분에 공부한다며 매년 고맙다는 편지와 사진을 보내니 차마 후원을 끊을 수 없고,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누군가는 도와야 하기에 끊을 수 없고, 그렇다고 북한동포가 굶어 죽고, 인도의 불가촉 천민 아이들이 1달러가 없어 밥을 못 먹는다는데 그것도 외면할 수도 없고…. 괜히 통장을 열었다 싶습니다. 

통장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배부르고, 여유가 많을 때 남을 돕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천만원 버는 사람이 10만원 내는 것보다 100만원 버는 사람이 1만원 내는 것이 어찌보면 더 어려운 일이다' 라고요.

요즘같이 어려운 때 들려온 훈훈한 소식

어려울수록 자기 먹고 사는 일에만 치중하게 되고, 남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어려움 속에서도 훈훈한 소식이 들려 옵니다. 

서울 경동교회(중구)와 문정동 성당(송파구), 정토회(서초구)가 오는 5월 23일(토) '나비(나눔과 비움) 바자회'를 서울 신당 4동에 있는 청구초등학교에서 공동으로 열어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고 합니다. 처음에 이 소식을 듣고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서로 다른 종교가 함께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눔과 비움
 나눔과 비움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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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행사에서 유기농 채소 등 친환경 상품과 각종 공산품, 신도들이 기증한 용품을 전시 판매(아나바다)도 하고, 참여하는 신도들이 나눔, 화합,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헌혈, 장기기증 등의 특별이벤트도 준비해 행사에서 남은 수익금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랍니다. 

'나비 바자회'를 하게 된 것은 지난 3월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와 문정동 성당의 김홍진 신부, 정토회 법륜스님이 종교가 세상에 빛이 되어보자 해서 성사되었다고 합니다. 박종화 목사는 "최근 경제 위기가 사회적, 정신적, 영적 불안과 위기를 동반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삶의 고통을 함께 견디며 희망을 심자는 취지에서 공동 바자회를 기획했다"고 말씀하십니다. 

김홍진 신부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의 차이와 벽을 뛰어넘어 사랑과 자비의 봉사가 필요하다"고 하셨고, 법륜 스님은 "이번 바자회를 통해 다른 종교 신도들과 함께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교리와 역사가 달라도 화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하셨습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가 모여 '사랑의 실천'을 몸으로 행하다

종교계와 일반인들은 '나비 바자회'는 종교간 화합과 일치가 요청되는 시점에서 서로 다른 동네에 있는 종교 단체들이 '사랑의 실천'이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공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 3개 종교 단체는 이번 바자회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법륜스님께서 문정동 성당에서 강론하셨다는 기사를 보고 참 보기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종교의 근본 뿌리는 '사랑과 자비'라는 한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자기 종교만을 내세우며 싸우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거든요. 

 평화와 화합의 장
 평화와 화합의 장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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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 기획을 보면서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탓하기보다 나부터 먼저 실천해 나누자는 뜻의 이 '나눔과 비움'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 봅니다. 세상을 바꾸기에 혼자의 힘은 부족하지만 한 사람이 모이고, 두 사람이 모이고, 세 사람이 모이다 보면 없던 길도 생겨나고, 사람이 잘 가지 않아 묻혔던 옛길도 다시 찾게 될 거라 기대합니다.

"길" 이야기가 나오니 노신의 <고향>에 나오는 글귀가 생각납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분배는 남의 것을 빼앗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내 것을 먼저 내놓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진정한 평등은 내가 그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고 싶지 않듯이 남도 그렇게 차별하지 않을 때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5월 23일(토) '나비(나눔과 비움) 바자회' 에 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려고 합니다. 여러분 그날 저와 데이트 안 하실래요?

누가 : 경동교회, 문정동 성당, 정토회가 .
무엇을 : 나눔과 비움을.
언제  : 5월 23일. 토요일에.
어디서 : 서울 신당4동, 청구초등학교에서(지하철 3호선 약수역 3번출구, 6호선 청구역 3번출구)
몇시에 :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뭘 준비해 가지? : 나누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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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 바자회
 나비 바자회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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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나비바자회#경동교회#문정동성당#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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